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GC, 지속가능경영 돕는 '가이드독'"

  • 2017.08.17(목) 15:27

박석범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사무총장 인터뷰
"국내기업, 지배구조 개선, 정보 공개에 더 힘써야"
"KT 감염병 확산방지 프로젝트는 최고 모범사례"

'지속 가능한 경영'이라는 화두는 우리나라에만 국한한 것이 아니다. 코피 아난 전 UN 사무총장은 1999년 1월31일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세계 글로벌 기업 리더들에게 사회윤리와 국제환경 개선을 위해 UN기구들과 기업들이 협력해 나가자고 발의했다. 국경을 넘어 다국적기업으로 커가는 기업들이 국제기구와 파트너십을 통해 세계경제의 지속균형발전을 이루자는 게 목표였다.

 

이를 계기로 2000년 뉴욕 UN본부는 유엔글로벌콤팩트(UNGC)를 처음 발족했다. 이어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 2006년 11월 UNGC를 중점 추진 어젠더로 부각시켰다. 경제·통상 전문가로 꼽히며 40년 가까이 외교관으로 활동하다 올초부터 UNGC 한국협회를 이끌고 있는 박석범 사무총장에게 '지속가능경영'의 세계적 흐름을 물었다.

 

 

-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지속가능경영은 일반인에게는 뜬구름 같은 얘기다.
▲세계화가 가속화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보편화되면서 이제 회사의 비재무적 요인들이 비즈니스의 직접적인 타격으로 돌아온다. 예를 들어 기업이 부패 스캔들에 휘말리거나, 해외 공급망내에서 아동노동 등 불법적인 문제에 연루되면 브랜드에 막대한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직원 사기를 저하시키고, 장기적 비즈니스 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비재무적 이슈일지라도 장기적인 재무 성과에는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됐다는 얘기다.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기보다 지속적으로 신뢰와 사회적 자본을 쌓으면서 폭넓은 사업 기반을 만들어 가는 것이 지속가능경영이다.

 

- 광범위하게 들린다. 지속가능경영의 핵심은 뭔가.
▲지속가능경영에는 3가지 요소가 있다. 환경·사회·지배구조, 바로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다. 최고경영자(CEO)가 기업의 장기적 성공을 위해 이 3가지 요소를 갖춰야 한다고 인지하는게 가장 먼저다. 기업의 경영활동, 무역과 투자는 세계의 번영과 평화를 위한 필수요소다. 하지만 기업은 착취적 관행, 부패, 소득 불평등, 불공정 거래 등과 같은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이를 없애나가는 게 핵심이다.

 

- UNGC 회원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가입 단체는 어떤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
▲UNGC 회원이 되려면 기업이나 단체가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 '인권·노동·환경·반부패' 등 4대 분야, 10대 원칙들을 지지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CEO 명의의 서한을 UN 사무총장 앞으로 발송해야 한다. 가입이 곧 약속이란 의미다. 그리고 약속이 이행되도록 실질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10대 원칙이 회원 단체의 전략, 문화, 일상적 운영의 일부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업 및 브랜드 가치, 직원이 사기와 생산성, 경영효율성 등을 높일 수 있다. 또 UN의 세계적 네트워크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해 민감한 세계 현안 협의과정에 주도적인 위치에서 참여해 상시적인 위기관리를 할 수 있다.

 

- 더 많은 기업들이 지속가능경영에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어떤 활동을 하나.
▲기본적으로 UNGC는 유엔지속가능발전목표, 즉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와 환경협약, 반부패협약 등 세계적 합의가 이뤄진 기준들을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위한 원칙과 방향을 제시한다. 크고 작은 세미나, 워크숍, 캠페인 등을 운영하며, 각종 자료를 공유해 지속가능성 이슈에 관한 세계적 동향과 정보를 전달하고, UNGC 가치를 기업경영에 내재화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 회원 대상 활동은 어떻게 이뤄지나.
▲UNGC는 회원들에게 10대 원칙 이행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영리회원은 1년에 한번씩 'COP(communication on Progress)'를, 비영리회원은 2년에 한번씩 'COE(communication on Engagement)'를 제출한다. 사실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이 보고서는 단순한 의무사항이 아니라 해당 기업이 UNGC의 가치와 원칙을 기업의 역량과 어떻게 연계해서 약속을 지키고 있는지 보여주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리포트를 통해 기업은 소비자를 비롯한 여러 이해 관계자와 신뢰를 제고하고, 기업의 지속가능성 향상을 위한 비즈니스 기회를 파악할 수 있다.

