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르포]온도에 모든 것 걸었다…CJ대한통운 '저온센터'의 비밀

  • 2026.09.10(목) 12:00

안성 물류센터 오픈…'콜드체인' 특화
'풀필먼트' 성장동력…경쟁 우위 확보
피킹·포장에 AI 탑재…처리 속도 높여

CJ대한통운 안성 B2C저온센터 내부 전경./사진=윤서영 기자 sy@

지난 8일 오전 경기도 안성의 한 물류센터.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추위'였다. 한낮 기온이 27도에 육박했던 바깥과 달리, 센터 내부는 가장 높은 온도가 6도에 불과할 정도로 냉기가 가득했다. 한여름 더위가 무색하게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센터 안에서의 옷차림도 일반 물류센터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이곳은 가벼운 작업복이 아닌 방한복이 필수였다. 두꺼운 바지에 점퍼 지퍼를 목 끝까지 올리는 등 몸을 단단히 감싸야만 장시간 작업장 안에서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이런 환경에 익숙한 듯 맡은 일을 묵묵히 이어가고 있었다.

이곳은 CJ대한통운이 최근 새롭게 오픈한 소비자 거래(B2C) 저온센터다. CJ대한통운은 이 저온센터를 CJ제일제당과 스타벅스 등 저온 물류를 필요로 하는 주요 고객사를 비롯해 112개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판매자의 냉장, 냉동 상품을 취급하는 풀필먼트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마치 하나의 '대형 냉장고' 역할을 하는 셈이다.온도 관리가 생명

입고 처리를 마친 상품이 이동하는 동선을 따라가 가장 먼저 마주한 곳은 '냉동 챔버'였다. 냉동 챔버는 입구에 들어서기 전부터 희뿌연 안개가 시야를 가렸다. 내부 온도가 영하 18도로 급격히 낮아지면서 외부와의 온도 차이로 피어오른 수증기 탓이다. '춥다'는 말로는 감히 설명이 안될 정도의 한기였다.

이곳에는 내부 곳곳에 무선 정밀 센서가 설치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센서가 실시간으로 온도와 습도를 감지, 설정 범위를 벗어나면 담당자에게 즉시 알려 조치를 취하는 시스템이다. 입고 후 배송되는 순간까지 냉동식품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한 CJ대한통운의 '콜드체인' 역량을 엿볼 수 있었다.

안성 B2C저온센터 냉동 챔버 입구./사진=윤서영 기자 sy@

윤철주 CJ대한통운 풀필먼트 앤 터미널(FT) 본부장은 "현재 1시간에 한 번 온도 측정을 진행하고 있으며 온도가 기준 이상으로 올라가면 제품의 보안 규정을 바꾸고 있다"면서 "냉방기와 같은 장비들의 고장으로 온도가 일정 수준 이상 오르면 제품을 즉시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기민한 대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상품의 보관 방식도 특성에 따라 달리했다. 같은 상품을 대량으로 보관할 때는 '파렛트랙'에, 크기가 작거나 개별 단위로 자주 출고되는 상품은 선반을 촘촘하게 나눈 '콤비랙'에 보관하고 있었다. 한정된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 상품에 맞게 보관을 세분화해 작업자들의 이동 동선을 줄이기 위한 행보다.AI로 정교화

작업자들의 편의성을 극대화한 기술은 냉동 챔버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냉장 구역에서는 '디지털 피킹 카트(DPC)'를 끌며 상품을 찾는 작업자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박스에 붙은 바코드를 스캔하면 카트에 부착된 화면을 통해 고객이 주문한 상품의 보관 위치와 수량 등을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일일이 상품 위치를 기억하거나 종이에 적힌 목록을 확인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이는 주문량이 많아질수록 작업자에게 요구되는 상품 탐색과 이동 부담을 최소화하는 일종의 장치였다. 서로 다른 상품을 하나의 박스에 담는 '이종합포' 방식이 일반적인 신선식품 특성상 작업자는 그동안 센터 곳곳을 오가며 상품을 찾아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이와 달리 DPC는 동선 효율화를 통해 복잡한 주문을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도왔다.

표수현 CJ대한통운 안성 B2C저온센터장이 DPC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 모습./사진=윤서영 기자 sy@

포장 효율성을 높인 점 역시 주목할 부분이다. 이커머스를 통해 신선식품을 주문할 때 상품 대비 지나치게 큰 박스가 배송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CJ대한통운은 이 같은 과대포장을 해소하고자 인공지능(AI)이 주문 상품의 크기와 수량, 박스 규격 등을 분석해 적정 포장 여부를 판단하는 '로이스 오팩' 시스템을 자체 개발했다. 기존 9종이던 스티로폼 포장재 종류도 14개로 확대했다.

윤 본부장은 "과거에는 포장 작업자의 경험과 판단에 기반해 박스를 포장했다면 지금은 주문과 함께 실시간으로 AI가 빈 공간을 최소화하는 박스를 결정해주고, 이를 포장 작업자한테 알려주는 방식으로 운영 중"이라며 "로이스 오팩 도입 이후 통상 한 박스를 포장하는 데 1분30초 소요되던 작업 시간도 10초 줄어들었다"고 강조했다.

최종 포장을 마친 상품은 길게 늘어선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배송 차량이 기다리고 있는 하차장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서는 화물차가 건물 안에 들어와 후면 적재함을 열고 상품을 실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차량이 서는 공간인 도크도 건물 내부에 마련해 신선식품이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최소화했다.미래 먹거리

CJ대한통운은 향후 풀필먼트를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데 힘을 쏟을 생각이다. 최근 국내 택배 시장은 이커머스 성장에 힘입어 물동량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반면 업체 간 치열한 경쟁에 따라 수익성은 악화하는 추세다. 물류 서비스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투자가 계속되는 데다, 물동량 한 건을 더 확보하기 위한 '단가 싸움'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사진=윤서영 기자 sy@

실제로 CJ대한통운은 올해 상반기 택배 사업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9.5% 증가한 1억9526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751억원으로 6.1% 감소했다. 같은 기간 물동량이 8억1400만박스에서 9억2000만박스로 늘어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물량 확대가 곧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되지 않은 셈이다. 반면 이커머스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7.6%, 91.7% 증가했다.

저온센터를 추가로 확대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CJ대한통운은 현재 수도권을 포함해 영남권 등으로 거점을 넓히는 작업을 검토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이를 통해 상온과 냉장·냉동 등 저온 상품을 한곳에서 처리할 수 있는 복합센터를 구축, 상품별 물류 운영을 고도화하는 것이 목표다.

/사진=윤서영 기자 sy@

포장 데이터를 소비자에게 보여주는 서비스를 확대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소비자가 자신의 주문 상품이 어떤 박스에 담겨 배송되는지를 미리 예측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경우 상품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되는 완충재와 아이스팩 개수까지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다. AI가 상품에 맞춰 결정한 '최적의 포장'을 소비자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윤 본부장은 "B2C는 기업 간 거래(B2B)과 비교했을 때 수익성과 성장성 모두 높게 평가되고 있는 분야"라며 "풀필먼트에서 두 자릿수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는 한편 기존 B2B 중심에서 신규 버티컬 영역으로 사업 구조를 확대해 수익률을 도전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naver daum
  • 오늘의 운세
  • 오늘의 투자운
  • 정통 사주
  • 고민 구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