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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의 Pick]'메밀인간' 무쇠팔, 소바에 인생을 걸었다

  • 2026.07.27(월) 11:00

박주성 '소바쥬' 오너 셰프 인터뷰
다양한 창작 메밀 요리 코스 내놔
'컬리' 손잡고 소바·장어덮밥도 선보여

소바쥬 박주성 셰프./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셰프의 요리는 종종 예술작품에 비유되곤 합니다. 셰프는 접시라는 캔버스 위에 자신만의 철학과 재료에 대한 경외심을 담아 수만 번의 칼질로 하나의 작품을 만듭니다. 예술가들의 그것과 견주어도 전혀 밀리지 않죠. [셰프의 Pick]은 그들의 이런 노력을 담아냅니다. 셰프들의 이야기와 요리에 담긴 철학 한 조각을 음미해보려는 시도입니다. 최고의 셰프들이 전하는 화려하고 소박한 이야기를 맛 보실 준비가 되셨나요? 이제 출발합니다. [편집자]

무쇠팔

지난해 말 방영한 인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2'에서 유독 인상깊었던 흑수저가 있었다. '무쇠팔'이라는 이름을 들고 나왔지만, 닉네임이 잘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소년같은 얼굴을 지닌 셰프였다. 그의 첫 요리는 대담하게도 심플한 메밀면과 쯔유 뿐이었다. 화려함 없는 메밀소바로 그 까다로운 안성재 셰프의 심사를 통과할 수 있을까 우려됐다. 그리고 그의 합격 판정을 보며 생각했다. '승부사구나'. 

소바쥬 박주성 셰프./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2라운드에서도 그의 '승부사 정신'이 발휘됐다. 마스터 셰프 코리아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렸고 흑백요리사1에서도 백수저로 출연했던 최강록을 지명해 또 한 번 심플하기 그지없는 '대파 구이'를 내놨다. 아쉽게 탈락했지만 이후 최강록이 우승을 차지하며 무쇠팔의 패배는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의 표본이 됐다.

무쇠팔은 이제 메밀 코스 전문점 '소바쥬'를 운영하는 박주성이라는 본연의 이름으로 돌아왔다. 인기 프로그램에 출연해 유명세를 떨친 뒤 매장을 늘리거나 자리를 비운다는 셰프가 많다지만 박 셰프는 언제나 8석짜리 작은 테이블을 지키고 있다. 지난 22일 서울 마포의 소바쥬를 방문해 박 셰프의 '메밀 덕질' 이야기를 들어 봤다. 

메밀인간

소바쥬는 독특한 콘셉트의 레스토랑이다. 메인 테마가 '메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국수나 전병 정도 외엔 딱히 활용법이 떠오르지 않는 소박한 재료지만, 소바쥬에서는 소고기나 참치 같은 고급 식재료보다 중요한, 레스토랑의 주인공이다. 실제로 소바쥬의 모든 메뉴에는 메밀이 빠지지 않는다. 

당연하게 메밀이 들어갈 법한 면류는 물론 생선구이와 함께 나오는 밥도 메밀밥이다. 장어구이에는 프랑스식 메밀 갈레트를 곁들인다. 후식으로 나오는 아이스크림도 메밀 아이스크림이다. '비빔인간' 에드워드 리, '조림인간' 최강록에 이어 '메밀인간' 박주성이라 부를 만하다. 

인터뷰 중인 박주성 셰프./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메밀 하나만을 파고드는 요리사라면, 태어날 때부터 '메밀 마니아'였을까. 그렇지 않았다. 굳이 따지자면 '싫어하는 편'에 가까웠다. 박 셰프가 어릴 적, 어머니는 메밀묵 장사를 하며 두 아들을 키웠다. 메밀묵도 그만큼 많이 먹었다. 어린 소년이 메밀을 피하게 된 건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그의 입맛을 바꾼 건 역시 한 그릇의 요리였다. 박 셰프는 "사실 메밀면은 어렸을 때 너무 많이 먹으면서 좋은 기억이 있는 음식은 아니었다"며 "이후로도 시판 메밀 막국수 등을 주로 접하며 편견을 바꿀 기회가 없었는데 어느 날 정말 잘 만든 메밀면을 한 번 먹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메밀 인간의 뿌리가 거기에 있었다. 

