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직장인 장모 씨는 최근 한 패션 플랫폼에서 여름 티셔츠를 구매했다가 다소 난감한 일을 겪었다. 비슷한 키와 체형을 가진 다른 구매자가 입은 사진을 보고 마음에 들어 주문했지만 막상 배송받은 옷의 색감과 실루엣 모두가 사진과 달랐기 때문이다. 밝고 선명한 컬러에 깔끔한 핏처럼 보였던 후기 사진과 달리 실제 상품은 어두운 색에 가까웠고, 입었을 때도 어깨와 품이 예상보다 컸다.
장 씨는 "실제로 구매한 사람들만 리뷰를 쓸 수 있는 만큼 당연히 직접 입어보고 찍은 사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 실제처럼 보이는 이미지를 인공지능(AI)으로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지 않ㅈ냐"며 "온라인에서 사는 옷들은 후기를 바탕으로 사는데 이제는 이조차도 믿기 어려울 것 같다"고 토로했다.
패션 플랫폼의 핵심 경쟁력이던 AI가 '골칫거리'로 변했다. AI의 활용 범위가 단순히 패션 플랫폼이 제공하는 서비스에만 머물지 않고 있어서다. 이제는 소비자가 직접 구매한 상품 후기에도 AI가 개입하면서 패션 플랫폼의 신뢰를 위협하는 요인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양날의 검
패션 플랫폼은 그동안 온라인 쇼핑 경험을 극대화하기 위해 AI 기술을 고도화해왔다. 이용자의 취향을 분석한 추천 알고리즘과 스타일링 조합 제안, 가상 시착 기능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최근에는 외부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실시간 트렌드 변화까지 AI가 포착해 유사한 상품과 연결시키는 서비스 등 활용 범위를 점차 넓혀가는 추세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고객이 남기는 후기에도 생성형 AI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이전에는 텍스트 후기를 작성하는 데 AI가 사용됐다면 최근에는 실제 사람이 옷을 입은 것처럼 보이는 '착샷'까지 만들어내는 단계로 변화했다.
문제는 이런 가상 착샷이 만드는 부작용이다. 직접 옷을 만져보거나 입어볼 수 없는 온라인 쇼핑 특성상 실구매자가 남긴 사진 후기는 상품의 핏과 소재를 검증하는 가장 중요한 정보다. 하지만 AI로 만든 가상의 이미지를 실제 후기처럼 위장할 경우 다른 소비자는 상품을 잘못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이미지가 '실제 구매자의 착용 경험을 담은 사진'인지, 'AI가 만들어낸 가상의 이미지'인지 구별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실제 구매 경험과 무관한 이미지가 후기처럼 활용될 경우 소비자가 상품의 색상이나 핏 등을 잘못 판단할 가능성도 커진다. 온라인 쇼핑의 검증 체계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구매 후기에 AI 사용을 막는 플랫폼도 나오기 시작했다. 무신사는 18일 AI 이미지를 기반으로 한 게시물과 콘텐츠 이용 기준 강화에 나섰다. AI 기술을 통해 생성하거나 편집한 이미지를 후기에 등록하는 것을 제한하는 조항을 이용약관에 추가한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반할 경우 해당 후기로 지급된 적립금을 회수하거나 지급을 보류하기로 구별했다.모호한 경계
무신사의 경우 후기의 영향력이 큰 데다, 후기 작성에 따른 보상까지 제공하고 있어 AI를 둘러싼 후기 관리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현재 무신사는 내부 산정 기준에 따라 주간 후기 랭킹 500위 안에 든 고객에게 최대 10만원까지, 월간 후기왕으로 선정된 고객에게는 100만원의 적립금을 추가로 제공하고 있다. '후기의 양과 질'이 경제적 보상으로 이어지는 만큼 작성 과정에서 AI를 사용하려는 유인이 커질 수 있는 구조다. AI로 만들어낸 그럴듯한 가짜 후기가 걸러지지 않고 쌓일 위험이 크다는 뜻이다.
지그재그와 에이블리도 향후 서비스 환경과 이용자 편의 등을 고려한 검수 프로세스와 운영 정책을 고도화하겠다는 입장이다. AI를 활용한 기술을 속속 도입하고 있는 만큼 후기 영역에서 AI 생성·편집 이미지가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문제에 균형 있는 대응책 마련이 필요해지고 있어서다. 현재 지그재그와 에이블리는 각각 1·2차로 나눠 AI와 직원이 '구매한 상품과 무관한 이미지'를 걸러내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업계에서는 '표시 방안 의무화'를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고 있다. AI가 사용됐는지 여부를 이미지에 표시해 소비자에게 알려주는 방식이다. AI로 사진의 일부를 보정해 후기를 작성하는 것까지 가짜 후기로 단정지을 수 없어서다. 실제 구매자가 직접 촬영한 후기 사진과 AI 사진을 한눈에 구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품에 대한 기대와 실제 경험의 차이가 발생하면 결국 반품이나 교환으로 이어질 수 있고, 플랫폼에 대한 고객 신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고객이 믿을 수 있는 리뷰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