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제품이 쏟아지는 소비의 시대. 뭐부터 만나볼지 고민되시죠. [슬기로운 소비생활]이 신제품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제품들을 직접 만나보고 가감없는 평가로 소비생활 가이드를 자처합니다. 아직 제품을 만나보기 전이시라면 [슬소생] '추천'을 참고 삼아 '슬기로운 소비생활' 하세요.[편집자]
*본 리뷰는 기자가 제품을 직접 구매해 시식한 후 작성했습니다. 기자의 취향에 따른 주관적인 의견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술 안 마신다는데
올해만큼 주류업계가 어려움을 토로한 해가 있을까. 주류 제조사든 술집이든 술을 파는 곳이라면 어디든 사람들이 더 이상 술을 마시지 않는다며 난리다. 엄살이 아니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류 출고량은 298만8000㎘로 300만㎘를 밑돌았다. IMF로 소비가 뚝 끊긴 1998년 이후 27년 만의 일이다.
술이 차지하던 자리는 무알코올과 제로 음료, 운동이 차지했다. 저녁만 되면 의무처럼 술자리를 만들던 문화가 사라지고 건강을 챙기기 위해 운동을 하는 문화가 정착했다. 술자리를 갖더라도 폭음을 하지 않고 각자의 주량에 따라 마시고 술을 마시지 못하면 무알코올 맥주나 음료를 마신다.
주류업계도 이에 발맞춰 다양한 무알코올 제품들을 내놓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하이트 제로'와 '하이트 제로 포멜로', '하이트 제로 0.7%'(알코올 도수 0.7%는 '논알코올'로 분류된다.) 등을 내놓으며 '제로 맥주'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오비맥주도 '카스 0.0'과 '카스 올제로', '카스 레몬 스퀴즈 0.0' 등 카스 제로 라인업에 더해 버드와이저와 호가든 등 수입맥주의 '제로' 제품도 선보이는 중이다.
하지만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하는 법. 주류 회사가 '제로 맥주'에만 치중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마시지 않는 소주와 맥주를 마시게 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결국 해답은 '마시고 싶은 술'을 만드는 것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이 부문에서 일찌감치 답을 찾았다. 2021년 5월 과일탄산주 브랜드 '순하리진'을 내놓고 '유자진', '상그리아진' 등 다양한 라인업을 선보였다. 이에 힘입어 순하리진이 포함된 롯데칠성의 '기타주류' 부문 매출은 올해 상반기 574억원을 기록, 청주와 와인, 맥주를 모두 제치고 소주에 이은 '2위'가 됐다.
하이트진로도 올해 승부수를 던졌다. 대표 맥주 브랜드 '테라'에 과감하게 변주를 줬다. 스페인산 화이트와인에 수박·레몬·토마토 과즙을 넣고 탄산을 강화했다. 달콤한 화이트와인을 베이스로 과일의 상큼한 맛을 더하고, 탄산으로 목넘김까지 챙기겠다는 의도다.
노림수는 들어맞았다. 지난 8월 초 출시 이후 20일 만에 150만캔의 초도 생산 물량이 완판됐다. 특히 그간 주류 시장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토마토맛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이후 열흘간 100만캔 이상이 더 팔리며 한 달여 만에 300만캔 돌파를 앞두고 있다.
도대체 어떤 맛이길래 술 안 마신다는 2030이 이 술을 찾을까. 이번 [슬기로운 소비 생활]에서는 테라 스파클링 3종을 맛보고 이들이 주류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를 수 있을 지 고찰해 보기로 했다.
테라지만 맥주는 아님
테라 스파클링은 이름과 달리 맥주가 아니다. 앞서 설명했듯 스페인산 화이트와인을 기주(基酒)로 하는 칵테일에 가깝다. 정식으로는 '과실주'로 분류되지만 과일 농축액 함량은 0.01~0.33%에 불과하다. 과일즙만으로 맛을 내기 어려운 수박과 토마토의 경우 농축액 0.01%에 향료로 맛을 냈고 레몬의 경우 0.33%로 농축 과일즙 함량이 다른 두 제품보다 무려 33배(?) 높다.
맥주가 아님에도 테라라는 브랜드를 가져온 데는 켈리 출시 이후 떨어진 테라의 위상을 회복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그간 없던 신제품 라인업을 완전히 새로운 브랜드로 가져가기보단 '테라 유니버스'에 포함시켜 시너지를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테라가 강조하는 특징이 '리얼 탄산'인 만큼 테라 스파클링 역시 탄산감을 강조했다는 의미도 있다.
눈에 띄는 건 세 제품 모두 정제수와 백포도주에 이은 제 3원재료가 기타과당이라는 점이다. 여기에 설탕도 들어 있다. 젊은 층이 선호하는 '달콤한 술'을 구현하기 위한 선택이지만 와인에 과당, 설탕까지 들어 있으니 숙취는 어쩔 수 없이 따라온다. 토마토와 수박은 테라와 같은 알코올 도수 4.6도, 레몬은 7도다.
잔에 따라 보면 세 제품 모두 무색투명한 사이다에 가까운 발색을 보여준다. 새빨간 토마토와 수박의 수색을 기대했다면 약간 아쉬울 수 있다. 알록달록하게 과일 색을 살린 캔 디자인과 맞지 않는 듯하지만, 술을 잔에 따라 마시기보단 캔을 그대로 음용한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달디달고 달디단
가장 먼저 화제가 됐던 토마토의 경우 일반적인 주류에서 자주 시도하지 않는 풍미라는 점에서 가산점을 줄 만하다. 새콤하면서도 깔끔한 토마토의 향이 달콤한 와인 베이스와 생각보다 잘 어울린다. 사실 이상할 것도 없다. 토마토는 원래 칵테일에 자주 쓰이는 과일이다. 토마토 주스에 보드카를 섞은 '블러디 메리', 맥주와 토마토 주스를 더한 '레드아이' 등은 인기 칵테일이다.
수박의 경우 캔을 따는 순간부터 진한 '수박바'의 향이 풍겨 온다. 수박 향이 아닌 수박바 향이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 은은하다기보단 공격적인 향이다. 맛 역시 박과 식물 특유의 깔끔한 뒷맛과 달리 진한 단맛이 남는다. 단 술을 좋아한다면 '호'겠지만 인위적인 향이 부담스러운 사람도 많을 듯하다.
레몬은 좋든 나쁘든 예상할 수 있는 '그 맛'에 가깝다. 많은 주류 브랜드들이 레몬맛 주류를 내놓고 있어 기대치가 높기 어렵다. 나머지 두 가지 맛이 다소 공식에서 벗어난 플레이버인 만큼 정석대로의 공략도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내놓은 맛으로 예상된다.
다만, 예상 가능하다는 점을 빼 놓고 보면 맛은 나쁘지 않다. 일반적으로 '레몬맛 주류'에서 레몬은 대부분 알코올의 쓴 맛을 덮어주는 용도로 사용된다. 이 때문에 레몬 특유의 신 맛은 잘 느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테라 스파클링 레몬은 단 맛과 함께 산미가 확실하게 올라와 '레몬 술'이라는 정체성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세 제품 모두 한 번의 도전이 아깝지는 않은 맛이다. 달콤한 저도수 주류를 선호하는 2030을 공략하겠다는 의도도 선명하다. 테라의 외연을 넓히려는 시도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다만, 기본적으로 '단 술'을 좋아하지 않는 주당이라면, 거들떠 보지도 말 것을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