메밀 한 접시

메인 주제로 메밀을 고르고 난 뒤에도 고민은 계속됐다. 메밀은 기본적으로 심플한 재료다. 향과 맛이 섬세해 양념을 조금만 과하게 사용해도 풍미를 느끼기 어렵다. 그래서 원재료의 맛을 살릴 수 있는 단순한 조리법이 많다. 이런 메밀로 코스를 낸다는 건 그 자체로 도전이다. 단조로운 구성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박 셰프는 "메밀의 한계를 부수기 위해 우리나라 메밀 요리 말고도 메밀을 먹는 다양한 나라들의 여러 요리를 맛보고 공부했다"면서 "각 나라의 메밀 요리들이 현지인들에게 어떤 맛 포인트로 다가갔는지 고민하고 그 부분을 강조해 코스에 녹여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바쥬의 다양한 메밀 요리들/사진=소바쥬

실제로 그의 메밀 코스는 한식이나 일식에 치우치지 않은 '다국적 메밀 요리'다. 그가 자신의 요리 중 가장 심혈을 기울인 메뉴 중 하나로 이야기했던 바다장어 메밀 갈레트는 그 정점에 있다.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의 향토 요리인 메밀 갈레트를 메밀 전병에 접목해 장어튀김과 채소를 싸 먹는 퓨전 요리다. 

메밀 갈레트가 메밀 요리의 확장성에 대한 도전이었다면 '넓적 메밀면'은 메밀 그 자체의 맛을 끌어내기 위한 시도였다. 면과 소스로만 이뤄진 단순한 구성으로 메밀면 자체의 향과 식감에 집중할 수 있는 요리다. 이 때문에 박 셰프는 넓적 메밀면을 코스의 첫 요리로 내놓는다. 소바쥬가 어떤 음식을 하고 있는지 보여 주고 싶다는 의도다. 

그는 "면과 소스 두 가지로만 이뤄진 단순한 메뉴지만, 그렇기 때문에 뭐 하나 허투루할 수 없어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메뉴"라며 "면을 넓게 만들면 입 안에서 오래, 많이 씹게 돼 메밀의 진한 향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집 식탁 위 소바쥬

소바쥬는 한 달치 예약이 10초 안팎에 마감되는 인기 매장이다. 8석의 작은 공간을 유지하고 있어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현재 매장 이전을 준비하고 있지만 좌석을 늘릴 계획은 없다. 음식의 퀄리티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박 셰프는 최근 커다란 도전에 나섰다. 바로 자신과 가게의 이름을 건 '밀키트'다. 컬리와 손잡고 메밀 소바와 장어 솥밥 등 2종을 출시했다. 소바쥬 방문에 실패했다면, 밀키트가 아쉬움을 달래줄 수 있을 법하다. 

박 셰프는 "소바쥬의 이름을 건 만큼 평범한 메밀 소바나 장어 덮밥과 다른, 박주성만의 차별점을 두는 데 주력했다"면서 "메밀 소바에는 청귤 슬라이스를 띄우고 시콰사 과즙을 더해 차별화했다"고 말했다.

컬리에서 판매 중인 박주성 셰프의 소바쥬 밀키트 2종/사진=컬리

시콰사는 일본 오키나와에서 재배하는 귤이다. 부드러운 신 맛과 달콤함이 있어 소바 장국과 궁합이 좋다. 실제로 컬리에서 제품을 직접 구매해 먹어 보니 청귤과 시콰사의 상큼함이 매력적이었다. 소바쥬 메밀소바는 컬리 출시 후 한 달 만에 전체 메밀소바 카테고리 판매 2위를 차지했다. 

장어 솥밥의 경우 '메밀'에만 얽매이지 않겠다는 박 셰프의 다짐이 들어간 제품이다. 박 셰프는 소바쥬 오픈 전 '네기'의 장호준 셰프 밑에서 7년 가까이 일했다. 일식에도 일가견이 있다는 이야기다. 여기서는 장어와 함께 제공하는 '육수'가 킥이다. 육수를 이용해 솥밥을 만들거나 전기밥솥으로 밥을 한 뒤 장어와 함께 먹도록 구성했다. 

박 셰프는 "소바쥬는 메밀 테마의 매장이지만 내 전공은 사실 일본 요리"라며 "제 스타일의 일본 요리를 가정에서 더 편하게 접하실수 있으면 하는 마음으로 밀키트 메뉴를 선보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중인 박주성 셰프./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그는 이후로도 컬리와 함께 '소바쥬' 시리즈를 더 선보일 계획이다. 소바쥬의 대표 메뉴인 넓적 메밀면에 사용된 피스타치오 오일 메밀면이나 메밀 온면 등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메밀이라는 식재료의 맛을 더 친숙하게 느꼈으면 한다는 바람이다.

벌써 경력이 10년이 다 돼 가는 중견 요리인이지만 박 셰프는 1998년생으로 아직 20대다. 그가 그리는 박주성과 소바쥬의 미래는 어떨까. 

박 셰프는 "제가 팔이 언제까지 버텨줄 지 모르기 때문에, 한순간 한순간 손님들의 만족을 위해 집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당장 5년이 될 수도 있고 10년이 될 수도 있는 짧은 시간이다 보니 매장을 확장하거나 2호점 등을 내기보다는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공간에서 좋은 음식을 꾸준히 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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