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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도 앞선 KB, '혁신 소화력' 남다른 이유

  • 2023.05.26(금) 08:40

창간10주년기획[DX인사이트]
어벤저스급 전문가들로 빅테크급 역량 내재화
클라우드 전환해 미래 대응…변화도 민첩하게

'슈퍼앱'은 디지털 전환을 꿈꾸는 모든 금융사의 숙원 전략이다. 모바일 뱅킹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보험, 증권, 카드 등 여러 금융 서비스에 더해 다양한 생활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게 금융이 바라는 슈퍼앱이다. 

금융권에선 KB금융그룹이 이런 슈퍼앱 구현에 가장 가까이 다가서 있다. 완결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디지털 혁신에서도 앞서 있는 셈이다. 눈에 보이는 것뿐만이 아니다. 변화 역량을 인프라와 인력으로 갖추고 있는 것도 그렇다. 배경에는 윤종규 회장의 오래고도 단단한 리더십과 지원이 있다.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일지도 금융권에서 KB가 가장 주목받고 있다. "미래에 더 잘될 것"이란 가능성 면에서도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다. 금융권 어느 경쟁사보다 앞설 뿐 아니라, 디지털 시대를 선점한 빅테크에도 밀리지 않으려는 채비를 갖춰 나가고 있다.

KB금융그룹 디지털전환 주요실적/그래픽=비즈워치

눈에 보이는 앱 경쟁도 '일단 앞섰다'

KB금융그룹의 금융 애플리케이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지난 3월 2108만명으로 집계됐다. 작년 한 해에만 621만명, 29.9%를 늘려 시중은행을 품은 국내 금융권에서 가장 높은 성과를 보인 것이다. 

대표 애플리케이션인 KB스타뱅킹은 작년 6월 시중은행 최초로 MAU 1000만명의 벽을 뚫었고, 이를 축으로 KB스타기업뱅킹(기업금융), 리브Next(미성년용), M-able(증권), KB Pay(간편결제), KB손보대표앱, KB라이프생명, 키위뱅크 등이 가세하고 있다.

부동산, 중고차, 통신 등 비금융 영역까지 포함한 KB금융의 MAU는 2300만명에 육박한다. 부동산 정보는 옛 주택은행 때부터 축적한 저력있는 분야고, Liiv M(리브모바일)은 금융권 최초로 통신과 결합한 서비스다. KB는 금융 규제샌드박스를 활용해 금융권 전반이 통신사업을 활용할 수 있는 길도 열었다.

다만 비교 대상을 빅테크로 돌리면 아직 한참 열세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포털과 메신저 앱으로만 MAU가 4000만을 훌쩍 넘는다. 이들은 디지털 시대 길목을 잡고 있는 힘을 바탕으로 금융·유통 등 각종 산업은 물론 일상 전반에 침투해 있다.

금융권에 온라인 이용자 확보가 전부는 아니다. 금융 앱의 MAU는 실제 금융거래와의 연계성이 더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KB금융은 이용자들이 금융과 연관된 일에서는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가상 창구를 만들어가고 있다. 

가입자 1300만명에 달한 간편인증서(KB국민인증서)의 저변을 넓히고, 금융권에서 가장 많은 5개의 계열사가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인가를 받은 것도 '금융만큼은 KB'라는 인식을 넓히기 위한 것이다.

눈에는 보이지 않는 '내재화의 힘'

/그래픽=비즈워치

KB가 처음부터 금융권 디지털 전환의 선두주자는 아니었다. 오히려 신한금융이나 우리금융이 빨랐다. 하지만 현시점에서의 성과는 물론 향후 성장 가능성까지 KB는 경쟁사들로부터도 시샘을 사고 있는 위치다.

눈에 보이는 혁신 성과도 있지만 디지털 기술을 다룰 자체 역량을 금융권에서 가장 잘 내부에 갖추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윤진수 KB국민은행 테크그룹 부행장은 "새로운 시도와 함께 안팎에서 미래 핵심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왔다"며 "기술 내재화는 앞으로 어떤 과제가 떨어져도 대응할 수 있는 힘"이라고 말했다.

최고 경영진의 전폭적 지지가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4년 전 합류해 현재 지주 정보기술 총괄(CITO)를 겸하고 있는 윤 부행장부터 삼성전자 출신이다. KB금융 임원 중 조영서 디지털플랫폼 총괄은 베인앤드컴퍼니·신한금융을, 허유심 디지털콘텐츠센터장과 박기은 테크혁신센터장 및 김주현 그룹클라우드센터장은 네이버를, 오순영 금융AI센터장은 한컴을 거쳤다.

KB금융은 올해 조직개편을 통해 디지털플랫폼 총괄 산하에 고객경험디자인센터, IT 총괄 산하에 테크혁신센터 등 전문가 조직을 새로 꾸리기도 했다. 기존 IT 총괄 산하 데이터본부도 데이터 총괄로 격상하고 테크그룹에 있던 금융AI센터를 이동·편제했다.

