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약 업계 '매출 랭킹 1위' 유한양행은 독보적인 재무 성과 만큼이나 주목받는 것이 있다. 대부분 전통 제약사들이 '오너 경영'인 것과 달리 유한양행은 일찌감치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꾸고 승계와 관련한 별다른 잡음 없이 안정적인 경영으로 회사를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유한양행은 창업주 유일한 박사가 1936년 초대 대표이사를 맡은 이후 유 박사의 동생 명한·특한 씨가 각각 2대·6대 대표이사를 역임했으며 유 박사도 3대·5대·7대·11대 대표이사를 역임한 바 있다.
이후 1969년 12대 대표이사로 조권순 씨가 선임되면서 바야흐로 전문경영인 체제가 시작되었다. 지난 2021년 정기주총과 이사회를 통해 지금의 조욱제 대표이사(22대)가 선임 되었는데 50년 이상 전문경영인들이 돌아가며 회사를 이끌어 온 것이다.
올해로 창립 100주년을 맞은 유한양행이 전문경영인 체제 아래 국내 전통 제약사 매출 1위 자리를 지키며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2024년에는 국내 전통 제약사 가운데 유일하게 연간 매출 2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에는 2조1866억원으로 사상 최대 매출을 경신했으며, 올해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안정적인 사업 기반, 장기 R&D 투자 '결실'
유한양행은 안정적인 의약품 사업을 기반으로 장기적인 R&D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신약 R&D는 개발 기간이 길고 성공 여부를 예측하기 어렵다. 기존 의약품 사업의 안정적인 수익과 성과를 유지해야 하는 제약사 입장에서는 이 같은 불확실성을 감수하면서 장기간 R&D 투자를 이어가는 것이 부담이 될 수 있다. 오너 일가 중심의 경영에서는 안정적인 사업 기반과 경영권 승계가 중요한 경영 과제로 작용하는 만큼 장기적인 신약 개발 투자에 대한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면 전문경영인 체제에서는 기존 사업에서 확보한 수익 기반을 바탕으로 장기적인 성장 전략을 추진하는 동시에 시장 변화에 맞춰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 유한양행 역대 전문경영인들은 자체 개발 의약품뿐 아니라 국내외 제약사와의 협력을 통해 도입한 품목을 사업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며 사업 기반을 다져왔다. 여기에 기존 사업의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장기적인 R&D 투자와 오픈이노베이션을 확대하며 변화하는 제약산업의 흐름에 대응해왔다.
자체 연구개발에만 의존하기보다 국내외 바이오기업과 협력해 외부의 유망 기술과 파이프라인을 적극적으로 확보하며 신약 개발 역량을 넓혀왔다. 안정적인 기존 사업을 기반으로 시장 변화에 맞춰 새로운 기술과 사업 기회를 받아들이고, 이를 신약 개발과 기술수출로 연결하는 전략을 이어온 것이다.
이 같은 전략이 기술수출과 글로벌 상업화 성과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가 폐암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다. 외부에서 확보한 신약 후보물질을 자체 연구개발과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력을 통해 발전시키면서 해외 기술수출과 글로벌 임상·허가, 상업화까지 연결했다.
이는 유한양행이 전문경영인 체제 아래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R&D와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왔다는 점을 보여준다. 기존 사업에서 창출한 안정적인 수익을 바탕으로 신약 개발에 지속적으로 도전하고, 그 성과를 다시 사업 성장으로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온 것이다.
향후 100년 첫발은 '글로벌 50대 제약사' 진입 목표
현재 유한양행을 이끌고 있는 조욱제 사장 역시 내부 출신 전문경영인이다. 1987년 유한양행에 입사해 영업과 약품사업 등을 두루 거친 뒤 2021년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다.
조 사장은 취임 이후 신약 개발과 글로벌 사업 확대에 무게를 두고 경영 전략을 추진해왔다. 기존 전문의약품 사업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자체 R&D와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신약 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사업 기회를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50대 제약사' 진입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국내외 바이오기업과의 협력을 통한 외부 기술 확보와 글로벌 제약사와의 파트너십을 지속하며 신약 후보물질의 개발과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조 사장 취임 이후 유한양행은 렉라자의 글로벌 상업화를 본격화하는 한편 후속 신약 후보물질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임상 개발 중인 레시게르셉트와 YH42946 등도 향후 신약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글로벌 사업 기반을 넓히기 위한 주요 파이프라인으로 꼽힌다.
유한양행이 맞이한 다음 100년은 기존 사업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도 신약 개발과 글로벌 사업에서 새로운 성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시기다. 지난 100년간 전문경영인 체제 아래 축적해온 안정적인 사업 기반과 장기적인 R&D 투자, 오픈이노베이션을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얼마나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느냐가 향후 경영의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창업주 유일한 박사가 강조했던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전문경영의 정신을 바탕으로 1969년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했다"면서 "앞으로도 이러한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장기적인 관점의 R&D 투자와 오픈이노베이션을 이어가며 신약 개발과 글로벌 사업 확대를 추진해 글로벌 제약사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