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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는 싸구려 술? '진짜 K소주'가 뜬다

  • 2026.09.15(화) 07:20

희석식에 밀렸던 전통 소주 시장 확대
'좋은 술을 적당히' 마시는 트렌드 영향
CJ제일제당, 해외 시장 겨냥 'JARI' 내놔

그래픽=비즈워치

'싸구려 술'이라는 오명을 얻었던 소주의 위상이 바뀌고 있다. 희석식 소주 일변도던 국내 소주 시장에서 좋은 원재료와 증류 공법을 도입한 고급 소주가 빛을 보기 시작했다. 절대적인 음주량이 줄면서 상대적으로 술의 품질을 중요시하게 된 데 더해 K푸드를 접한 외국인들이 고품질의 페어링 주류를 찾으면서 프리미엄 소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내가 진짜 '소주'

CJ제일제당은 지난 7월 프리미엄 주류 브랜드 '자리(jari)'를 론칭했다. 브랜드를 기획할 때부터 글로벌 시장 진출을 겨냥했다. 단순히 K푸드 붐에 얹혀 '한 몫' 잡으려는 일회성 기획이 아니다. 론칭 행사에는 그룹 후계자인 이선호 CJ그룹 미래기획그룹장이 참석했다. '자리'를 CJ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 중 하나로 점찍었다는 이야기다. 

눈에 띄는 건 CJ제일제당이 글로벌 주류 시장 공략을 위해 내놓은 주류가 '소주'라는 점이다. 자리의 론칭 제품은 '자리 문배술 24'와 '자리 가무치 24'다. 문배술은 평안남도 평양에서 제조하던 대표적인 전통 증류식 소주다. 가무치는 충청북도 충주에서 충주 쌀로 만드는 증류식 소주다. 

CJ제일제당이 내놓은 전통 증류식 소주 '자리'/사진=CJ제일제당

증류식 소주는 고려시대부터 내려온 전통 주류다. 하지만 일제시대 때 주세령이 내려지며 가정에서의 증류식 소주 제조가 금지되고 이 자리를 희석식 소주가 대체하면서 '소주'라는 이름을 희석식 소주에 내주게 됐다. 이제는 누구나 소주라고 하면 참이슬이나 처음처럼 같은 희석식 소주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품질 면에서는 알코올을 물로 희석하고 감미료를 넣은 희석식 소주가 증류식 소주를 따라오기 어렵다. 글로벌 주류 시장의 중심도 위스키와 보드카, 데킬라 같은 증류주가 차지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이 해외 시장에서 'K주류'를 알리기 위해 증류식 소주를 선택한 이유다.

국내 시장에서도 증류식 소주의 가능성이 인정받고 있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2021년 2480㎘였던 증류식소주 출고량은 2022년 박재범의 '원소주'가 등장하며 4905㎘로 급증했다. 비록 원소주 열풍이 시들해지면서 지난해 출고량은 다시 4600㎘대로 내려앉았지만 적절한 마케팅이 붙고 이슈가 되면 증류식 소주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은 보여줬다.

잠재력 있다

실제로 주요 증류식 소주 브랜드들은 꾸준히 우성장하고 있다. 화요그룹의 '화요'와 하이트진로의 '일품진로'가 대표적이다. 지난 2020년 128억원이었던 화요 매출은 지난해 407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4억원에서 40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일품진로 역시 매년 매출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일품진로의 매출 성장률은 2024년 125%, 2025년 117%로, 매년 두 배 이상 몸집을 불리고 있다. 2024년엔 국립식량과학원과 손잡고 증류식 소주 제조에 특화된 전용쌀 '주향미'를 개발하기도 했다. 중장기적인 시장 성장 가능성을 본 베팅이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변화해가는 주류 트렌드도 증류식 소주 시장에는 호재다. 2020년대 들어 폭음보다는 적당히 즐기는 음주 문화가 정착했다. 주종 역시 싱글몰트 위스키, 사케 등 프리미엄 주류의 인기가 높아졌다.

하이트진로의 증류식 소주 '일품진로' 라인업/사진=하이트진로

싱글몰트 위스키와 사케 등의 판매량이 늘어나는 데 맞춰 국산 맥주와 희석식 소주의 판매량은 매년 감소세다. 양이 아닌 '품질'을 즐기는 소비자가 늘면서 '프리미엄 주류'와 '저가 주류'의 성장 곡선이 엇갈렸다는 분석이다.

증류식 소주는 이런 시장 트렌드에 맞는 주종이다. 가격은 병 당 1000원대에 불과한 희석식 소주보다 비싸지만 제품마다 특색있는 맛과 향이 있고 제조 공법 역시 저마다의 노하우가 있다. 문배술의 경우 밀과 조, 수수로 만들지만 야생 배의 향이 난다고 해 '문배술'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일품진로는 위스키처럼 오크통에 숙성해 일반적인 증류식 소주와 다른 풍미를 낸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2024년 전체 소주 출고량 중 증류식 소주(단식증류소주)가 54.5%를 차지했다. 국내의 경우 증류식 소주 비중은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반대로 보면 그만큼 성장 여력이 있다는 의미다. 기업 입장에서도 희석식 소주 매출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병 당 가격이 높은 증류식 소주는 키울 만한 시장이다. 

CU가 출시한 '신라주'/사진=BGF리테일

국내 소비 트렌드를 가장 빠르게 포착하는 편의점 업계에서도 잇따라 증류식 소주를 내놓고 있다. CU는 지난달 경주 전통주를 콘셉트로 한 증류식 소주 '신라주'를, 세븐일레븐은 최강록 셰프와 손잡고 '최강록 네오25 화이트'를 선보였다. CU에 따르면 올해(1~7월) 증류식 소주 매출은 전년 대비 18.6% 증가하며 일반 소주(7.3%)를 크게 앞섰다.

업계 관계자는 "소맥으로 대표되는 과음·폭음 문화가 다시 돌아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프리미엄 주류를 찾는 국내 소비자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어필하기 위해서는 품질과 스토리를 모두 챙길 수 있는 전통 증류식 소주만한 콘텐츠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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