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원대 미지급 논란으로 보험업권을 달궜던 생명보험사의 '사망탈퇴(소멸)특약' 사태가 어정쩡한 마침표를 찍게 됐다.
피보험자 사망 시 지급하지 않은 계약자적립금 22억원을 뒤늦게 환급하기로 하면서 당장 대규모 리스크는 털어냈지만, 가입자 간 역차별과 명확지 않은 정산 기준 탓에 보험금을 내주고도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박민규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16일 기준 생보사들의 피보험자 사망 시 미지급 계약자 적립금 환급 대상 계약 건수는 총 1만461건, 지급금액은 총 21억9997만원으로 집계됐다.
회사별로는 건수 기준 AIA생명(3691건)과 교보생명(2704건), 신한라이프(1323건) 순으로 많았으며 금액 기준으로는 동양생명(6억6035만원)과 교보생명(4억5440만원), 미래에셋생명(2억6000만원) 순이었다. 현재 삼성생명, 한화생명, ABL생명 등은 지급을 완료했고 신한라이프도 이번주 지급을 완료할 예정이다. 나머지 생보사들도 이달 말까지는 전액 지급 한다는 계획이다. ▷관련기사: [단독]사망탈퇴특약 '미지급 적립액' 돌려준다…금융당국·생보사 가닥(2월6일).
초기 업계 추산치에 비해 환급액이 대폭 줄어든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법령해석과 과거 제도적 미비라는 구조적 요인이 자리 잡고 있다.
발단은 2011년 1월 보험업감독규정 개정이다. 당시 제3보험을 주계약으로 하는 상품에서 피보험자 사망 시 계약자적립금을 지급하도록 관련 기준이 강화됐다.
하지만 생보사들은 관행적으로 사망탈퇴율을 적용해 적립금을 주지 않는 대신 보험료를 낮춘 상품을 지속해서 판매해 왔다. 그러다 지난 2024년 관련 민원을 계기로 금감원이 감독규정 위반 검사에 착수하면서 수천억대 미지급 논란으로 확산했다.
이 흐름을 바꾼 것은 금융위원회의 유권해석이었다. 금융위는 일반사망 주계약(종신보험 등)에 부가된 제3보험 특약에 사망탈퇴율을 적용한 구조에 대해 "제3보험 설계기준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생보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일반사망 주계약의 제3보험 특약은 소급 반환 대상에서 제외됐으며 제3보험이 주계약인 상품에 한해서만 계약자적립금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논란을 일단락했다.
이 유권해석으로 생보사들의 리스크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실제로 지난 1월 말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실을 통해 파악했던 '2025년 1년 동안 발생한 특약 포함 미지급 적립액'만 해도 6424건, 293억9480만원에 달했다. 단년도 추산액만 300억원에 육박했던 사태가 10분의 1 이하인 22억원으로 쪼그라든 셈이다.
다만 당시 추산에는 일반사망 주계약에 부가된 제3보험 특약처럼 유권해석에 따라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계약도 포함돼 있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과거 계약은 적립금 산출 기준 자체가 명확하지 않아 생보협회와 업계가 대략적으로 추산한 부분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지급 대상과 정산 기준을 다시 따지면서 실제 환급 대상은 1만461건, 22억원 수준으로 좁혀졌다.
결국 대규모 분쟁으로 치달을 뻔했던 사망탈퇴 논란은 환급이라는 방식으로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금융위의 법령해석과 과거 감독 기준의 한계 속에서 논란이 불거진 뒤에야 지급 범위와 정산 기준을 다시 맞추는 방식으로 마무리된 셈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남긴 질문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상품 구조에 따라 소비자의 권리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 과거 계약의 정산 기준이 명확하지 않았다는 점은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22억원을 환급하고도 금융당국과 생보업계가 비판을 면치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사태의 마무리가 보험사의 환급으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과거 감독 기준이 명확하지 않았고 이후 금융당국의 법령해석에 따라 환급 범위까지 달라진 만큼 재발 방지를 위한 금융당국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관련기사: 15년 뭉갠 '사망시 보험금 미지급'…금융당국, 말뿐인 소비자보호(2월3일).
특히 계약 구조와 적용 기준에 따라 지급 여부가 달라지는 상황에서 유족들이 자신이 받은 보험금에 계약자적립금이 제대로 반영됐는지, 추가 환급 대상인지조차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번 사태를 두고 보험사와 당국 모두가 제도와 관행을 되짚어봐야 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