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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기술로 ESG 실현'…SKT는 온실가스 어떻게 줄였나

  • 2021.05.25(화) 08:30

[창간기획]ESG경영, 이제는 필수다
이준호 SK텔레콤 사업담당 부사장 인터뷰
'탄소제로' 큰그림 실현 위해 'RE100' 가입
스타벅스와 재활용컵 사업 7월부터 본격화

전국에 촘촘히 깔려 있는 통신 인프라 시설은 전기를 의외로 많이 잡아 먹는다. 중계기와 기지국 등의 시설은 24시간 전파를 발생해야 하기 때문에 적지 않은 전력을 소모한다.

유무선 전화 회선과 광케이블 등의 네트워크 설비를 빽빽히 갖춘 거점 시설인 통신 국사만 해도 '전기 먹는 하마'로 꼽힌다. 국사는 온실가스 배출 규제 대상으로 지정되어 있을 정도다. 이 말은 즉 통신사들이 시설을 운영하는데 드는 전기를 아끼면 그만큼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준호 SK텔레콤 ESG 사업담당 부사장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SK텔레콤은 국내 통신분야 최초로 정부로부터 온실가스 감축을 인증 받은 곳이다. 이 회사는 서울시를 포함 전국 78개시 기지국과 중계기에 3G·LTE 장비를 통합하는 기술을 2019년부터 적용, 관련 전력량을 절반 넘게 줄이고 있다.

이를 통해 작년말 환경부로부터 온실가스 저감에 따른 탄소배출권 1117톤을 인정 받았다. SK그룹 차원에서 목표로 내건 'RE 100(Renewable Energy 100%)' 이행, 즉 2050년 이전에 기업 활동에 필요한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기 위한 의미있는 발걸음을 내딛은 것이다.

이준호 SK텔레콤 ESG 사업담당 부사장은 지난 14일 비즈니스워치와 인터뷰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넷제로(Net Zero, 탄소중립)를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 RE 100이긴 하나 이 하나로는 완벽하지 않다"라며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나무를 대규모로 심는다거나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탄소 포집 기술을 적용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동원해야 궁극의 탄소중립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세계가 기후 위기의 주범인 탄소배출량을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도 '탄소중립 2050 비전'을 선언하면서 탄소중립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SK그룹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수단으로 RE 100에 동참했다. 아울러 주요 통신 계열사인 SK텔레콤은 다른 7개 계열사들과 함께 이 운동에 참여키로 했다.

특히 SK텔레콤은 ICT 기술을 본업인 통신에 접목해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방식으로 ESG 경영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 부사장은 "그만큼 환경에 대한 문제가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기후변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고 비즈니스를 하면 인류는 결국 공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인류 전체의 생존을 위한 차원에서 비즈니스를 바라보기 시작했다"라며 "이를 위해 온실가스 절감 기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SK텔레콤은 첨단 기술 역량과 외부 업체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그린 ICT'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통신 장비에 친환경·고효율 ICT 인프라 기술을 적용해 전략 사용량을 줄이는가 하면 기지국 트래픽 부하량의 데이터를 모니터링해 전력 사용량을 최적화하는 방안을 적용했다.

이렇게 축적한 에너지 절감 노하우를 다른 기업에도 전수해주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위해 전력 비용 컨설팅 관리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했다.  

환경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외부 업체와의 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코리아 등과 추진하고 있는 재활용컵 사업을 꼽을 수 있다.

이 부사장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오늘 7월부터 SK텔레콤과 손잡고 일부 매장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컵 대신 재활용이 가능한 개인용 컵을 보증금 1000원을 받고 판매한다. 빈컵은 스타벅스 매장 혹은 SK텔레콤 대리점이나 길거리에 설치한 무인 기기를 통해 수거한다. 

스타벅스 고객이 음료를 다 마시고 구매한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그대로 돌려 받는다. SK텔레콤은 번화가 곳곳에 컵을 거둬들이는 무인 시설을 설치, 여기에 인공지능(AI) 기반 인식 기술을 탑재해 컵이 훼손됐는지 혹은 판매한 컵이 제대로 들어 왔는지 등을 확인한다.

이렇게 수거한 컵은 세척 과정 등을 거쳐 재활용한다. 플라스틱 컵의 불필요한 사용을 줄이기 위한 환경 캠페인이다. 

이 부사장은 "지난해 플라스틱컵 남용 관련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SK텔레콤은 환경부와 서울시, 스타벅스코리아 등이 참여한 '해빗 에코 얼라이언스(ha:bit eco alliance)'에 참여했다"며 "스타벅스를 시작으로 재활용컵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스타벅스코리아도 일회용 플라스틱이 없는 매장을 장기 목표로 환경 프로그램을 추진한다는 예정이다. 

이 부사장은 "SK텔레콤이 ESG 경영을 통해 가장 신경쓰는 분야가 환경"이라며 "인류 공동의 가장 시급한 과제인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러한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친환경 ICT 기술 개발 뿐만 아니라 사회 안전망 강화와 글로벌 선진 거버넌스 체계 확립 등에도 역량을 모으고 있다. SK텔레콤은 이 같은 활동의 사회적 가치를 금액으로 수치화해 2018년부터 발표하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2조원에 육박한 1조9457억원의 성과를 거뒀다. 이는 전년보다 4% 증가한 수치다. 

이 부사장은 SK텔레콤이 추구하는 ESG경영의 대해 '따뜻한 자본주의'라고 정의했다. 그는 "ESG 경영에 앞서 SK그룹은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을 위한 활동을 꾸준히 하면서 공유가치를 창출해왔다"라며 "과거에는 재무 제표 상의 경제적 가치를 중요시 여겼다면 지금은 자본주의 경제 체제에서 생길 수 있는 부의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CSR과 ESG경영은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본질이 맞닿아 있다"라며 "따뜻한 자본주의를 통해 기업이 돈만 벌어선 결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풀어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