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비전 2024서 AI칩 '가우디3' 공개…하반기 출시
네이버 등 협력사 손잡고 오픈 생태계 형성 나서
인텔이 AI(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에 본격적인 진출을 선언하며, 현재 시장을 독점한 엔비디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후발주자로 시장에 진입한 만큼, AI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앞세워 격차를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네이버와 손을 잡고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나아가 거대언어모델(LLM) 학습 인프라 구축도 추진한다.
엔비디아 잡아라…"H100보다 뛰어나고 저렴"
인텔은 지난 9일(현지시각) 미국 피닉스에서 열린 '인텔 비전 2024' 행사에서 최신 AI 칩인 '가우디3'를 공개하고, 네이버와의 협업을 발표했다. 이어 국내에서는 11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열린 인텔 비전 미디어 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계획을 밝혔다.
가우디3는 효율적인 대규모 AI 컴퓨팅을 위해 5나노미터(nm) 공정으로 제조·설계됐다. 이날 인텔은 가우디3가 엔비디아의 주력 AI 반도체인 H100 대비 성능이 높다고 주장했다. H100와 비교해 학습 시간을 50% 단축할 수 있고, 추론 처리량도 50% 빠르며 전력 효율도 40% 향상됐다는 게 인텔 측 설명이다.
특히 가우디3는 가격적인 측면에서 이점이 클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엔비디아의 H100은 수급난에 웃돈까지 붙어 거래되고 있는 상황이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운 인텔의 가우디3가 시장에서 주목받는 이유다.
인텔은 올 하반기 가우디3를 전격 출시할 계획이다. 이보다 앞서 델(Dell), HPE, 레노버(Lenovo), 슈퍼마이크로(Supermicro) 등의 OEM(주문자상표부착위탁생산) 시스템에는 2분기부터 탑재될 예정이다.
네이버 손잡고 생태계 키운다
인텔은 이번 행사에서 개방적이고 접근 가능한 AI 생태계를 지원하겠다는 의지도 강하게 나타냈다. 다양한 업계의 기업 파트너가 생성형 AI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수단으로 가우디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겠다는 것이다. 엔비디아가 AI 애플리케이션 지원 소프트웨어 플랫폼 '쿠다(CUDA)'를 통해 폐쇄적인 생태계를 앞세운 것과는 차별화된 전략이다.
국내의 대표 파트너사는 네이버다. 네이버는 인텔과의 협력을 통해 스타트업과 학계를 포함하는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혁신적인 생성형 AI 모델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도록 지원하고 가우디 기반 LLM 학습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이날 행사에 온라인 참석한 이동수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AI 담당 이사는 "쿠다는 좋은 프로그램이지만 메모리 관련 문제 때문에 프로그래밍 짜는 것이 어렵고 하드웨어 지식도 많이 요구한다"며 "이번 협력은 기존 하드웨어에 대한 이해, 역량이 높은 분들을 초대해 오픈소스화해서 생태계 확장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권세중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 AI 이피션시 팀 리더는 "가우디를 직접 사용하고 오픈소스를 공개하는 형태의 협업을 계속 만들어갈 것"이라며 "가우디를 많이 쓰는 만큼 그 결과물이 대중에 공개되고, 결과물을 보면서 새로운 유저들이 가우디2에 두려움 없이 진입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번 협력으로 네이버는 가우디2로 자사의 초대규모 AI인 '하이퍼클로바X'를 테스트한다. 인텔이 새롭게 선보인 가우디3는 적용하지 않지만, 향후 적용 가능성도 열어놨다.
권 리더는 "가우디2와 가우디3가 완전히 다른 종류의 칩이 아니라 가우디 생태계를 확장하면 연결될 수밖에 없다"며 "지금은 가우디2를 보고 있지만 가우디3까지 어우르는 생태계라는 점에서 계속 이어간다고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