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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이키 안 신어요"…한국서 입지 '흔들'

  • 2026.09.17(목) 07:20

3년 연속 매출 내리막…소비자 선택지 다양
인기 모델 '재탕'에…제품 혁신 부족 지적도
경쟁 브랜드는 성장세…'기능성 싸움' 격화

/그래픽=비즈워치

나이키의 한국 시장 입지가 예전 같지 않다. 건강과 운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 스포츠화 시장 자체가 성장하고 있는 것과 달리 나이키의 한국 매출은 3년 연속 감소세다. 브랜드 선택지가 다양해짐에 따라 '나이키 아니면 안 신는다'는 인식이 과거만큼 강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이젠 안 통해"

나이키코리아의 2026 회계연도(지난해 6월~올해 5월) 매출은 1조7936억원이다. 전년보다 5.2% 감소했다. 앞서 나이키코리아는 2023 회계연도 매출 2조109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이듬해 2조49억원을 기록하며 감소세로 전환, 지난해에는 1조8913억원까지 떨어진 바 있다.

흥미로운 건 매출이 줄어들었음에도 불구,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같은 기간 나이키코리아의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477억원 늘어난 825억원으로 집계됐다. 제품 판매는 줄었지만 수익성이 오히려 2배 이상 확대됐다는 점에 이목이 쏠린다.

/그래픽=비즈워치

나이키코리아의 영업이익이 급증한 것은 상품 매입 이후 이뤄진 가격 조정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나이키코리아는 해당 회계연도에 상품 매입액으로 1조3843억원을 투입했다. 지난해보다 10.6% 줄어든 수치다. 여기에 이전가격 조정금액으로 마이너스(-) 466억원을 반영하면서 매출원가가 감소하는 효과로 이어졌다.

이전가격은 통상 현지 법인이 본사나 해외 관계사로부터 상품을 들여올 때 내부적으로 적용하는 거래 금액을 말한다. 이후 실제로 사업 실적 등을 바탕으로 가격을 다시 책정할 수 있는데, 올해에는 결산 시점에 한 차례 조정이 이뤄지면서 한국 법인의 상품 원가가 기존 대비 낮아지게 됐다.

나이키 ACG 피클주스./사진=나이키

업계에선 성장동력의 부재가 나이키의 실적 부진을 설명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라고 입을 모은다. 나이키가 그간 한국에서 질주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강력한 브랜드 파워에 제품 기술 혁신이 더해졌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6년 미드솔에 탄소 섬유판을 적용해 추진력을 높인 러닝화 '베이퍼플라이'는 당시 출시와 동시에 마라톤과 러닝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일상에서 신을 수 있는 데일리 운동화 역시 마찬가지다. '에어맥스', '에어포스', '에어조던', '덩크' 등은 나이키의 상징적인 제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일례로 에어맥스는 '에어 쿠셔닝' 기술이 적용돼 충격 흡수 기능에 초점을 맞췄다. 에어포스는 견고한 디자인을 통해 내구성과 지지력을 동시에 잡은 점이 특징이다.살 브랜드 널렸네

문제는 이 같은 대표 제품 중심의 브랜드 경쟁력이 과거만큼 힘을 쓰지 못한다는 점이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덩크를 신으면 아저씨'라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신제품 개발보다 기존 인기 모델들의 색상을 바꿔서 출시하는 이른바 '재탕'을 반복해온 점이 소비자 피로감을 키우는 요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한때 희소성과 새로움으로 관심을 끌었던 전략이 오히려 브랜드 신선도를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낸 셈이다.

그러는동안 경쟁 브랜드들은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신흥 러닝화 브랜드인 '호카'는 밑창과 발바닥 사이 쿠션을 두껍게 설계해 무릎 관절을 보호하면서도 신발 무게를 가볍게 만드는 등 맥시멀리스트 쿠셔닝을 강조하고 있다. 스위스 기반의 러닝 브랜드 '온러닝'은 독특한 쿠션 구조에 세련된 디자인을 앞세워 한국 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무신사 스토어 강남./사진=윤서영 기자 sy@

여기에 '아식스'와 '뉴발란스'도 러닝과 라이프스타일을 동시에 공략하며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아식스의 경우 기능성 러닝화 '젤 카야노' 시리즈에 고유의 젤 쿠셔닝 시스템을 적용, 편안한 착화감을 구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뉴발란스는 '990', '530' 등 주력 모델을 기반으로 러닝을 넘어 일상 패션까지 보폭을 넓히고 있다. 덕분에 두 브랜드는 지난해 매출이 모두 두자릿수 성장했다.

업계에서는 나이키가 과거의 브랜드 명성에 기대기보다 압도적인 자본력을 바탕으로 변화한 소비자 취향에 맞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브랜드만으로 선택받던 시장에서 제품·기능 중심의 경쟁을 다시 해야 하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D2C(소비자 직접 판매)에서 벗어난 유통 전략도 과제로 지목된다.

무신사 킥스 홍대점./사진=무신사

나이키는 향후 오프라인 유통 접점 확대와 채널별 차별화에 나설 전망이다. ABC마트와 같은 대형 벤더사와의 마케팅 협업을 늘리고, 무신사나 백화점 등에서는 각 채널의 특성에 맞춘 독점 상품을 선보이는 방식이 핵심이다. ​나이키 본사도 최근 D2C 중심 전략을 수정하고 도매 유통에 재투자하겠다는 방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나이키가 여전히 국내에서 탄탄한 브랜드 인지도를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소비자들의 정보력이 높아지면서 과거처럼 브랜드만 보고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은 약해지고 있다"며 "​최근에는 가격과 디자인은 물론 착화감과 기능성, 브랜드 정체성 등을 꼼꼼히 비교한 뒤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만큼 나이키 역시 제품 자체의 경쟁력을 다시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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