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강도 높은 공공기관 혁신을 추진하면서 국내 철도산업 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중심의 조직 통폐합과 기능 조정 방안을 정부가 마련하고 있어 철도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우선 지난 정권부터 논의해왔던 코레일과 SR(수서고속철도 운영사)과의 통합 문제를 연내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위탁으로 현재 코레일이 수행하고 있는 철도관제와 유지보수 업무 이관에 대해서는 올해 하반기 논의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다만 기능 이관에 대해서는 철도노조가 '민영화 수순'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미뤘던 코레일-SR 통합 여부, 연내 결론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코레일과 SR의 철도 통합 관련 논의를 연내 마무리할 계획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철도 통합 문제를 다루는 거버넌스위원회 전체 회의를 진행했고, 관련 쟁점들을 최종 조율하고 있다. 거버넌스위원회는 코레일과 SR, 철도노조 등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관련 쟁점이나 이견, 합의가 가능한 사안들을 정리하는 과정에 있다"며 "하반기까지 관련 작업을 마무리하고 연말에 결과를 도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철도 운행사 통합 문제는 지난 2016년 박근혜 정권 당시 수서발 고속철도(SRT)가 코레일로부터 분리, SR이 출범한 이후 지속해 제기됐던 문제다. SR은 애초 '철도 경쟁체제'를 만들겠다며 민영화해 설립할 계획이었지만, 비판에 부딪혀 전액 공적자금을 투입해 출범했다.
코레일과 철도노조 측은 지속해 통합을 요구하고 있다. 철도 운영사를 나눠 운행하는 것은 기능 중복 등으로 비용이 늘어나는 등 비효율만 초래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SR의 경우 코레일 독점 체제보다는 SR과의 경쟁 체제가 오히려 국내 철도 산업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노조 "기능 중복, 통합으로 해소" vs 정부 "별개 사안"
전국철도노동조합은 특히 최근 정부가 공공기관 혁신을 추진하는 것에 연계해 SR과의 통합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이려는 모습이다. 정부가 공공기관들의 유사·중복 기능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는 점을 통합의 명분으로 강조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7월 논평을 통해 "코레일과 SR 간 통합이야말로 기재부가 원하는 맞춤형 방안"이라며 "이제 철도운송사업의 중복 기능을 해소하기 위한 기능 조정의 일환으로 코레일과 SR을 통합하면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주장에 사실이 아니라며 선을 긋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능 조정이나 통폐합은 개별 공공기관 내부에서 진행하는 것"이라며 "철도 운영사의 복수 체제라든지 경쟁 체제 등을 논의하는 것과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코레일과 SR의 통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는 않을 거라는 전망이 많다. 앞서 문재인 정권에선 정부 차원에서 통합 추진 의사를 밝혔지만 연구용역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논의가 흐지부지한 바 있다. ▶관련 기사: '코레일·SR' 통합 다음정부로?…적자 늘고 낙하산만(1월 17일)
윤석열 정부의 경우 되레 코레일의 기능 축소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통합 이슈는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관제·유지보수 기능 이관 "내년 초 결론"
실제 국토부는 최근 '산하 공공기관 혁신방안 마련'을 통해 코레일의 철도관제·시설유지보수 기능과 관련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통해 정부가 해당 기능을 국가철도공단으로 이관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철도노조가 이를 두고 '민영화'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철도관제와 시설유지보수 기능을 떼는 게 향후 해당 사업의 민영화를 위한 포석이라는 주장이다. ▶관련 기사: LH·코레일 등 공공기관에 칼 빼든 원희룡…"민간과 경쟁 도입"(7월 5일)
이와 관련해 국토부는 "업무 소관을 코레일에서 철도공단으로 변경하는 것에 불과해 민영화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조만간 연구용역을 진행한 뒤 이르면 내년 초 진단 결과를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노조의 반발을 넘어서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철도 업계 관계자는 "그간 코레일의 기능 이관 이야기가 지속해 나왔지만 철도 노조 파업 등으로 번번이 무산됐다"며 "이번에도 내달 국정감사에 맞춰 노조가 민영화 프레임을 내세워 목소리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