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토홀딩스가 전개하는 휠라가 북미 사업 축소에도 불구, 부진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하고 있다. 2년 가까이 구조조정이라는 초강수를 뒀음에도 적자 흐름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단순히 사업 규모를 줄이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한계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손실의 늪
'북미'는 한때 휠라의 해외 사업 핵심 축이었다. 3040세대에 국한돼 있던 소비층을 넓히기 위해 내놓은 '디스럽터2'가 이른바 '어글리 슈즈' 트렌드를 선도하며 1020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얻은 영향이 컸다. 여기에 '고급화'를 앞세워 브랜드 경쟁력을 키운 점도 성장 동력이 됐다. 덕분에 미스토USA(옛 휠라USA)는 지난 2019년 사상 최대 매출인 6255억원을 기록했다.
이랬던 휠라의 성장세가 꺾이기 시작한 건 이듬해부터다. 코로나19에 따른 소비 둔화와 동종업계 간 경쟁 심화가 주된 원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이후 수요 회복을 기대하며 확보했던 재고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실적 악화에 기름을 부었다. 재고 소진의 일환으로 할인점과 아울렛 등에 제품을 대거 풀면서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 역시 훼손됐다.
결국 휠라는 지난 2024년 11월 '영업정지' 카드를 꺼내들었다. 북미 사업 90%를 정리해 적자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판단이었다. 실제로 당시 미스토USA 매출은 2658억원까지 쪼그라들었고, 1234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곳곳에서 '효자'였던 북미 사업이 한순간에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문제는 사업 규모를 대폭 줄인 이후에도 적자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스토USA는 지난해 말 순손실 511억원을 거둔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11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현재로선 흑자 전환이 요원한 상태다. 특히 올해는 계속된 적자로 남은 자본금마저 모두 갉아먹으면서 자본총계가 마이너스(-)로 전환,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미스토홀딩스가 북미 사업의 재정비를 지원하는 차원에서 단행한 재무적인 지원도 뚜렷한 돌파구가 되진 못하고 있다. 미스토홀딩스는 지난 5월 이사회를 통해 미스토USA의 차입금 2000만달러(약 300억원)에 대한 채무 보증을 1년 연장했다. 사업 축소 과정에서 발생한 재무 부담을 본사가 일정 부분 떠안으며 구조조정을 마무리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해주기 위한 조치였다.재도약 시험대
업계에서는 미스토USA가 재고 정리와 고정비 부담을 정리하는 데 예상보다 시간이 더 지체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사업 구조 개편과 체질 개선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을 줄이지 못한 것이 적자의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미스토홀딩스도 미스토USA가 기존 영업을 축소하고 재고 소진과 비효율 채널 정리 등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관련 지출이 지속적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미스토홀딩스는 내부적으로 올해를 '선택과 집중'의 해로 삼았다. 올해까지 사업 기반을 재정비한 뒤 내년 중 다시 북미에 진출하겠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현재 브랜딩에 집중하는 유통 전략과 비용 구조를 최적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과거와 같은 외형 중심의 사업 확대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사업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의도다.
최근 말레이시아에서 새로운 해외 사업 모델을 실험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스토홀딩스는 말레이시아 시장에서 브랜드 정체성과 상품 경쟁력을 앞세워 수익성과 성장성을 확보하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일례로 올해 동남아 최초로 오픈한 '휠라 1911 스토어'의 경우 브랜드 헤리티지와 고급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전반으로의 사업 확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 단순히 매장 수를 늘리는 방식이 아닌,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현지 소비자에게 통할 제품과 유통 구조를 주변 국가로 확장하는 전략이다. 과거 북미에서 재고와 할인 판매, 고정비 부담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휠라만의 차별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점은 숙제다. 말레이시아 시장은 북미와 마찬가지로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물론 뉴발란스, 아식스 등 글로벌 브랜드가 활발히 경쟁하는 '스포츠웨어 격전지'다. 미스토홀딩스가 인지도뿐 아니라 디자인과 기능, 경쟁력 등 휠라를 선택할 만한 이유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북미에서의 실패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북미 사업은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는 과정에서 외형을 빠르게 키우는 데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판매량보다 어떤 상품을 어떤 채널에서 어떻게 판매할 것인지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라며 "동남아에서 검증한 상품과 유통 모델이 실제 수익성으로 이어진다면 향후 북미 재진출에서도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