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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금융플랫폼' 증권사 MTS 변신은 어디까지

  • 2023.06.12(월) 09:00

창간10주년기획[DX인사이트]
토스증권이 포문 연 '쉽고 간편함'…대세로 우뚝
PB 상담 신청하고 구미 맞춰 AI 투자…초개인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을 계기로 분 비대면 투자 바람으로 국내 주식투자 인구가 1500만명에 육박한 가운데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은 대표 거래 수단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10명 중 1명 정도에 불과했던 MTS 거래비중은 이제 전체의 절반에 육박한다.

사용자가 급증하면서 MTS도 하루가 다르게 진화 중이다. 주식을 사고파는 도구에서 나아가 투자자가 원하는 정보를 맞춤형으로 제공하고 이해시키며 인공지능(AI)과 접목해 투자 전문가로서의 컨설팅도 서슴지 않는다. 단순 투자플랫폼에서 종합 금융플랫폼으로의 '대변신'이다. 

/그래픽=비즈워치

무조건 '투자자' 중심…대형사도 사활

최근 증권사 MTS의 트렌드는 '쉽고 간편함'이다. 코로나19 이후 주식시장에 들어온 신규 투자자 대부분이 주린이(주식+어린이)인 만큼 이들을 위한 맞춤형 변화다. 

이들 초보 투자자들은 기존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MTS가 탑재한 숱한 정보 가운데 원하는 것을 찾고, 이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단적으로 당장 '매수'와 '매도'라는 용어조차 어색한 주린이들에게 난해한 차트나 수급 데이터 등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정보가 아니다. 

쉽고 간편함을 모토로 한 MTS 혁신에 물꼬를 튼 건 지난 2021년 12년 만에 새내기 증권사로 등장한 토스증권이다. 토스증권은 극도로 단순화한 사용자인터페이스(UI)와 사용자경험(UX)을 MTS에 구현해 시장에 충격파를 안겼다. 토스증권 MTS에는 두 종류의 차트가 있다. 양봉, 음봉 등으로 이뤄진 '캔들차트', 그리고 '실시간 차트'다.

1분마다 갱신되는 실시간 차트는 △거래량 △인기 △급상승 △급하락 △관심 등 5가지 카테고리에 따라 톱100 종목을 보여준다. 토스 앱의 하단 탭에서 '주식'을 클릭하면 맨 처음 나오는 화면으로 접근성이 높다. 한국거래소가 지정한 위험 주식은 차트에서 아예 제외하는 세심함 또한 엿보인다. 접속과 동시에 수십개의 메뉴로 구성된 화면을 보여주는 타사 MTS들과는 큰 차별점이다. 

토스증권 MTS 내 실시간 차트와 검색 화면 / 사진=토스증권 MTS 

검색창에 '이차전지'를 입력하면 관련 주식뿐만 아니라 언론에서 같이 언급한 주식까지 보여주는 직관성은 자체 산업분류기준을 기반으로 실현 가능했다. 다시 '빵'을 입력하면 이 분야 전 세계 시가총액 1위인 '랭커스터 콜로니'가 맨 위에 뜬다. 우유 매출 1위 기업을 얘기한 기사와 함께다. MTS를 주식거래 체결 플랫폼으로서가 아니라 '지식 포털'로 확장한 셈이다. 

토스증권이 MTS 출시 2년여 만에 가입자 500만명 이상을 확보하고 시장점유율을 20%대(해외주식 기준)로 끌어올리는 등 매섭게 성장하면서 신생 증권사의 등장을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기존 증권사들도 앞다퉈 MTS 업그레이드에 나섰다. 대형 증권사뿐만 아니라 리테일 비중이 크지 않은 중형사까지 '쉬운 구성'에 사활을 거는 모양새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 6월 MTS를 전면 개편한 데 이어 두 달 뒤에는 키움증권이 MTS를 리뉴얼했다. 올해 들어서는 신한투자증권이 기존 MTS '신한알파 2.0'을 1년여 만에 새 단장해 '신한알파 3.0'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중형사 중에서는 현대차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이 새 MTS로 각각 '내일'과 'iM하이'를 지난달 출시했다. 

이들 증권사는 저마다 투자자 중심의 UI·UX 구현이나 개인 맞춤 기능 강화, 직관적인 이해와 사용 등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는 모두 하나의 키워드로 향한다. 결국 쉽고 간편함이다. 

'맞춤형 PB' 초개인화…앞으로는 투자 필수품

개인화된 자산관리 서비스 또한 최근 빠르게 변신 중인 MTS의 다른 한 축이다. 주식투자의 대중화로 증권사들은 고액 자산가에게만 제공했던 초개인화 서비스의 빗장을 풀고 있다. 투자자들의 궁극적인 목적이 보유 자산을 불리는 것인 만큼, MTS를 통해 이를 전문적으로 관리함으로써 로열티를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KB증권의 프라임클럽은 이를 잘 구현한 모델로 꼽힌다. 오프라인 지점에서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해오던 전문 프라이빗뱅커(PB)의 자산관리 컨설팅을 MTS에서 제공하는 일종의 '구독형 서비스'다. 월 1만원인 이 클럽에 가입하면 소액투자자라도 MTS '마블(M-able)'을 통해 전담 PB와 개인 자산상담 신청이 가능하고, 이들 회원만을 대상으로 한 고급 투자정보도 볼 수 있다. 

삼성증권의 MTS인 '엠팝(mPOP)'도 개인화에 주력하고 있다. 일정 수준의 거래가 있는 에스라운지(S.Lounge) 투자자는 '엠팝'에서 디지털PB 상담 신청을 할 수 있고 '리서치톡'으로 관련 리포트를 발간 즉시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4월 오픈해 MTS에 탑재된 '굴링'은 AI를 이용해 투자자 성향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짜주고, 원치 않는 종목은 삭제해 조정하는 맞춤형 서비스로 처음부터 초개인화 자산관리에 방점을 찍었다.

KB증권 MTS '마블(M-able)' 내 PB 상담 신청 화면(왼쪽) 및 삼성증권 MTS '엠팝(mPOP)' 내 자산관리 소개 화면 / 사진=각 사 MTS

이처럼 빠르게 진화 중인 MTS는 앞으로 시장지배력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까지가 쉽고 편한 투자를 위한 '보조수단'이었다면, 향후에는 투자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다. 그런 점에서 앞선 MTS를 통한 PB 상담 신청이나 맞춤형 자산관리는 이를 위한 포석으로 볼 수 있다.  

증권사들이 투자자들의 MTS 체류 시간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투자자가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금융투자상품이나 연계 서비스에 대한 노출도가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투자자의 MTS 체류 시간은 최근 증권사의 주요한 플랫폼 성과 지표로 꼽힌다. 

키움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이미 MTS에서 토큰증권(ST)을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 준비에 한창이다. 금융투자업계의 새로운 수익원이 될 토큰증권 거래를 MTS에서 먼저 매매할 수 있게 함으로써 결국 모든 투자를 MTS 하나로 가능하게 한다는 복안이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MTS는 이제 편리성을 높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소수점 거래나 마이데이터, 토큰증권 거래 등 다방면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며 투자자들의 활용 범위를 더욱 넓힐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