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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취미인듯 직업인듯 시니어 일자리

  • 2018.06.08(금) 09:35

<인생 2막, 준비 또 준비하라>꿀팁④
8년차 숲 해설가 이재 씨가 전하는 다양한 시니어 잡
"은퇴 후 좋아하는 일 찾아 건강·돈·취미 '일석삼조'"
가교 놓아준 서울시 기술교육원…수십여 과정 무료

우리나라도 이제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시니어 일자리는 국가적인 차원의 해법이 필요한 문제다. 중앙부처와 각 지자체, 민간지원단체 등을 잘 활용하면 시니어 일자리를 위한 다양한 팁을 얻을 수 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 막막한 시니어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사례와 꿀팁을 소개한다. [편집자]


◇ 숲 해설가 이재 씨의 하루

숲 해설가 8년차 이재(61) 씨의 하루는 베란다에서 기르는 난의 잎을 닦는 것으로 시작한다. 여유롭게 아침을 여는 이씨가 오전 일찍 향하는 곳은 중랑구청과 봉수대공원을 옆에 낀 그의 일터다.

이씨는 오전 9시 중랑구청으로 출근해 10시부터 구와 연계된 어린이집과 유치원 아이들을 맞이한다. 이씨를 '다람쥐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아이들이다. 이달 주제는 애벌레인데 주제 공부를 위해 강의를 마친 오후에는 6시 퇴근 전까지 다음날 교육 준비 차원에서 현장 답사에 나선다.
 
▲ 숲 해설가 이재 씨가 제2 일터인 서울시 중랑구 봉화산 둘레길에서 오전 수업을 준비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사진=방글아 기자
 
이씨가 숲 해설가 자격을 취득한 건 2011년 이사로 재직하던 회사를 떠나면서다. 느지막한 나이에 새로운 일자리를 찾게 된 그는 그간 잊고 지내던 '좋아하는 일'에 초점을 맞췄다. 숲을 벗 삼아 지낸 어린 시절의 기억이 좋아 이씨는 집 근처 교육원에서 조경기능사 공부를 시작했다. 그러다 우연히 찾은 강릉의 한 수목원에서 한 숲 해설가를 만나곤 '이거다!' 생각했다고 한다. 

한때 고등학교 교사를 지내 가르치는 일이라면 자신이 있었던 이 씨는 그렇게 운명처럼 다시 숲으로 돌아왔다. 지금은 누구보다 행복한 인생 2막을 보내고 있다. 이 씨는 "숲에서 손주 같은 아이들에게 자연과 교감하는 법을 알려주는 일을 하면서 건강과 돈, 취미를 모두 얻었다"면서 "아이들이 반갑게 맞아줄 때, 숲 해설을 들은 탐방객이 남긴 행복한 후기를 읽을 때 특히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 숲 해설가로 활동하려면

이재씨처럼 숲 해설가로 활동하려면 산림청이 공식 지정한 양성기관에서 관련 교육을 이수하고 공인 자격증을 따야 한다. 전국에 숲 해설가 양성기관은 31곳으로, 자격증 취득을 위한 공부 난이도는 높지 않다는 평가다.

교육 시간은 170시간 이상이며, 수강료는 110만~180만원 정도다. 양성기관 전체 명단은 산림청 홈페이지(www.forest.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숲 해설가가 되고 나면 일터는 전국 곳곳에 있다. 주요 일자리 정보는 산림복지진흥원 홈페이지(www.fowi.or.kr) 인재채용 코너 등에 수시로 업데이트되며, 
채용 형태는 대부분 기간제 계약직이다.
최근에는 산림복지전문업체를 통한 채용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4월 9일 기준 현재 등록된 산림복지전문업체는 190곳으로,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 54곳이 있다. 급여 수준은 높지 않지만 이재 씨처럼 좋아하는 일로 인생2막을 보내고 싶은 은퇴자라면 제격이다. 더욱이 새 정부 들어 계약직 근로자에 대한 처우가 개선되면서 급여도 높아지는 추세다.

숲 해설가와 함께 취득하기 좋은 자격증은 유아숲지도사와 숲길체험지도사가 꼽힌다. 산림청이 공인하는 3대 국가 자격이다. 유아숲지도사가는 숲 해설 수요자 상당수가 유치원생 등 미취학 아동이기 때문에 특히 인기라는 평가다.

◇ 시니어 일자리, 취미 배우기로 시작

이재 씨에게 숲 해설가의 연을 맺어준 건 서울동부기술교육원이다. 오전에는 교육원에서 조경을 공부하고, 오후에는 산림청 등록 양성기관 중 한곳인 숲생태지도자협회에서 숲을 공부했다.

실제 서울시가 운영하는 교육원에서 은퇴 후 첫 일자리 정보를 얻는 이들이 적지 않다. 서울시는 중부와, 동남북부 등 총 4곳에서 기술교육원을 운영 중인데, 이곳에서 제공하는 과정은 바리스타, 옻칠나전, 한국의상, 가구디자인 등 수십여개 달한다.

교육원 과정은 3개월짜리 주야간 단기 과정부터 1년 정규 과정, 지역산업 맞춤형 인력양성 과정 등 다양하다. 특히 서울시와 국비 지원으로 전 과정이 '무료'여서 마음만 먹으면 쉽게 배울 수 있다. 기술교육원 과정에 등록하려면 매년 1~2월에 열리는 상반기 모집 전형이나 7~8월 하반기 전형에 합격해야 한다. 서울시 거주자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원서 접수는 지역별 교육원 홈페이지나 직접 방문을 통해 가능하다.

이씨는 "조기퇴직을 하고 돌아보니 그간 너무 앞만 보고 살아왔구나라고 느꼈다. 지금은 좋아하는 일을 하며 노후를 보낼 수 있어 보람되고 행복하다"며 "좋아하는 것을 배우며 시작한 것이 가장 잘 맞는 일자리를 찾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시리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