'2분30초→10초.'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든든전세주택' 매입 심사에 인공지능(AI) 자동분석 기술을 시범 도입해 줄인 업무 처리 시간이다. 든든전세주택은 HUG가 전세보증금을 대신 갚아준 주택을 직접 매입해 무주택 구성원에게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사업이다.
HUG는 등기부등본 분석부터 사전심사에 필요한 기초자료도 자동 추출해 표준화 자료를 일괄 생성하는 등 인공지능 전환(AX) 업무 체계를 마련했다. 과거에 직원들이 등기부등본을 매번 건별로 확인하고 수기로 정보를 입력하던 것을 자동화하면서, 지난해보다 2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든든전세주택(3600가구) 심사에 효율성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HUG는 자동분석 범위를 감정평가서, 매각물건명세서 등으로 확대하고, 경·공매 심사 전반을 지원하는 AI 기반 심사지원 플랫폼 구축도 추진할 계획이다. HUG는 이처럼 AI를 활용한 AX 업무 체계를 더 확산할 방침이다. 전세사기로 업무 '급증'
최우석 HUG AX기획처장은 "HUG가 AI를 도입하는 목적은 국민의 주거안정을 더욱 효과적으로 지원하고, 기관의 리스크 대응 역량과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데 있다"며 "'AI로 주거위험을 예측하고, 국민의 주거안전을 보호하는 대한민국 대표 AI 기반 주거금융 플랫폼'을 중장기 AX 비전으로 설정, 오는 2030년까지 'AI 네이티브(Native) HUG'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AI 네이티브는 AI를 단순한 도구로 사용하는 수준을 넘어 AI를 중심으로 조직과 제품, 서비스를 만든다는 개념이다. 지난 2월부터 AX 업무를 맡은 최 처장은 △도시금융리츠자산관리센터 팀장 △전세피해구제반TF 팀장 △ 든든전세기획처장 등을 거쳤다.
HUG가 이처럼 AI에 높은 관심을 보이게 된 계기 중 하나는 전세사기 여파로 업무량이 급증해서다. 최 처장은 "지난 3~4년간 대규모 전세사기 등의 영향으로 보증이행과 채권회수 업무가 크게 늘었다"며 "사후 대응만으로는 늘어난 업무를 적기에 처리하고, 다양한 위험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에 따라 데이터와 AI를 활용해 위험을 사전에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체계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설명이다.
또 HUG는 보증사업을 수행하면서 사업자 정보와 사업장 현황 등 다양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는데, AI를 활용하면 사람이 일일이 살펴보기 어려운 많은 정보를 빠르게 분석하고, 위험 패턴이나 이상징후를 일찍 찾아낼 수 있다.

HUG가 지향하는 AI를 활용하는 핵심 방향은 △Predict(위험 예측) △Protect(국민 보호) △Recover(손실 최소화) 등 세 가지다. 최 처장은 "보증사고, 이상거래와 같은 위험 신호를 사전에 예측해 국민을 보호하고,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AI 활용으로 손실을 최소화해 채권회수의 효율성을 높여 궁극적으로 재무 건전성을 높이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특히 경매를 통한 예상 회수율을 예측하고, 이를 경매신청 우선순위를 검토할 때 AI를 활용하고 있다. 최 처장은 "지난해 말 AI를 활용해 경매신청 대기 물건의 예상 회수율을 분석하고 경매신청 우선순위를 검토해 올해 9월7일 기준 842건의 경매신청을 완료했다"며 "현재는 실제 경매 결과와 AI의 예측 결과를 지속적으로 비교·검증하며 모형을 보완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으로는 유찰 등 경매 진행정보를 활용해 회수에 소요되는 기간도 예측할 수 있도록 모형을 고도화할 예정이다.
내부적으로도 직원용 지식검색과 지능형 민원처리, 보증이행 업무지원 등에 AI를 활용해 단순·반복 업무를 효율화한다는 계획이다. 최 처장은 "이를 통해 직원들은 더욱 전문적인 판단이 필요한 업무에 집중하도록 해 업무 생산성을 높일 것"이라고 했다.
