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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수소환원제철에 '20년+20년' 쏟는다

  • 2021.06.02(수) 10:15

[창간기획]ESG경영, 이제는 필수다
탄소배출 제로 수소환원제철
"고로 폐기하는 혁신적 도전"

ESG 경영이 대세다. 투자유치, 수주 등 경영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국내 많은 기업과 금융사들이 핵심 경영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ESG 경영은 금융투자, 스타트업 육성, 제품 개발 등 실질적인 기업활동에 적극적으로 녹아들고 있다. 비즈니스워치는 다양한 ESG 경영활동이 이뤄지는 현장을 발굴해 공유함으로써 ESG경영 확산에 기여하고자 한다. [편집자]

철강은 온실가스 최다 배출 업종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9년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 가운데 16.7%(1억1700만톤)가 철강업계에서 나왔다. 석탄을 태워 철광석을 녹이는 철강업계가 짊어진 '원죄'인 셈이다.

국내에서 가장 큰 책임을 지고 있는 업체는 포스코다. 국내 철강산업 탄소배출량의 70%를 포스코가 차지하고 있다. ESG(환경·사회·거버넌스) 경영은 포스코에 거부할 수 없는 변화이자 더 미룰 수도 없는, 생존이 걸린 문제인 것이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용광로 사라진다

포스코의 최고경영자도 이 같은 인식에 공감하고 있다. 최정우 회장은 최근 열린 '2021 P4G 서울정상회의'에서 "기후변화 대응은 산업혁명 이후 익숙해진 인류의 발전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과거 어느 때보다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포스코는 작년 말에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렸다. 2050년까지 탄소 배출을 '0'으로 만들겠다는 '포스코 2050 탄소중립' 선언이다. 2030년 20%, 2040년 50% 등 단계적으로 탄소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다.

탄소 배출이 없어진다는 것은 제철소에 고로(용광로)가 사라진다는 의미다. 고로에 석탄을 넣어 1500°C 이상의 고온에서 철광석을 녹이는 것이 제철이다. 이 과정에서 일산화탄소(CO)가 발생해 철광석(Fe2O3)에서 산소를 분리시키는 환원반응이 일어나는데, 이때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탄소배출 제로'는 포스코의 생산방식을 통째로 바꾸는 도전인 셈이다.

핵심기술은 수소환원제철이다. 석탄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사용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0'으로 만드는 기술이다. 최 회장은 "기존의 고로방식을 폐기하고 완전히 새로운 철강공법으로 전환하는 혁신적 도전"이라고 전했다.

20년 쏟았고 20년 더 쏟는다

도전은 이제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포스코는 1992년 수소환원제철의 원천기술격인 파이넥스(FINEX)의 기초 연구에 착수해 2007년 상용화 설비를 준공했다. 파이넥스는 가루 형태의 철광석과 석탄을 고로 대신 유동환원로와 용융로라는 설비에 넣고 쇳물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현재 포항제철소에선 200만톤급 상용 파이넥스설비를 운용 중이다.

이 파이넥스 기술을 업그레이드하면 수소환원제철이 완성된다. 파이넥스는 수소 25%와 일산화탄소 75%를 환원제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 수소 함량을 100%로 끌어올리는 숙제가 남은 것이다.

지난 1월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전시열 생산기술전략실장은 "수소를 25%에서 100%로 올리는 것은 쉽지 않고 불확실성이 높은 기술"이라며 "파이넥스 연구를 시작해 데모플렌트까지 완수하는데 20년이 걸렸는데, 수소환원제철은 2030년 데모플랜트를 가동하고 2040년까지 개발을 완료하겠다"고 말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파이넥스 공장 / 사진 = 회사 제공

혼자서 못한다

범정부적 지원을 받은 해외는 한발 앞서고 있다. 지난해 스웨덴 철강사 SSAB는 수소환원제철 시범 공장 가동에 들어갔다. 이 프로젝트엔 유럽 최대 철광석 생산업체(LKAB)와 스웨덴 다국적 전력회사(Vatenfall)가 함께 참여했다. 

이번 달 독일 정부도 철강사업의 친환경적인 전환을 위해 2024년까지 최소 50억유로(6조7743억원) 지원을 약속했다. 독일 내 탄소배출 제로 철강생산을 위해 투입되는 비용은 총 350억유로로, 그중 약 100억~120억유로는 향후 30년간 정부가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국내에서도 포스코 혼자 힘으론 어렵단 얘기다. 지난달 산업부와 산업계 주도로 '탄소중립 산업전환 추진위원회'가 출범했고 핵심기술개발 과제 중 하나로 수소환원제철이 선정됐다. 하지만 아직 예산의 규모 등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달 P4G 서울정상회의에 참석한 유병옥 포스코 부사장은 "수소경제의 성공적 안착은 기업이 독자적으로 수행하긴 불가능하다"며 "지금의 석탄을 활용한 철강공법을 완전히 바꿔 수소환원제철로 나아가기 위해선 수소가 충분히 값싸고 안정적으로 공급돼야하는데 정부 지원 없이는 수소경제로 전환이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소경제 큰 그림 그린다

포스코는 더 큰 그림도 그리고 있다. 수소환원제철 개발뿐 아니라 수소를 직접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작년 말 포스코는 2050년까지 수소 생산 500만톤 체제를 구축해 수소사업에서 매출 3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2025년 부생수소 7만톤 생산, 2030년 블루수소 50만톤 확보, 2040년 그린수소 200만톤 생산 등 단계적으로 수소 생산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제철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로 생산하는 부생수소에서 생산과정에서 탄소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 그린수소까지 점차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다. 

최정우 회장은 "호주, 중동, 남미 등 국가에 그린수소 거점을 구축하고 생산된 그린수소는 국내에 도입하거나 해외에 판매할 계획"이라며 "장기적으로 국내에서도 그린수소를 생산할 것"이라고 전했다.

/ 그래픽 = 비즈니스워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