 

-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
▲UNGC는 기업 청렴성 유지에 이 보고서 제출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제출하지 않는 기업은 회원사에서 제명된다. 올해 상반기까지 세계적으로 약 7220개 이상의 기업 및 기관이 리포트 미제출로 제명됐다. 물론 회원사들이 효과적으로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지원하고, 참여 회원이 요청하면 사회책임 및 지속가능성 분야에 대한 자문도 제공한다.

 

 

- 과거 '폭스바겐 스캔들'처럼 자타공인 글로벌 기업에서도 기업경영 측면의 비윤리적 이슈가 발생하곤 한다. 이런 일이 생기면 어떻게 대응하나
▲UNGC는 기업 지속가능성 향상을 위한 '가이드독(Guidedog, 안내견)'이다. 또 언론과 마찬가지로 '워치독(Watchdog, 경비견)'으로서의 역할도 한다. 폭스바겐 스캔들 사건 때 UNGC 본부에서 해당기업을 접촉해 스스로 문제해결을 위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고, 향후 UNGC와 어떤 활동을 할 수 있는지를 파악했다. 당시 상황에 따라 폭스바겐은 2015년 11월 스스로 탈퇴를 결정하게 됐다. 하지만 이런 기업 위기가 다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폭스바겐이 현재 투명성과 윤리성 강화를 위한 자정의 노력을 하고 있는 만큼 내부적으로 UNGC 원칙을 지킬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면 재가입도 가능할 것이다.

 

- 국내에서도 작년 말 정치권 혼란 속에 기업 부정, 부당당행위들이 사회적 이슈가 됐다. 이런 이슈와 관련한 활동은.
▲혼란의 원인은 결국 부패였다. 부패한 사회에서는 정부에 대한 신뢰가 쌓이기 어렵고 빈곤이 악화되며 여기에 소속한 기업의 가치 역시 떨어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행위에 대한 교육이라고 생각하고 회원 지원활동을 하고 있다. 애초에 연루되지 않도록 사전에 주의의무를 다하는 것(due diligence)이 가장 중요하다. 우선 기업들은 내부적으로 준법 윤리경영을 강화하고, 이해 관계자에게 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또 기업간 또는 동종 산업의 공동노력(Collective Action)에 참여해 기업간 신뢰를 조성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업들의 반부패 우수 경험을 공유해 부패방지 절차와 시스템, 문화를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다.

 

- UNGC가 운영하는 '페어플레이어클럽(FPC)'이 그런 맥락인가.
▲ FPC는 준법·윤리경영 민관협력포럼이다. 현재까지 128개 기업이 페어플레이 서약을 했다. 2015년부터 3년간 세계은행, 지멘스 등과 함께 캠페인을 벌여 세미나와 포럼을 열고 국내외 반부패 동향과 국제협약, 글로벌 수준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소개해 왔다. 참여기업에는 반부패 가이드라인과 방법을 제공하고 있다. 핵심은 기업과 정부, 시민사회가 함께 시장 경쟁에서 공정하고 깨끗한 비즈니스가 이뤄지도록 '공동노력'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국내에선 첫해에 해외건설협회, 한국사내변호회 등을 7개 단체와 같은 산업군에 있는 기업 담당자들을 모아 세미나를 했다. 작년에는 7대 광역자치단체 및 지역상공회의소와 협력해 지역으로 캠페인 범위를 넓혔다. 올해는 영국, 스웨덴 등 7개국 대사관 및 외국 상공회의소와 협력해 외국계 기업, 해외에 진출한 우리기업과 함께 준법윤리경영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 기업 외에 다른 사회구성원을 상대로 하는 활동도 있나.
▲청년들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또 지속가능한 미래의 리더가 될 수 있도록 대학생 대상 교육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오는 21일부터는 도쿄에서 '한·중·일 라운드테이블'이 열린다. 각국 기업과 학계 인사들이 모여 협력 방안과 아시아의 CSR 발전 방안을 논의하는 행사다. 여기에도 대학생 10여명을 참여시켜 및 일본 대학생들과 함께 양성평등, 책임 있는 소비와 생산, 반부패 등에 대해 공부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제공한다.

 

- 한국협회가 만들어진 지 곧 10년이다. 그동안 한국 기업들은 얼마나 변했다고 보나.
▲다음달이면 한국협회 창설 10주년이다. 처음 시작할 때는 규모가 작았지만, 이제 약 240개 국내 기업과 기관이 회원사로 참여할 만큼 한국사회에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수준이 높아졌다. 우리가 손을 뻗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기업들도 늘었다. 회원사 중에는 글로벌 수준으로 우수한 사회적 책임 이행 기업들도 있다고 본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UNGC 창립자 게오르그 켈 전 사무총장은 한국 기업의 현재 지속가능경영이나 사회적 책임 활동 노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고도 발달한 기술 산업의 영향으로 비즈니스에 있어 환경적 영향 측면이나, 자원 효율성 면에서 기업들이 강점을 가지고 있고, 특히 높은 교육수준과 사회 결속력이 매우 큰 경쟁력이라고 했다.