안심전세 앱, AI로 더 상세히
안심전세 앱과 같은 대중적 서비스도 AI를 통해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최 처장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 개선도 추진할 것"이라며 "안심전세 앱 등 국민이 자주 이용하는 서비스에 AI를 접목해 주택 시세와 임대인 정보 등 전세계약에 필요한 정보를 보다 쉽고 빠르게 제공하고, 국민이 더욱 안전하게 전세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안심전세 앱에는 AI를 활용해 이용자의 정보 입력 부담을 줄이고, 진단결과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도입할 계획이다. HUG는 지난 3월 정부의 '전세사기 방지대책' 발표 이후 법원행정처, 행정안전부, 국세청 등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는 정보를 안심전세앱에 연계해 주택과 임대인 관련 정보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도록 고도화하고 있다. 이렇게 개선된 안심전세 앱을 선보인 뒤, AI를 활용해 기능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킨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AI OCR(계약서를 스캔하면 필요한 정보를 자동으로 추출하여 시스템에 입력하는 기술)'을 안심전세 앱에 활용할 계획도 있다. 현재는 이용자가 주소와 보증금 등을 직접 입력해야 하는데, 앞으로는 임대차계약서 사진을 올리면 AI가 계약서에서 필요한 정보를 읽어 주소와 보증금 등을 자동으로 입력하도록 개선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입력 절차를 간소화하면 고령층을 비롯한 디지털 취약계층도 편리하게 앱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화형 AI를 활용해 진단결과를 쉽게 설명하는 기능 추가도 계획에 있다. 안심전세 앱에서는 전세가율이나 부동산 등기정보 등을 분석해 계약의 위험요인을 진단하는데, 이용자 입장에서는 결과만 보고 그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최 처장은 "앞으로는 AI가 어떤 부분이 안전하고 무엇을 주의해서 살펴봐야 하는지 대화하듯 설명하게 된다"며 "이를 통해 이용자가 전문가의 도움 없이도 진단결과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HUG는 AI 기반의 공공 데이터 혁신에도 나서고 있다. 빌라 시세, 안심매물 확인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 처장은 "HUG가 추진하는 공공데이터 혁신의 핵심은 단순히 보유 데이터를 공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HUG의 데이터와 외부 데이터를 AI와 결합해 국민에게 필요한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AI 활용 빌라 시세'는 가격정보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빌라와 연립·다세대 주택의 적정시세를 AI로 추정하는 서비스다. 아파트와 달리 빌라는 거래량이 적고 개별 주택마다 특성이 달라 적정가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가 쉽지 않은 점을 고려한 것이다. 최 처장은 "감정평가 데이터와 국토교통부 등의 실거래가, GIS(지리정보시스템) 기반 위치·입지정보 등을 결합하고 AI 알고리즘을 활용해 개별 주택의 적정시세를 추정하는 모델을 개발할 예정"이라며 "50가구 미만 빌라와 연립·다세대 주택까지 포함하는 시세 데이터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했다.
HUG는 이러한 적정시세 모델을 연내 개발·공개하고, 내년에는 개별 매물의 추정시세를 지도에서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와 시세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고도화할 방침이다. HUG가 산출한 추정시세를 한국부동산원이나 KB 등 다른 시세정보, 실제 시장가격과 지속적으로 비교·검증해 모델을 보완하는 등 정확도와 신뢰도를 높이는 작업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HUG는 내달 중으로 고객지원 AI 챗봇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챗봇은 보증상품 안내, 업무 절차 등 반복적으로 접수되는 일반적인 문의를 중심으로 답변하게 되는데, 모든 상담을 AI로 처리하려는 것은 아니다. 최 처장은 "AI가 답변하는 범위를 반복적이고 일반적인 문의로 명확히 하고, 개별적인 판단이 필요하거나 사실관계가 복잡한 문의는 상담원이나 공사 직원의 전문상담으로 연결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를 통해 고객은 필요한 정보를 보다 쉽고 빠르게 확인하고, 상담원은 전문적인 판단이 필요한 문의에 집중하면서 전반적인 상담 서비스의 품질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서마다 'AX 메이커' 둔 이유
AI를 도입하며 기술이나 운영상 어려움이 없지는 않았다. HUG과 같은 공공기관뿐 아니라 다양한 민간 기업에서도 AI 적용에 따른 직원의 업무 적응, 관련 기술 활용 능력 관련 문제가 부각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 처장은 "중요한 건 기술 자체보다 직원과 조직의 일하는 방식을 함께 변화시키는 것"이라며 "실제로 작년에 전 직원 디지털혁신역량 수준 진단에서도 개인의 디지털·AI 활용 역량이나 프로젝트 참여 의지는 비교적 높았지만, 업무의 디지털화 등 조직 차원의 역량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고 털어놨다.
