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의 최대 고비를 넘겼다. 법원이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을 최종 인가하면서다. 회생절차에 들어간 이후 1년 6개월 만에 사실상 마무리를 지은 셈이다. 이제부터는 회생계획에 담긴 채무 변제와 점포 매각, 영업 정상화 등을 차질 없이 이행해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입증할 수 있는지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인가 다음은
지난 2일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는 관계인집회에서 가결된 홈플러스 회생계획안을 인가했다. 회생담보권자와 주주 100%, 회생채권자 75.9%가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법정 기준을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향후 홈플러스가 제출한 계획안을 바탕으로 변제 수행을 시작할 경우 회생절차는 종료될 예정이다.
앞서 홈플러스는 지난해 3월 서울회생법원의 결정으로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신용등급 하락으로 단기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한 부담이 커진 데다, 자금 조달 여건까지 악화되면서 정상적인 영업만으로는 유동성 위기를 버티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후 홈플러스는 회생계획 마련과 채권자 설득에 나섰지만 '운영자금 부족'이라는 또 다른 복병을 맞으며 회생절차가 폐지되는 상황까지 몰렸다.
이런 홈플러스를 살린 건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이다. 메리츠는 지난 7월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보증을 토대로 홈플러스가 회생절차에 필요한 2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DIP)을 지원했다. 덕분에 홈플러스는 지난달 전국 67개 핵심 점포의 영업을 재개, 회생계획안을 마련하며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이번 홈플러스의 재기 여부를 가를 핵심은 '점포 매각을 통한 채권 변제'다. 현재 홈플러스가 지급하지 못한 납품대금은 총 5032억원이다. 홈플러스는 오는 2028년 2월까지 0.5%(25억원), 2029년 2월까지 20.3%(1022억원)를 지급한 뒤 2030년 2월까지 나머지 79.2%(3985억원)를 상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납품대금을 3년에 쪼개서 갚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는 자가 점포를 활용한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생각이다. 우선 2028년 2월까지 자가 점포 19곳을 팔아 메리츠가 보유한 선순위 담보권신탁채권을 해소할 계획이다. 메리츠가 잡고 있는 담보권을 먼저 해제해야만 다른 보유 자가 점포들을 추가 담보로 제공해 대출을 받아 빚을 갚을 수 있어서다. 점포 매각이 곧 자금을 조달하는 '열쇠'인 셈이다.돈 버는 구조 시급
문제는 점포를 제때, 원하는 가격에 매각할 수 있느냐다. 최근 대형마트는 이커머스에 밀려 위축될 대로 위축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경쟁사가 폐점 점포를 그대로 인수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점포 부지를 주상복합이나 물류센터, 오피스 등으로 개발해 매각하는 시나리오도 부동산 경기 회복 여부와 개발 인허가 등의 문제가 있어 쉽지 않다.
납품 정상화도 홈플러스가 풀어야 할 숙제다. 홈플러스는 핵심 점포를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영업 정상화를 통해 오는 2029년 영업흑자, 2030년에는 연매출 4조3000억원과 1628억원의 영업이익을 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선 납품업체와의 거래 정상화와 상품 공급 안정화가 필수다.
하지만 아직 상황은 녹록지 않다. 실제로 홈플러스는 정상 영업에 나선 이후에도 매장 곳곳에 상품 진열이 충분하지 않았다. 회생계획안이 인가된 지난 2일 오후 6시쯤 찾은 홈플러스 강서점은 일부 냉장 코너에 상품이 비어 있는 매대를 가리기 위한 용도로 집기들을 채워넣는 등 상품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흔적이 여전했다. 여기에 매대 곳곳에는 제한적인 상품 종류 탓에 하나의 상품들만 진열돼 있었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 발길도 뜸했다. 이날 매장에서는 지난달 21일 제조된 풀무원 두부가 대량으로 할인 판매되고 있었다. 냉장 코너 한쪽에는 과채주스 등 소비기한이 임박한 여러 상품에 할인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또 마감 세일이 이제 막 시작되는 시간임에도 이미 가격표가 세 차례나 바뀌며 2만6000원대였던 양념갈비가 1만2000원대로 50% 이상 '떨이 판매'되고 있었다.
업계에선 홈플러스가 현재처럼 납품업체에게 선불로 상품대금을 지급하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본업 회복'에 제약이 생길 것으로 내다본다. 대형마트는 특성상 상품 구색이 갖춰지지 않으면 매출을 늘리기 어려운 구조다. 이는 곧 현금흐름이 악화되는 건 물론 채무 변제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빚을 어떻게 갚느냐'를 넘어 '돈을 얼마나 벌 수 있느냐'의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분할상환에 동의하지 않은 공익채권자들이 밀린 대금을 즉시 지급하라고 요구하지 않도록 설득하는 과제도 남아있다. 현재 공익채권자 분할상환 최종 동의율은 66.3%다. 남은 채권자들이 일시 변제를 요구할 경우 홈플러스는 다시 유동성 압박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홈플러스 일반노동조합은 "이번 회생 인가는 장기간 체불임금 속에서 현장을 지킨 노동자들과 파산 위기 속에서도 상생을 택한 납품업체들의 뼈를 깎는 양보가 일궈낸 기적"이라며 "인가 결정은 끝이 아닌 시작인 만큼 완전한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