 

- 최근 이슈에서 보이듯 아쉬운 부분도 있을 텐데.
▲켈도 지적했는데 지배구조 개선이나 기업의 정보공개 투명성 등은 더 강화해야 할 측면이라고 생각한다. FPC 서약참여 기업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지만 고위경영자가 부패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공표한 기업이 전체의 90%, 법률과 일관성을 갖춘 내부 반부패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고 답한 기업이 96%였다. 하지만 FPC 회원사에서도 반부패 프로그램 내용과 이행 상황에 대한 공시, 특히 부패 리스크 평가와 특정 위험 분야, 사업 파트너 프로그램 적용 등 프로그램 이행이 취약한 부분에 대한 공시 제도는 미비한 걸로 나타났다. 기업의 반부패 프로그램에 대한 공시는 반부패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표명해 구성원이나 협렵사에 강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 최근 국내 회원사 중 모범이 될만한 곳이 있을까?
▲올해 초 UNGC '리드 컴퍼니(LEAD Company)'가 된 KT가 좋은 사례다. 세계 9000여 가입기업중 적극적으로 활동을 이끌어나가는 40곳이 리드 컴퍼니다. KT는 SK텔레콤, LG전자에 이어 국내기업중 세번째로 여기 들었다. 작년 뉴욕 본부에서 열린 리더스 서밋(UN Global Compact Leaders Summit 2016)에서 KT 황창규 회장이 직접 전세계 130여 개국에 걸친 UNGC의 지역 네트워크와 함께 '로밍 빅데이터를 활용한 감염병 확산 방지 프로젝트' 협력 방안을 발표했다. 통신 기업의 핵심역량과 기술, 노하우를 활용해 세계가 직면한 문제해결에 협력하는 이상적인 모델로 세계의 극찬을 받았다. 우리 회원들이 UNGC 원칙을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직접 보여주는 이행보고서는 누구든 UNGC 홈페이지에서 직접 볼 수 있다. 이걸 보면 훌륭한 사례가 많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 작년 뉴욕서 열린 UNGC 리더스 서밋에서 황창규 KT 회장이 '로밍 빅데이터를 활용한 감염병 확산 방지 프로젝트' 협력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 UNGC)

 

- 지난 활동에 대한 소회와 앞으로의 포부 등이 궁금하다.
▲지난 10년 동안 어려운 여건 아래서 UNGC 한국협회의 오늘이 있기까지 조직을 이끌어온 관계자 분들의 많은 노고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분들의 헌신과 열정에 고마움과 존경심을 갖고 있다. 또 앞으로 더욱 분발해야겠다는 다짐도 한다. UN이 주도한 유엔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국내 전파는 물론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 차원에서 추구하는 SDGs 활동을 한데 묶고, 연결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고 싶다. 언론의 참여도 중요하다. 우리가 가이드독이 된다면, 언론은 워치독 역할을 해줘야 한다. 모쪼록 비즈니스워치에서도 잘 지켜봐 주길 당부한다.

 

■ 유엔글로벌콤팩트는
유엔글로벌콤팩트(United Nations Global Compact, UNGC)는 기업이 '인권·노동·환경·반부패'라는 4대 가치를 중심으로 10가지 원칙을 준수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다하는 가운데, 기업의 지속가능성(Corporate Sustainability)을 이루도록 돕는 전세계 최대 규모의 기업시민 이니셔티브다. 현재 전세계 162개국 1만2505개 회원(9454개 기업회원 포함)이 참여하고 있다. 현재 78개국에 협회가 협회가 운영되며 한국협회는 2007년 9월에 설립해  약 240여개 기업과 기관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국협회장은 작년 7월부터 이동건 부방그룹 회장이 맡고 있다.

 

■박석범(朴錫凡) UNGC 한국협회 사무총장은
외교통상부 국제경제국장, 한미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차석대표를 역임하는 등 외교가에서 경제·통상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1978년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이듬해 외무고시 13기로 당시 외교부에 발을 들였다. 본부 경제기구과장, 주경제협력개발기구(OECD)대표부 참사관, 주유럽연합(EU)대표부 공사를 비롯해 주방글라데시대사, 주이라크대사, 주휴스턴총영사를 지냈다. 프랑스 국제행정대학원 국제관계학 석사, 휴스턴대 경영학 석사(MBA)다. 지난 4월부터 UNGC 한국협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