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watch

Business watch

더 넓고 깊게 파야 하는 농협의 '디지털 금융'

  • 2023.05.29(월) 08:00

창간10주년기획[DX인사이트]
'전국구·고령층고객' 부담…'쉬운 디지털' 숙제
디지털R&D센터서…'금융+비금융' 융합도 추진

금융은 경제생활을 하는 모든 이가 이용할 수밖에 없고, 또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산업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공공재'라고 언급한 것도 모두에게 열려있어야 한다는 금융의 '숙명'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사의 디지털 전환은 한꺼번에 모두를 대상으로 하기 어렵다. 금융사들은 디지털 기술을 좀 더 쉽게 활용하는 2030세대, 넓게 잡아야 2040세대를 목표층으로 삼고 있다. 이들에게 더 편안한 디지털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 디지털화에 인적·시간적 제약이 있는 만큼 비용 투입의 경험을 더 쉽게 느끼고 빠르게 피드백 해줄 수 있는 고객군이 우선 '타깃'이 된다.

하지만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금융사가 있다. 전국구 영업망과 가장 넓은 세대의 이용자가 있는 NH농협금융지주와 그 계열사 이야기다. 농협금융은 어느 금융회사보다 더 포용력 있는 디지털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더 넓고 더 깊게' 디지털 전환을 구현해야 하는 게 농협금융의 숙명이다.

/그래픽=비즈워치

'전국구'가 약점이 된 까닭

'농협'의 익숙함이 무색하게도 NH농협금융지주라는 금융사는 이제 막 10살을 넘었을 뿐이다. 농협금융지주는 지난 2012년 농협중앙회에서 신용사업을 분리해 탄생했다. 하지만 사업 기반은 금융권에서 가장 전국적이고 넓다. 핵심 계열사인 NH농협은행의 오프라인 영업점 수만 따져봐도 이를 쉽게 알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농협은행의 국내 영업점포 수는 820개, 출장소는 285개 등 총 1105개다. KB국민은행 856개, 신한은행 721개, 우리은행 713개, 하나은행 593개 등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많다. 

특히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점포 50%가량이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에 몰려있는 것과 달리 농협은행의 수도권 점포 비율은 30%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전국 방방곡곡에 배치돼있다. 한반도를 가장 넓게 아우르는 은행이라는 이야기다. 

'전국구'라는 말은 바꿔 말하면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지역에도 이용자가 있다는 의미다. 고령층 고객이 많은 특수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은행들이 앞다퉈 오프라인 점포 수를 줄일 때 농협은행은 점포 통폐합에 가장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것도 그래서다. 지난 2016년과 비교해 40여곳이 줄었을 뿐이다. 다른 은행이 100개가 넘는 점포를 줄인 것과 비교된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에서 이런 특징은 큰 부담이 된다. 디지털 전환은 기술에 익숙한 세대에게 우선적으로 새로운 경험을 끌어낸 뒤 이를 차차 전 세대로 확대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이 과정에서 소외를 최소화해야 하지만 우선 순위는 분명하게 정해져 있다는게 은행 디지털 부서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런 만큼 농협금융과 그 계열사들은 디지털 전환에 더 많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농협은 이용객 세대 스펙트럼이 가장 넓기 때문에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다른 은행보다 서비스 소외 범위가 넓게 나타나는 문제가 있다"며 "더 넓은 세대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농협금융이 풀어야 할 어려운 숙제"라고 설명했다.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DT추진최고협의회'를 개최하고 디지털 전략을 재정비하며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다. /사진=농협금융지주 제공

그럼에도 'DX' 놓지 못하는 이유

하지만 금융사의 디지털 전환은 시대의 '숙명'이나 다름없다. 농협금융 역시 이를 분명히 알고 있다. 지난해 수장에 오른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취임 직후 'DT(디지털 전환)추진최고협의회'를 열고 "혁신과 변화에는 언제나 안 되는 이유가 있지만, 반복되는 관행을 과감히 끊어내고 새로운 시도를 통해 농협금융의 미래를 준비하자"고 말하기도 했다.

다시 말해 농협금융에게 디지털 전환은 '안 되는 이유'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다. 통신 기반이 열악한 지역에서나, 고령인 이용자도 더욱 쉽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고민을 전제할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농협금융은 디지털 전략 만큼은 직급에 상관없이 수평하게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 있도록 조직을 재정비하며 '집단지성'의 힘을 극대화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2019년에는 금융권 최초로 서울 양재에 디지털R&D(연구개발)센터도 세웠다. 그룹의 디지털 전략을 고민하는 동시에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연구하는 농협금융지주의 디지털 전략 컨트롤타워다.

이후 농협금융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품기 위해 핀테크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NH핀테크혁신센터'도 양재에 마련해 디지털R&D센터와 묶어 'NH디지털혁신캠퍼스'라는 디지털 싱크탱크를 만들기도 했다. 

