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vs 37% vs 26%.
원익그룹 창업주 이용한(70) 회장 2세들의 (유)호라이즌 소유 지분이다. 올해 지분 대물림을 통해 3남매→(유)호라이즌→㈜원익→원익홀딩스 계열구조의 최상단에 위치하게 된 계열사다. 보유주식이랄 것도 없는 차남의 ㈜원익 0.06%를 제외하면 3남매의 유일한 계열 주식이다.
형제의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경영 행보를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고희(古稀·70)를 맞은 이 회장의 2대 세습의 시계가 빨라진 것을 계기로 짚어 본 후계구도는, 현 단계에서는 분명 장남이 우위에 있다. 무엇보다 지분 승계로 비롯된 지배구조 재편작업에 따라 위상이 달라졌다.
(유)호라이즌 유일하게 오너 父子 체제
최상위 지배회사 (유)호라이즌은 3인 이사회 체제다. 2000년 8월 이후 전문경영인 임창빈(63) 사장이 대표를 맡고 있다. 이 회장 또한 2005년 1월 이래 사내이사직을 가지고 있다. 이외 한 명이 맏아들 이규엽(41) 원익QnC 전무다. 2020년 3월 합류했다.
바꿔 말하면, 이 회장과 장남 부자(父子)가 함께 이사진으로 참여하고 있는 (유)호라이즌이 돌연 지배구조 컨트롤타워로 부상함에 따라 이 전무가 후계자로서 무게감을 더하게 됐다는 얘기가 된다.
계열 경영에서도 존재감을 엿볼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출신으로, 원익머트리얼즈 해외영업팀장, 원익홀딩스 부장을 지낸 뒤 자리를 옮긴 곳이 원익QnC다. 2021년부터 세라믹개발영업팀장, 세라믹영업본부장, 글로벌전략팀장 등으로 활동했다. 올해에는 상무에서 전무 승진과 함께 글로벌운영센터장(GOC·Global Operation Center)을 맡았다.
반도체 소재 석영유리(쿼츠웨어) 업체 원익QnC는 양대 사업축 반도체 장비·소재 및 2차전지 장비 분야의 핵심 ‘5인방’ 중 2021년부터 가장 ‘핫’한 계열사다. 작년 매출(연결 기준) 8060억원에 영업이익으로 830억원을 벌어들였다. 각각 2019년 2930억원, 274억원의 3배다. 이익률은 10.3%다.
원래부터 알짜인 데다가 2020년 1월 미국 쿼츠·실리콘 원재료 제조사인 모멘티브의 쿼츠부문 경영권 인수로 날개를 달았다. 비록 미등기 임원이기는 하지만, 이 회장이 부쩍 장남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방증이다.
차남 이규민 원익로보틱스 이사회 멤버
차남은 벤처캐피탈 업계에서 기량을 닦아왔다. 이규민(37) 원익IPS 상무다. 미국 퍼듀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계열 벤처캐피탈 원익투자파트너스(2005~2018년), 삼성벤처투자(2018~2020년)에서 근무했다. 2022년초부터 원익홀딩스 투자전략팀장(상무)을 지낸 이력과 무관치 않다.
올해부터 활동무대가 바뀌었다. 반도체·디스플레이·태양전지(Solar Cell) 장비 제조업체 원익IPS다. 사업기획팀장을 맡았다. 간판 계열사지만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영업 악화에 시달리는 곳이다. 2021년 1조2300억원을 찍었던 매출은 작년 6900억원으로 거의 반토막 났다. 영업이익은 1640억원에서 181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원익QnC와 대비된다.
이 상무도 계열사 사내이사직을 가지고 있다. 원익로보틱스다. 2016년 3월 계열 편입과 함께 선임됐다. 반면 원익홀딩스의 자회사(96.03%)로서, 지배구조 측면의 존재감은 장남이 이사회 멤버로 있는 (유)호라이즌에 비할 바 못된다.
자율주행로봇(AMR), 로봇핸드 등을 주력으로 하는 원익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이지만 아직은 돈이 안되는 계열사이기도 하다. 작년 매출 22억원에 순손실 31억원을 기록하는 등 적자 누적으로 인해 89%(자본금 152억원․자기자본 17억원) 자본잠식에 빠져 있다.
장녀 이경민, 헬스케어·레저 등 비주력 담당
(유)호라이즌 보유지분에서 볼 수 있듯, 장녀는 이 회장의 2세 후계구도에서 두 아들에 비해 밀린다. 이민경(35) 케어랩스 상무다. 활동 영역도 마찬가지다. 비록 올 들어 부쩍 반경이 넓어지고, 등기이사로 적을 둔 계열사가 10곳이나 되지만 주로 비주력 분야인 헬스케어와 레저 쪽에 한정돼 있다.
미국 유아츠대(The University of the Arts)에서 순수미술·공예를 전공했다. 2014년 2월~2019년 2월 씨엠에스랩, 2019년 3월 원익홀딩스 전략본부 M&A 부장으로 활동한 뒤 작년 1월 케어랩스 인수를 계기로 최고전략책임자(CSO) 맡으며 이사회에도 합류했다.
케어랩스 계열 굿닥(헬스케어 플랫폼), 바비톡(뷰티케어 플랫폼), 이디비(약국 경영솔루션), 메디잡리더스(간호학원)의 사내이사로 선임된 것도 이 때다. 특히 올해에는 병의원 정보시스템 업체 엠디아이티엠와 병원과컴퓨터 2개사의 대표를 맡아 계열 경영일선에 등장했다.
케어랩스 또한 벌이가 시원찮다. 작년 매출(연결) 818억원에 영업손실 116억원을 나타냈다. 2022년 마이너스(-) 64억원에 이어 2년 연속 적자다. 게다가 순손실이 2년간 도합 503억원에 달해 결손금이 365억원에 이른다.
이 상무는 이외에 메디컬 화장품 업체 씨엠에스랩을 비롯해 레저 계열사인 충남 금산군의 관광농원 하늘물빛정원과 음식점 농업회사법인 ㈜장산의 이사회 멤버다. (▶ [거버넌스워치] 원익 ⑥편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