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패션부문이 자체 제조·유통 일괄(SPA) 브랜드인 '스파오'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낙점했다. 그룹의 핵심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가 내년 직진출에 나서면서 자체 브랜드를 통해 빈자리를 메우겠다는 전략이다. 이랜드 패션은 스파오의 상품과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해 뉴발란스에 버금가는 '메가 브랜드'로 키우는 데 주력할 생각이다.화제성에 실속까지
업계 등에 따르면 스파오의 지난해 매출은 6500억원 수준이다. 5년 전만 해도 3000억원대였던 스파오는 매년 '고속 성장'을 거듭해 현재 이랜드 패션 전체 매출의 약 20%를 담당하고 있다. 고물가에 가성비를 우선시하는 소비자들의 니즈에 부합하고 기본 아이템부터 캐릭터 지식재산권(IP) 협업 제품까지 상품군을 확대한 것이 성장을 뒷받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중에서도 스파오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인기있는 캐릭터를 의류 상품에 접목해 매출 증대로 연결하고 있다. 과거 파자마 중심이던 협업 카테고리는 바람막이, 티셔츠, 후드 등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이날 기준 협업 라인업은 '산리오캐릭터즈'와 '블리치', '나루토' 등 총 25개다. 특히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데스노트' 컬렉션은 지난 5일 출시 이후 온라인몰에서 전체 제품이 10분 만에 품절되기도 했다.
업계는 스파오의 IP 협업이 단순 마케팅을 넘어 주요 매출원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보고 있다. 스파오는 2030세대 직원들로 구성된 '콜라보셀'을 통해 매달 2~4개의 신규 IP를 발굴해 상품화하고 있다. 독립적인 조직인 만큼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한 데다, 이랜드 패션의 유통망이 더해지면서 시너지를 낸 덕분이라는 평가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스파오 콜라보 매출은 전년 대비 51% 증가했다.
베이직 상품도 스파오의 안정적인 매출을 담당하는 축으로 꼽힌다. 유행을 타지 않는 상품의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높여 반복적인 구매를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캐릭터 협업 상품이 화제성과 신규 고객을 끌어오는 일종의 '성장 엔진'이라면 베이직 상품은 꾸준한 판매를 통해 매출의 바닥을 받치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넥스트 뉴발'로 거론되는 배경은 또 있다. 브랜드 특유의 상품 대응력도 한몫한다. 스파오는 소량 생산을 통해 확보한 소비자 반응을 토대로 즉각적인 상품 출시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많은 상품을 미리 만들기보다 소비자 수요에 맞춰 선보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급변하는 패션 트렌드에 유연한 대응과 계절 변화에 따른 재고 부담을 덜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더 빨리, 더 빠르게
다만 과제도 있다. 스파오뿐 아니라 SPA 브랜드 모두 '상품 출시 속도'가 기본적인 경쟁 요소다. 실제로 스파오와 함께 토종 브랜드인 '탑텐'은 신성통상 소싱 조직을 앞세워 브랜드별 생산을 통합 운영하고 있으며 선기획으로 생산 효율을 높이고 있다. 무신사 스탠다드의 경우 플랫폼 내부 데이터를 토대로 판매 수량을 늘리고 있으며 유니클로 역시 판매 데이터와 수요 예측을 활용해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다.
이 때문에 스파오는 인공지능(AI)에 기반해 운영 체계를 혁신하겠다는 생각이다. 트렌드 분석부터 고객에게 판매되기까지 주요 업무를 AI로 전환하는 게 핵심이다. 무엇보다 최대 수 주가 걸리던 판매 준비 과정을 단축할 수 있어 상품 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일부 상품에서는 기획·검토 업무가 하루만에 끝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물류 부문과의 시너지도 예상된다. 이랜드 패션은 스파오를 비롯한 뉴발란스, 미쏘 등 주요 패션 브랜드의 온라인 주문 물량을 통합 처리하는 거점인 충남 천안 물류센터에 AI 로봇을 도입해 물류 자동화를 추진하고 있다. 상품을 단순히 빠르게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물류까지 신속하게 연결해 기획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을 고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오프라인 외형 확대도 빼놓을 수 없는 전략 중 하나다. 스파오는 연내 전체 매장 수를 21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현재 운영 중인 매장은 총 204개다. 매장 기반을 넓혀 브랜드의 시장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행보다. 이를 통해 '국내 매출 1조원 브랜드'로 도약하는 게 스파오의 중장기적인 목표다.
업계 관계자는 "뉴발란스가 이랜드 패션사업의 성장을 이끌어온 만큼 단기간에 매출 공백을 단일 브랜드가 모두 메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스파오는 매출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고 IP 협업과 베이직 상품을 동시에 강화하고 있는 만큼 자체 브랜드 중에서도 가장 성장 가능성이 큰 브랜드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