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벽' 허무는 우리태권도교실

  • 2017.04.12(수) 16:20

우리은행, 우리다문화장학재단 2012년부터 운영
태권도 통해 예절·소통 체득..사회 적응에도 큰 힘

"으앙! 너무 어려워요!"

지난 8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로 가온태권도장에서 열린 우리태권도교실은 시끌벅적했다. 익숙하지 않은 운동을 배우는 게 어려워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쑥스러운지 교실에 들어가지 않으려 하는 아이도 있었다.

하지만 태권도 사범과 부모의 지도를 받으면서 아이들의 태도는 달라졌다. 수업에 적극 참여하면서 흥미를 보이더니 이내 서로에게 마음의 문을 열면서 어울렸다. 외국인 부모들도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즐겁게 태권도를 배웠다.

우리태권도교실은 우리은행의 우리다문화장학재단에서 올해부터 개설한 코너다. 4월 시작해 연말까지 진행하는데 외국에서 온 부모와 슬하의 자녀가 함께 태권도를 배우면서 한국 문화를 익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 태권도도 예절도 배워요

수업을 시작하기 전 몽골, 중국, 베트남, 일본, 나이지리아 등 세계 각국에서 온 부모들이 자기 소개를 했다. 가장 먼저 소개를 한 중국 출신 장리리씨(40)는 "중국에서 무술을 했던 어머니와 같이 배우러 왔는데, 나보다 더 잘할 것 같다"며 웃었다. 저마다 참가 이유를 밝히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됐다.

부모와 아이들은 간단한 체조를 하고 본격적으로 태권도 기술을 배웠다. 김광수 사범이 몽골에서 온 김춘근씨(41)를 앞으로 불러 함께 발차기 시범을 보였다. 김 사범이 자신과 김씨의 자세가 어떻게 다른지 묻자 한 아이가 외친다. "선생님이 더 멋져요!"

한껏 들떠 있던 아이들은 부모들에게 예절 교육을 받기도 했다. 중국인 부인과 함께 온 조성원씨(44)는 아들이 칭얼대자 따끔하게 지적했다. 태권도를 20년간 했다는 조씨는 "아이들이 운동뿐만 아니라 예의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 출신 아버지와 온 저스틴(8)도 "태권도가 너무 어렵다"면서 훌쩍였다. 하지만 어머니인 유지연씨(39)가 안아주자 눈물을 그치며 씩씩하게 수업을 따라갔다. 태권도를 처음 배워 몸짓이 서툰 아버지를 보며 웃기도 했다. 유씨는 "맞벌이를 하느라 아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적었는데 이런 시간을 갖게 됐다"며 즐거워했다. 

우리태권도교실은 다문화 가정 자녀의 적응 문제를 치료 차원에서 접근하는 기존의 틀을 뛰어 넘는다. 가족과 함께 참여하면서 긍정적인 자아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한 것. 이날도 아이들은 부모의 지도를 받으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감을 보였다. 유경민 사범은 "부모와 아이들을 함께 가르치는 경우는 이제껏 많지 않았는데 아이들이 생각보다 말을 잘 듣는다"고 칭찬했다.


◇ 학부모들 "어린 시절로 돌아간 느낌"  

수업을 즐기는 건 아이들만이 아니었다. 그 동안 한국 문화를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었던 부모들도 흥이 났다. 김춘근씨는 "요즘 다문화 가정 아이들은 교육을 잘 받을 수 있어서 내심 부러웠다"고 털어놓았다. 10여 년 전 김씨가 한국에 올 때만 해도 배움의 장이 마땅치 않았던 것. 김씨는 "이번엔 나도 같이 하게 돼 어린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라고 말했다

프로그램에 참석한 대다수 부모들은 한국에 온 후 직장 생활을 하느라 문화를 체험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아쉬워했다. 부모들의 한국 문화 이해를 높이는 기회가 되기도 한 셈이다. 사범들은 태권도복을 입는데 익숙지 않은 부모들을 위해 허리띠를 매주는 등 친절히 안내했다.

떠나온 문화가 다른 만큼 이곳을 찾은 사연들도 다양했다. 자녀가 다문화 가정 출신이라는 이유로 소외되자 또래친구를 사귈 수 있도록 수업을 신청한 경우도 있었다. 가정 형편이 기울면서 운동 부족인 아이를 학원에 맡기기 힘들어지자 이곳을 찾기도 했다. 우리태권도교실은 한국 사회 적응과 교육 기회에 목마른 다문화 가정에 '단비' 같은 기회가 됐다.


박수미 우리다문화장학재단 팀장은 "초반에 뻣뻣했던 아이들이 서로 격려하며 가까워지는 모습이 따뜻하게 느껴졌다"면서 "대부분의 기업들은 기부금을 전달하는데 그치지만 우리은행은 교육 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하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다문화 가정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2012년 탄생한 우리다문화장학재단은 태권도 교실 외에도 결혼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한 케이팝 댄스 교실과 가죽공예 교실, 다문화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로 구성된 어린이 합창단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