그는 "HUG도 AI 적용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만으로는 AX가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결국 개인의 AI 활용 역량을 높이는 것과 함께 조직 전체의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 처장은 "부서별로 'AX 메이커(Maker)'를 지정해 현장에서 각종 아이디어와 정보화사업 수요를 발굴하고, 이를 실제 AX 과제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각 부서와 IT 부서 간의 가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직원 교육도 일회성으로 끝내지 않고 수준과 역할에 맞춰 단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전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AI 우수사례 특강부터 AI·데이터 리터러시, AI 윤리, AX 전문역량까지 이어지는 교육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직원의 역할과 수준에 따라 교육 내용도 달리 하고 있다"며 "팀원은 생성형 AI와 데이터 활용 역량을 높이고, 관리자는 AI 시대에 필요한 리더십을 강화하는 한편 IT 인력은 전문 역량을 키우는 방식"이라고 했다.
최 처장은 "공공기관이 AI를 활용할 때 가장 큰 장점은 방대한 공공 데이터와 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라며 "반면 국민의 권리와 재산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민간보다 높은 수준의 안전성과 책임성이 요구된다"고 했다.
그는 이어 "HUG는 AI가 많은 정보를 빠르게 분석하고 업무를 지원하도록 하되, 국민의 권리나 재산과 관련된 중요한 의사결정에는 사람이 직접 확인하고 판단하는 '휴먼 인 더 루프(Human-In-The-Loop)'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는 AX 본격 추진 원년"
올초 최인호 사장을 새 사령탑으로 맞은 HUG는 올해를 AX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원년으로 삼는다는 구상이다. 최우석 처장은 "그동안 AI 전세 도우미와 보증이행 업무지원, 한컴 AI 솔루션 등의 시범사업과 PoC(아이디어·기술 검증)를 진행하는 등 AI 활용 경험을 쌓아왔다"며 "지난해 9월에는 디지털기획처를 AX기획처로 개편해 전담조직을 운영하는 등 AX 추진 기반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중장기적으로는 △AX 파운데이션(Foundation) △AI 리스크 매니지먼트(Risk Management) △AI 채권 회수(Debt Recovery) △AI 디지털 하우징 플랫폼(Digital Housing Platform) △AI 스마트 워크 이노베이션(Smart Work Innovation) 등 5개 전략 분야를 중심으로 기술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최 처장은 "핵심 업무 전반에 AI를 적용하는 방향으로 AX를 확대할 계획인데, 특히 리스크 관리와 채권회수, 보증심사, 대국민 서비스 분야를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고도화할 것"이라며 "먼저 AI를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와 데이터 기반을 갖추고, AI를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계획"이라고 했다.
추진 방식은 '퀵 윈(Quick Win)→파일럿(Pilot)→확산' 구조의 단계적 접근이다. 최 처장은 "단기간에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분야부터 적용한 뒤(퀵 윈), 시범 운영(파일럿)을 통해 효과와 안정성을 검증하고 적용 범위를 넓혀(확산) 나가려는 것"이라며 "그러나 보증심사나 리스크 관리처럼 국민의 재산과 권리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업무에는 사람이 직접 확인하고 판단하는 '휴먼 인 더 루프' 원칙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AI가 이상징후와 위험 패턴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오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며 "AI 분석 결과에 담당자의 검토와 판단을 반영해 최종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분석 정확도도 지속적으로 검증할 계획이다. 실제 사업자의 부실 여부와 AI 분석 결과를 계속 비교·점검하고, 새로운 위험 패턴이 발견되면 이를 분석모형에 반영하는 것이다. 검증과 보완 반복으로 오류 가능성을 줄여 AI 분석의 정확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AX와 관련해선 외부 전문기업과 협력에도 나선다. 그는 "모든 기술을 직접 개발하기보다는 HUG의 업무 전문성과 데이터에 민간의 AI 기술과 솔루션을 결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고객지원 AI 챗봇과 AI 기반 안심전세앱 고도화 사업이 외부 AI 자원을 활용해 비용 부담을 최소화한 사례기도 하다.
최 처장은 "앞으로도 핵심 데이터와 AI 활용 역량은 내부에 축적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과 솔루션은 외부 전문기업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AX를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