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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기다리는 무주택자, 청약통장 깨고 그냥 집 산다

  • 2026.10.09(금) 09:30

'생애최초 매수' 5년 만에 최대
높아진 분양가에 청약은 포기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하며 부동산 시장 수요 제어에 나서고 있지만 생애 처음으로 집을 사는 무주택자는 30대와 40대를 중심으로 늘고 있다. 실수요자의 매수세가 여전히 강한 것이다. 

이와 맞물려 분양시장의 열쇠인 청약통장을 해지하는 이는 늘고 있다. 내 집 마련 수요는 꾸준하지만 분양가가 급격히 오르고 당첨 기대감이 옅어지면서 수요자들이 청약 시장이 아닌 기존 주택 매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집합건물 소유권이전등기(매매) 생애최초 매수인 수./그래픽=비즈워치

생애최초 매수 5년 만에 최대

9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 서울 집합건물(아파트·연립·오피스텔 등) 생애최초 매수현황을 보면, 올해 9월까지 서울 생애최초 매수인 수는 6만5691명(10월6일 집계 기준)이다. 지난해 연간 단위 매수인 수인 6만1153명을 9개월 만에 넘어섰다. 2021년(8만1413명) 이후 최대치이기도 하다. 

올해 서울에서 생애 최초 매수인이 가장 많았던 지역은 강동구다. 6841명이 강동구에서 생애 첫 집을 마련했다. 그다음으로는 △노원(4715명) △강서(4656명) △은평(4111명) △송파(3621명) △성북(3448명) △구로(3350명) △영등포(3104명) 순이었다. 가장 적은 지역은 종로구(597명)였다. 

올해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자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비교적 중저가 주택이 밀집한 지역에서 주택 매수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서울의 아파트와 연립주택, 단독주택 등을 포함한 '주택종합' 매맷값 상승률은 6.68%다.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률은 3.58%이며 집값 급등기로 꼽히는 2021년에도 4.11%에 그쳤다.

임대차 시장의 불안도 실수요자의 주택 매수를 재촉하고 있다. 서울의 주택종합 전셋값 누적 상승률은 5.91%다. 지난해 1.17%와 비교해 4.74%포인트 차이다. 2021년도(3.2%)와 비교해도 2.71%포인트 높다.

월세 오름폭도 크다. 올해 월세 상승률은 5.65%다. 2024년과 2025년에는 각각 1.41%, 1.37%였다. 2021년도에도 1.0%에 불과했다. 전월세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자 실수요자가 임대 시장에 머무르지 않고 주택 매수에 나서는 것이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 랩장은 "전세가격 상승이 실수요자의 매매 전환을 자극할 수 있다"면서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은 지역에서 가격 강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전월세 가격이 오르면서 실수요자가 주택 매매 시장으로 움직이고 매맷값도 들어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청약통장 8월 말 기준 연도별 규모 변화./그래픽=비즈워치

"청약은 접을래요"

생애 첫 부동산 매수에서 가장 비중이 큰 연령대는 30대다. 올해 9월까지 생애 첫 부동산 매수에 나선 30대가 3만5844명, 그 다음은 40대로 1만3981명이다. 30대가 전체 매수인 중 절반 이상인 54.6%를 차지하며 40대도 21.3%에 달한다.

지난해 9월까지 30대의 생애최초 매수자는 2만2602명이었으며 40대는 1만772명이었다. 30대의 비율이 49.4%, 40대 비율은 23.6%였다. 올해 처음으로 내 집 마련에 나선 30대와 40대의 수가 지난해보다 늘고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30대와 40대의 차이는 청약제도와도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 40대 중반부터는 무주택 기간과 가입기간에 따른 만점을 받을 수 있는 연령대다. 무주택기간을 만 30세부터 산정하기 때문이다. 15년 이상 무주택자였다면 무주택 기간에 따른 가점상한 32점에 도달할 수 있고 15년 이상 청약통장에 가입했다면 이에 따른 가점도 상한인 17점까지 받을 수 있다. 

다만 전반적으로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줄고 있다.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청약통장(부금·예금·저축 포함) 가입계좌는 2574만524좌다. 1년 전인 작년 8월 말(2637만3269좌) 대비 62만4292좌, 2.4% 줄었다. 2022년 8월 말엔 2855만8977좌였는데, 4년 새 281만8453좌, 9.9% 감소했다.

서울 청약 경쟁률도 다소 떨어졌다. 직방에 따르면 올해 9월18일까지 분양공고가 난 단지를 기준으로 서울에서의 일반분양 청약 경쟁률은 63.1대 1이다. 2400가구 분양에 15만1473개의 청약통장이 몰렸다. 반면 지난해에는 1467가구가 청약 시장에 풀렸고 19만4975건의 청약통장이 접수됐다. 경쟁률은 132.9대 1이었다.

청약통장의 인기가 떨어진 가장 큰 원인은 분양가가 올랐기 때문이다. 기존 주택과 비교했을 때 가격적으로 이점이 없다는 것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8월말 기준 서울 민간아파트의 최근 1년간 평균 분양가는 공급면적 기준 3.3㎡당 6276만원으로 전년 동월보다 34.2% 올랐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청약 시장이 가격 이점이 있어야 내 집 마련 수요를 끌어들일 수 있지만 지금은 분양가가 너무 많이 올라 시세 차익 등을 기대할 수 없다"면서 "지금 무주택자는 영혼까지 끌어모으는 이른바 '영끌 매수'에 나서고 있는데 청약통장에 모은 돈도 주택매수 자금에 보태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분양가상한제 지역에서의 분양 물량은 내 집 마련 수요를 끌어들일 수 있지만 이 지역은 지금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밖에 없다"면서 "또 해당 지역에서 나오는 분양 물량도 극히 한정적이고 현재 대출 규제를 보면 청약에 나서기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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