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가 올해 하반기 들어 주요 제품의 가격을 잇따라 올리고 있다. 카레와 케첩을 시작으로 컵라면, 즉석밥까지 가격 조정 대상이 넓어지면서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 품목을 중심으로 사실상 '줄인상'이 이뤄졌다. 고환율에 따른 수익성 방어는 물론 내수 중심 사업구조에서 비롯된 구조적 한계가 함께 작용된 것으로 보인다.고치고 또 고치고
오뚜기는 오는 7일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일부 컵라면과 만두의 평균 출고가를 최대 7.7% 올릴 예정이다. 이에 따라 진라면 매운맛과 열라면 가격은 1200원에서 1300원으로 조정된다. 참깨라면은 1550원, 만두 브랜드 엑스오(X.O.)의 교자 제품은 1만1480원으로 기존보다 각각 기존보다 150원, 1000원 오른다. 같은 날 오뚜기밥(12개입) 가격은 1만2980원에서 1만3980원으로 인상된다.
오뚜기의 가격 인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오뚜기는 지난 7월 카레와 케첩, 후추, 당면 등 29개 품목의 출고가를 올렸다. 카레와 케첩은 각각 6.1%씩 올랐으며 후추는 17%, 당면은 10% 인상했다. 이달 들어서는 대형마트에 앞서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즉석밥 가격도 500원씩 올렸다. 일부 제품의 조정이라기보다 전반적으로 가격표를 다시 쓴 셈이다.
오뚜기는 원가 부담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식품업계는 그동안 원재료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만큼 환율의 영향이 크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 중에서도 대두유·팜유 등 유지류와 같은 원재료는 국제 시세 변화가 곧 인상 압력으로 이어지는 품목으로 꼽힌다. 상반기 기준 오뚜기의 수입산 유지류 평균 매입 단가가 톤당 1296달러(약 178만원)로 지난해 말보다 15.7% 급등했다.
다만 잇단 가격 인상을 단순히 원재료 가격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같은 기간 설탕 1㎏당 가격은 16.1% 줄어든 940원이었고, 물엿(1㎏) 역시 903원으로 6.8% 내렸기 때문이다. 포장재 원료인 나프타 가격도 지난 4월 정점을 찍은 이후 최근 25% 이상 떨어진 상황이다. 오뚜기가 사용하는 모든 원재료 가격이 일제히 오른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언제까지 이럴 순 없잖아"
흥미로운 부분은 봉지라면의 가격을 동결했다는 점이다. 현재 오뚜기 전체 매출에서 라면을 비롯한 면류가 차지하는 비중은 30% 수준으로 사업 부문 중 가장 크다. 면류 매출 대부분은 라면에서 나오고 있다. 이 중 봉지라면이 60%를 차지한다. 라면의 주요 원재료인 유지류 가격 상승에 따라 가장 먼저 인상 검토 대상이었어야 할 품목인 라면은 가격 경쟁력을 지키는 쪽을 택했다.
이는 소비자가 제품별로 체감하는 가격 민감도가 다르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봉지라면은 통상 소비자가 제품 간 가격을 쉽게 비교할 수 있는 대표적인 '서민 품목'이다.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 브랜드별 가격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데다 농심과 삼양식품, 팔도 등 경쟁 제품도 많다. 가격이 조금만 올라도 소비자가 다른 제품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반면 컵라면은 작은 용기부터 큰 용기까지 다양한 규격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접근성과 편의성이 구매 결정에 더 크게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케첩과 만두 등도 제품별 용량과 구성에 차이가 있어 단순 가격을 통해 비교하기 어렵다. 가격 민감도가 높은 품목 대신 다른 제품군을 통해 원가 부담을 일부 흡수하는 방식으로 대응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가격 인상이 지속적인 해결책이 될 순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내수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 가격 인상에 의존한 성장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오뚜기는 국내에서 나오는 매출이 90%에 육박하는 '전통적인 내수 기업'이다.
오뚜기 역시 이런 사업 구조의 한계를 인식하고 해외 사업을 성장동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오뚜기는 이달 일본 판매 법인을 통해 라면류를 비롯해 소스와 참기름 등을 현지에 선보일 예정이다. 여기에 오는 2028년 가동을 목표로 미국 현지 생산기지 구축에도 속도를 내는 중이다. 성장성이 높은 해외 시장에서 판매량 자체를 늘려 새로운 이익원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생산 공정 효율화와 비용 절감 등을 지속해왔음에도 불구, 원가 부담이 누적됨에 따라 일부 제품들의 출고가를 조정하기로 결정했다"며 "앞으로는 가격 인상 요인을 최소화하면서도 품질 높은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에 힘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