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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의 운명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앞서 재건축 조합은 시공사업단의 공사 중단이 10일을 넘어갈 경우 시공 계약 해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닷새 뒤가 바로 그 날이다.
그럼에도 조합과 시공사업단의 거리가 좁혀질 기미를 보이질 않자 노동자를 비롯해 금융사, 서울시 등이 압박을 넣기 시작했다. 오는 25일 극적 협상 타결이 이뤄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초유의 공사 중단에…'기한이익상실' 초강수까지
서울시 강동구에서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사업'을 진행 중인 둔촌주공 아파트(올림픽파크포레온)의 공사가 공정률 52%의 상태로 벌써 닷새째 중단 상태다.
재건축 조합과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이 '공사비 증액'을 두고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결국 시공사업단은 지난 15일 자정부터 공사를 중단하고, 조합은 16일 총회를 열어 공사비 증액 관련 의결을 취소하는 안건을 처리하며 맞불을 놨다.
조합은 공사 중단이 10일을 넘기면 시공 계약 해지까지 검토하기로 한 상태라 이달 25일이 둔촌주공 사업 정상화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양측이 조금도 물러서지 않아 협상이 어려운 상태다. 시공사업단은 공사비 증액 계약의 유효성을 인정해야 협상에 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조합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관련기사:[집잇슈]'벼랑 끝 대치' 둔촌주공 어떻게 될까(4월18일)
그러자 금융사들은 '기한이익상실(EOD)'이라는 초강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EOD는 차주의 신용 위험이 커졌을 때 계약을 파기하고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대출금을 회수하는 것이다.
NH농협은행 등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에 돈을 빌려준 금융사 17곳은 이르면 이달 말 대주단(대출 금융사 단체) 회의를 열고 대출의 EOD 돌입 여부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건축 사업이 장기화되자 대출 관련 리스크를 점검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대주단이 조합과 맺은 대출 계약은 총 2조1000억원 규모다. 이주비 대출이 약 1조4000억원(올해 7월 만기), 사업비 대출이 약 7000억원(올해 8월 만기)이다.
이렇게 되면 금융비용이 리셋되는 셈이라 조합원 입장에선 날벼락 수준이다. 시공사업단도 곤란해지긴 마찬가지다. 시공사들의 신용을 담보로 나간 대출이라 부실이 생기면 신용등급에 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다만 '극단의 카드'인 만큼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돈을 빌려준 금융사 입장에서 둔촌주공 대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긴 하지만 EOD는 너무 극단적인 방안"이라며 "대출 회수도 어렵고 민원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실제로 실행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깨 무거운 서울시…5월9일 전 해답 내놓나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닫자 서울시의 어깨도 무거워지고 있다.
서울시는 앞서 10여차례 걸쳐 둔촌주공 조합과 시공사업단이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중재에 나섰으나 별다른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 사실상 서울시의 손을 떠난 상태였는데 이번엔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전례 없는 '공사 중단'에 4000여명에 달하는 둔촌주공 공사 관련 현장 노동자가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됐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서울건설지부는 지난 18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건설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보장하고 고용 대책을 마련하라"며 시공사업단에 공사 중단 철회를 요구했다.
이와 함께 서울시에도 "형식적 중재에 그칠 것이 아니라 직을 걸고 이 사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둔촌주공 조합원들도 '중재'를 바라는 분위기다. 국민청원, 윤석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게시판 등에는 둔촌주공 조합과 시공사업단이 협상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내용의 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만약 25일까지도 공사 중단이 이어져 결국 시공사 계약 해지로 치닫는다면 더 큰 피해가 예상된다.
내년 8월로 예정돼 있는 입주 일정이 미뤄지면서 6000여명에 달하는 조합원들의 전·월세살이가 길어지고 이주비 상환이나 이자 납부 등의 경제적 부담이 커진다.
조합이 대주단과 맺은 대출 계약 금액 총 2조1000억원에 따른 연간 이자 부담이 800억원가량으로, 사업이 지연될수록 조합이 부담해야 할 이자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이주비 대출 이자의 경우 지난 1월부터 조합원들이 각자 충당하고 있다.
다만 당장 계약 해지가 이뤄지는 건 아니다. 25일까지 시공사업단이 공사를 중단한다고 해도 총회는 2주 이상 공고기간을 거쳐야 열리기 때문에 빨라야 내달 9일 이후 총회를 열어 계약해지 안건을 올릴 수 있다. 여기서 안건이 통과된다고 해도 법원에서 '시공사업 해지권'을 득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귀책사유 등을 증명해야 해 소송전이 불가피하다.
이에 서울시도 최근 비공식적으로 조합과 시공사업단의 협상을 간접적으로 지원하며 다시 중재에 나서기 시작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