성과도 나오고 있다. 핵심 디지털 고객 접점인 '올원뱅크'는 올 초 한단 계 업그레이드 돼 속도가 종전보다 30%이상 빨라졌고 누릴 수 있는 금융서비스도 대폭 확대됐다. 앱 이용시 고령층 이용객이나 데이터 전송속도가 느린 지역에서도 불편이 적도록 개선하는 방향의 작업도 지속하고 있다.남들과는 다르게…디지털 싱크탱크 디지털R&D 센터

농협금융지주는 R&D센터에서 발굴되고 연구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지주 계열사는 물론 범농협 계열사의 서비스를 연결한 '풀 뱅킹' 서비스 제공도 추진하고 있다. 농협금융은 이를 내년 안에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금융권의 새로운 먹거리인 '금융과 비금융의 조화' 역시 이 R&D센터에서 연구하고 있다. 금융 서비스는 농협금융이 연구하고 비금융 서비스는 농협금융이 핀테크혁신센터를 통해 육성하는 스타트업이 담당하는 구조다. 농협금융은 모회사인 농협중앙회의 인프라도 적극 활용해 금융 소비자의 전 생활을 아우르는 새로운 디지털 금융 환경을 추구한다는 방침이다.

농협은 기존 금융회사 간 경쟁이 펼쳐지는 분야에서도 뒤처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마이데이터를 활용해 △연말정산 △금융일정 관리 △자동차관리 △정부혜택 △정기지출 관리 △헬스케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새로운 투자처로 떠오른 가상자산과 관련해서는 금융권 최초로 가상자산 원화환산가치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고객 중심의 초혁신 디지털뱅크 도약을 위해 다양한 데이터 기반을 마련했다"며 "고객 데이터 관리와 활용 효율화를 중심으로 고객이 방문채널, 시간의 제약 등에 상관없이 개인화된 고객경험을 느낄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재철 NH디지털R&D센터장 "고령층·농업인 모두 아우르는 기술 개발"

- 디지털R&D센터에 대해 소개해달라
▲ NH디지털R&D센터는 2019년 4월 설립 이후 디지털 신기술을 활용한 사업모델을 발굴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핀태크랩(핀테크스타트업 지원센터)을 운영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을 연구할 뿐만 아니라 핀테크랩 운영을 통해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 및 육성하고 있다. 특히 범농협 사업조직과 협업하는 등 다양한 시너지를 창출하는 조직이다.

- 출범 이후 대표적인 성과는
▲ NH디지털R&D센터는 은행의 디지털 전략 추진 강화를 위해 디지털 신기술의 트렌드를 파악하고 연구한다. 해당 신기술을 내부 업무 효율화와 대고객 서비스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를 통해 2019년 블록체인 기반 분산ID기술이 적용된 모바일 사원증 서비스, 2020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마이데이터 실증서비스 지원사업 참여, 2021년 한국은행 CBDC(중앙은행발행 디지털화폐) 모의실험 대응, 2022년 직원 얼굴 데이터를 활용한 AI 은행원 개발 등 매년 성과를 내고 있다. 

- 핀테크 기업 육성이 핵심 사업 중 하나로 보인다. 어떠한 기업들을 지원했고 어떠한 협업 사례들이 있었는지
▲ 그간 총 158개 기업을 발굴해 성장지원을 해 왔으며 인공지능, 블록체인, 핀테크, 애그테크(농업과 기술의 합성어) 등 다양한 분야의 혁신기업들에게 협업과 투자연계를 지원해 왔다. 매년 새로운 분야의 주제로 다양한 협업을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위치 기반 인증기술을 보유한 '엘핀'과 함께 공동예적금을 개발하기도 했다. 비대면 보험 심사에 '그레이드헬스체인'의 건강등급정보를 활용하기도 했다. 

- 금융산업이 디지털화하면서 모든 고객들을 아우르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는 않다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농협은행은 이러한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가고 있는지
▲ 농협은행은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전환 속에서도 고령층, 농업인 등을 위한 디지털 금융서비스를 기획하고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고령층과 저시력자를 위해 손바닥 하나로 간편하게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NH손하나로인증'이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뱅킹앱에서는 큰 글씨, 음성지원 등의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디지털 R&D센터에서도 고령층이나 농업인들이 소외받지 않고 간편하게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신기술 서비스 개발에 대해 고민 중이다. 최근에는 고령층을 위해 다양한 생체인증과 음성뱅킹 등 신기술을 활용해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시범사업도 계획중이다.

범농협 계열사인 농협상호금융의 'NH콕뱅크' 앱에 농가와 드론 조종사를 매칭해 주는 '드로니아'와 같은 서비스도 출시했다. 이를 통해 농업인의 드론방제 작업을 지원하고 모바일 환경에서도 원격으로 농경지를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 금융회사의 디지털 전환에 대한 필요성은 모두가 공감한다. 그중에서도 핵심이 될 기술을 꼽는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 금융회사의 디지털 전환에 있어 기술의 우선순위를 정하기 보다는 고객이 쉽고 편리한 매력을 느끼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디지털 기술을 적시에 활용하고 새로운 사업모델을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는 인공지능(AI) 은행원의 대화형 서비스를 추진해 다양한 금융업무에 적용하고 은행권 최초로 금융당국 가이드라인에 부합하는 AI 거버넌스 구축을 통해 고객을 보호하고 발생 가능한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예방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