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리스크를 완전히 털어낸 남양유업이 7년 만의 '1조 기업' 복귀를 위해 달리고 있다. 실적 회복의 중심엔 '매출 다각화'가 있다. 우유 중심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다양한 핵심 제품을 육성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다시 찾는 남양
남양유업은 지난 2분기 매출 2580억원, 영업이익 1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1.2% 늘었고 영업이익도 40% 넘게 회복됐다. 상반기 전체로 봐도 실적 개선세가 뚜렷하다. 상반기 매출은 7.9% 늘어난 4832억원으로 5000억원에 육박했다. 영업이익(18억원)도 지난해 상반기(10억원)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남양유업은 그간 홍원식 전 회장 시절에 불거진 여러 논란 탓에 암흑기를 보냈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누적 적자만 3000억원이 넘었다. 2019년을 마지막으로 매출 1조원 고지도 지켜내지 못했다. 지난해엔 52억원 흑자를 내며 적자 행진을 끊어냈지만 이는 매출 감소를 동반한 '허리띠 졸라매기'의 결과물이었다.
올해엔 분위기가 다르다. 두 분기 연속으로 전년 대비 큰 폭의 성장을 이뤘다. 지난해 목표로 세웠던 흑자전환을 달성하자, 올해엔 흑자 유지를 전제로 한 외형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호재에 따른 호실적이 아닌, '계획된 흑자'와 '계획된 매출 성장'이다.
이대로라면 연매출 1조원 돌파도 가능한 추세다. 올해 들어 전년 대비 매출 성장률이 8~10%대를 오가고 있다. 전년 대비 11%, 상반기 대비 8%만 늘어도 1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2019년 이후 처음이자 한앤코 체제 전환 이후 첫 1조원대 매출이다. 의미 부여를 할 만하다.
우유 기업 아닙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남양유업의 모태 사업이라 할 수 있는 우유 부문의 영향력 감소다. 상반기 전체 매출에서 우유류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54.4%에서 올해 48.9%로 5.5%포인트 낮아졌다. 분유 매출 비중은 21.1%에서 21.9%로 큰 변화가 없었다.
우유의 빈 자리를 채운 건 '기타' 부문이다. 매출 점유율이 24.3%에서 29.2%로 늘어나며 30% 진입을 앞두고 있다. 매출액 기준으로도 같은 기간 우유가 2435억원에서 2366억원으로 2.8% 감소하는 동안 기타 부문은 1090억원에서 1409억원으로 40% 넘게 급증했다. 남양유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인 셈이다.
그간 이 부문을 주도했던 건 '17차'였다. 2005년 출시 이후 유제품 전문 기업이던 남양유업의 답답한 포트폴리오에 숨통을 틔워 줬다. 하지만 최근의 성장은 '테이크핏'과 '초코에몽' 등 가공유와 단백질 제품들이 주도하고 있다. 초코에몽은 현재 국내 오프라인 초코 가공유 시장 점유율 1위 브랜드다. 테이크핏 역시 지난해 하반기 단백질 음료 매출 1위에 올랐다.
한앤코는 남양유업 인수 이후 '사업 다각화'를 기치로 내걸고 우유와 발효유, 분유 외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 대표적인 예가 초코에몽 시리즈와 테이크핏이다. 초코에몽은 말차에몽, 초코에몽mini, 단팥에몽 등으로 라인업을 확장했고 테이크핏도 단백질 강화 음료 트렌드에 맞춰 아쿠아, 프로, 맥스 등 상품군을 세분화했다.
'다각화'는 제품에만 그치지 않았다. 남양유업의 2분기 해외 매출은 전년 대비 169% 늘어난 301억원을 기록했다. 상반기 전체로도 130% 늘어난 466억원에 달했다. 4%대였던 해외 매출 비중도 10%에 육박하고 있다. 분유에 집중됐던 수출 포트폴리오가 동결건조커피, 커피믹스, 컵커피, 테이크핏 등으로 세분화된 덕이다.
독립 법인으로 분리시킨 백미당도 순항 중이다. 매출은 35% 늘어난 160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도 5000만원 적자에서 5억6000만원 흑자로 전환됐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의 성과가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영업이익도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성장 제품군과 판매 채널을 지속 확대해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숙제는
사업 외적인 이슈도 정리되는 모양새다. 지난달 말엔 홍 전 회장이 남양유업을 상대로 낸 임원퇴직금 청구 소송이 마무리됐다. 홍 전 회장은 남양유업에 440억원대 퇴직금을 달라고 요구했다. 법원이 홍 전 회장의 손을 들어 준다면 막대한 피해가 예상됐다.
하지만 법원은 오히려 홍 전 회장이 남양유업에 11억7200여 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홍 회장의 퇴직금 청구 소송은 인정하지 않고 남양유업이 건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만 인정하면서다. 홍 전 회장이 곧바로 항소하면서 2심이 기다리고 있지만 홍 전 회장이 승소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한앤코가 추진 중인 남양유업 서울 강남 본사 사옥 매각 역시 유동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남양유업 강남 사옥은 현재 남양유업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 금양흥업이 갖고 있다. 예상 매각가는 2500억~3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한앤코가 남양유업 인수에 투입한 3107억원에 버금가는 금액이다.
업계에선 한앤코가 추가 확보하는 자금을 회수하기보다는 남양유업의 경쟁력 개선에 재투자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남양유업은 그간 실적 개선을 위해 비용 감축을 진행해 왔다. 2023년 상반기 1211억원이었던 판관비 지출은 올 상반기 899억원으로 25.7% 줄었다. 같은 기간 240억원이던 광고선전비는 78억원으로 줄었고 0.86%던 연구개발비용 비중은 0.66%로 급감했다.
지금까지는 적자 행진을 벌여왔던 만큼 긴축 경영에 당위성이 있었지만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투자 확대에 나서며 한앤코가 외쳐왔던 '남양유업 정상화'를 가속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사모펀드가 기업의 정상화보다는 최대주주의 수익에 무게를 둔 경영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며 "남양유업의 실적 개선이 기업 매각의 사전작업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