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표 멕시칸 패스트푸드 브랜드 '치폴레'가 한국에 상륙한다. 치폴레가 아시아에 매장을 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멕시칸 푸드는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음식임에도 유독 한국에서는 자리를 잡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 치폴레의 한국 진출이 멕시칸 푸드의 국내 시장 안착을 위한 시발점이 될 지 여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진짜가 왔다
에스앤씨레스토랑홀딩스는 1일 서울 강남 치폴레 1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는 2일 아시아 1호점인 '치폴레 강남점'을 오픈한다고 밝혔다. 에스앤씨레스토랑홀딩스는 상미당홀딩스의 외식 전문 계열사인 빅바이트컴퍼니와 치폴레가 함께 세운 합작 법인이다.
치폴레 한국 1호점은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에 96석 규모로 조성됐다. 바로 옆에는 마찬가지로 빅바이트가 운영하는 '쉐이크쉑'이 자리하고 있다. 인근에는 '파이브가이즈'도 경쟁 중이다. 강남역을 누비는 1030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패스트푸드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매장 인테리어는 우드와 메탈 소재를 활용한 모던&미니멀한 인테리어로 치폴레 특유의 캐주얼한 분위기를 살렸다. 오픈 키친을 통해 고객이 재료 손질과 조리 과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좋은 원재료를 사용해야 한다는 치폴레의 운영 철학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구조다. 매장에서 만드는 모든 음식에는 합성향료와 색소, 보존료를 쓰지 않으며 식자재 손질과 준비는 매일 아침 현장에서 이뤄진다는 설명이다.
치폴레 특유의 메뉴 선택 방식 역시 그대로 구현했다. 카운터를 따라 이동하며 부리또·볼타코·샐러드·퀘사디아 중 하나를 선택한 뒤 원하는 재료를 자유롭게 얹을 수 있다. 주재료인 프로틴(고기)은 치킨·스테이크·소고기 바바코아·돼지고기 카르니타스·두부로 만든 소프리타스·과카몰레가 제공돠는 베지 등 6종이다. 여기에 화이트·브라운 라이스와 블랙·핀토빈을 더하고 살사와 치즈, 사워크림, 과카몰레 등 토핑을 기호에 맞게 조합할 수 있다.
가격대는 미국과 비슷한 1만2800~1만4800원으로 책정됐다. 프로틴 메뉴를 고를 때만 가격에 차이가 있고 라이스나 빈, 치즈, 살사, 사워크림 등 토핑은 무료다. 양을 더 추가하더라도 추가금을 받지 않는다.
금액이 추가되는 건 과카몰레와 퀘소 블랑코(치즈 크림) 등 애드온 소스, 음료와 사이드 칩 뿐이다. 애드온 소스와 음료, 칩을 추가하더라도 2만원 이내다. 미국에 비해 주재료인 토마토, 아보카도 등의 원가가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가격 설정이다.
스콧 보트라이트 치폴레 CEO는 "한국은 소비자들이 재료의 품질이나 공급, 조리 과정 등에 관심을 많이 갖는 시장"이라며 "(치폴레 한국은) 아시아 전역에서 치폴레가 어떻게 성장할 지에 대한 기준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멕시칸 불모지
치폴레의 한국 진출은 여러모로 주목할 점이 많다. 진출 방식부터 그렇다. 치폴레는 한국에 진출하면서 상미당홀딩스(SPC그룹)와 손잡았다. 캐나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에 진출한 치폴레가 현지 기업과 합작 방식으로 신규 지역에 진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시아 첫 진출 지역으로 '멕시칸 푸드 불모지'인 한국을 골랐다는 점도 눈여겨 볼 만하다. 멕시칸 푸드는 중식과 일식, 이탈리안에 버금가는 글로벌 푸드다. 하지만 유독 한국에서는 멕시칸 푸드가 기를 펴지 못했다. 치폴레의 라이벌인 '타코벨'이 1990년대 초반 국내 시장에 진출했지만 참패 후 철수했고 이후로도 수차례 재도전과 실패가 반복됐다.
고수와 사워크림, 치즈 소스 등 멕시칸 푸드의 요소가 한국인에겐 맞지 않았다는 점, 해당 브랜드의 가격 정책 등이 국내 실정에 맞지 않았다는 점 등이 실패 요인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치폴레는 한국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봤다. 1990~2000년대와 달리 지금은 소비자들이 현지화되지 않은 원조 그대로의 글로벌 푸드를 맛보는 데 거리낌이 없다. 오히려 현지화가 지나치게 이뤄지면 '내가 알던 그 맛'이 아니라며 발길이 끊긴다.
또 치폴레는 '미국식 멕시칸 푸드'의 원조 격인 브랜드다. 미국에서 멕시코 요리가 지금의 지위를 얻는 데 치폴레의 역할이 컸다. 마찬가지로 멕시칸 푸드가 익숙하지 않은 한국에서도 치폴레가 선봉장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치폴레 측 역시 한국 진출의 주 목적을 "고객들에게 새로운 외식문화를 제안"하는 데 뒀다.
일명 '서브웨이' 스타일 주문 방식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호불호가 갈리는 요소다. 재료 역시 생소한 소스나 토핑이 많다. 미국과 거의 비슷한 가격 정책 역시 포지셔닝의 변화를 가져온다. 미국에서 한 끼 10~15달러는 매우 저렴한 식사에 속하지만 국내에서는 '프리미엄 패스트푸드'다. 캐주얼한 외형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허희수 상미당홀딩스 CVO(최고비전책임자)는 "좋은 재료로 진정성을 담은 음식을 제공한다는 원칙 아래 전 세계 고객들의 사랑을 받아온 치폴레를 국내 고객들에게 선보이게 되어 뜻 깊게 생각한다"며 "치폴레가 추구해 온 높은 품질 기준과 브랜드 철학을 구현해 외식 시장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