그 덕분에 KB금융은 △빅데이터 △클라우드 △생성형 인공지능(AI) △오픈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블록체인 등과 같이 떠오르는 분야 전반을 놓치지 않고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 

윤 부행장은 "자체적으로 IT 기술맵을 운용하면서 중요한 기술과 영향도, 인력 확보와 외부 협업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며 "외부 협업도 꽤 많이 하고 있지만, 자체 역량에 기반해 협업의 결과를 잘 소화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클라우드 전환' 뼛속까지 미래형으로

금융의 인프라(기반시설)이라 할 수 있는 IT시스템 체계 역시 KB가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KB는 2021년 상반기에 'KB 원 클라우드(One Cloud)'를 선언하고 프라이빗(내부)과 퍼블릭(공중)을 포함하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금융권에서 클라우드를 일부 서비스에 적용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클라우드 환경을 구축하고 전환 전략을 실제로 적용하는 사례는 KB가 처음이다. 코어뱅킹을 비롯한 데이터와 서비스를 옮기는 것이 목표다. 

은행 핵심 전산망을 비롯한 데이터와 시스템을 상품·계좌·업무 등으로 나눠 작고 모듈화된 형태로 클라우드에 분산해 옮기는 작업이 추진 중이다. 기존 메인프레임 중심 계정계 시스템을 최신 아키텍처와 클라우드 네이티브 기반으로 전환하는 코어뱅킹 현대화 사업이다. 

금융에 클라우드 전환이 필요한 것은 날이 갈수록 시스템과 데이터가 방대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관리도 체계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서비스나 상품 등의 변화에도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다. 언제든 새로운 기술을 빠르고 유연하게 적용하기 위한 여지도 확보해두고 있다.

윤 부행장은 "지금은 몇몇 서비스를 옮겨서 운영해보고 있는 단계"라며 "전체가 다 옮겨진 상태가 됐을 때에는 상품 개발작업 등 업무 신속성을 비롯해 비용이나, 효율 측면에서도 눈에 보이는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윤진수 KB국민은행 테크그룹 부행장/사진=곽정혁 PD

윤진수 KB국민은행 테크그룹 부행장 "데이터 다루는 게 금융 경쟁력"

- 금융의 디지털 전환은 우리 경제·사회에 어떤 의미일까?
▲ 생성형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블록체인처럼 사회에 새로운 기술이 쏟아져 나오면서 큰 화두가 된다. 은행에서는 BasS(오픈API 기반 서비스형 뱅킹) 같은 것들도 있다. 이 전체가 사실은 디지털 전환이다.

결국 사회 변화, 고객 변화에 맞춘 금융의 체질 변화가 디지털 전환이다. 얼마나 민첩하게 변하느냐가 경쟁력이다. 새로운 기술들을 얼마나 잘 소화해서 우리 것으로 만듦으로써 금융사 자체의 경쟁력들을 확보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게 만드냐가 금융산업에 또, 경제·사회적으로도 중요하다. 

- 테크기업의 금융권 침투가 매우 빠르다.
▲ 디지털 전환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해내느냐가 기존 은행들이 앞으로 얼마나 더 잘할 수 있는지에 굉장히 중요한 관건이다. 이미 디지털에서 시작한 인터넷전문은행들도 금융 업무를 확장해 가야하는 고민이 나름대로 있을 거다. 

반대로 기존 금융권은 이미 모든 금융 서비스를 다 가지고 있다.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기술을 내재화한다면 디지털 시대에도 더 잘한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오프라인 지점망에서 쌓아온 우리 장점들을 접목하고 더 극대화하는 것이 결국 리딩을 결정하는 관건이 될 것이다.

- 금융에서 데이터 다루는 실력이 중요하다고 보는 이유는?
▲ 금융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거래가 본질이다. 이미 거래 모델과 데이터는 금융에 쌓여 있다. 여기에 빅데이터, AI와 같은 기술로 인해서 엄청난 변화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금융사가 다룰 수 있는, 다뤄야 하는 데이터의 범위도 숫자에서 텍스트로, 거래에서 고객으로, 문자에서 음성과 대화 같은 자연어로, 금융에서 비금융으로 점차 확대해 가고 있다. 예전에는 모여있기만 했지 다룰 수 없었던 데이터까지 분석하고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은 발전하고 있다. 

빅데이터 또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거버넌스가 중요하다. 전통적인 마케팅뿐만 아니라 위험 관리, 투자 등 금융의 모든 분야에서 데이터 사용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경쟁력의 핵심이 되고 있다.

- 은행에 디지털 기술 내재화가 중요한 이유는?
▲ 어느 산업이든 잘하는 경쟁 상대가 있으면 그걸 벤치마킹한다. 금융, 은행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문제는 남들이 해보지 않은 것을 해야 하는 시점에 오게 됐을 때다. 그럴 때 어떤 선택을 하고 실행할 수 있느냐는 자체의 내부 역량에 달렸다. 특히 선도적인 위치에 있는 금융사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 IT·디지털 전략 면에서 벤치마크 모델이 있을까?
▲ IT 측면에서는 코어뱅킹 현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해외 업체들을 열심히 벤치마크하고 있다. 싱가포르개발은행(DBS)도 디지털 서비스 관점뿐만 아니라 IT 관점, 특히 IT 조직을 어떻게 변화시켜왔고 어떻게 IT가 디지털 경쟁력에 공헌하고 있는지를 관심 있게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