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관련해 뒷말을 낳은 두 가지 발언이 있다. 우선 최근의 집값 흐름에 대해 "외곽 지역은 오르고 있으나, 여기는 내리고 여기는 살짝 오르는 평탄화 작업이 진행되는 것 같다"고 평가한 것. 또 아직도 전세가 사라져야 할 제도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사라질 것이라고 한 걸로 기억한다"며 "그러면 질문이 의미가 없어진다"로 딥변을 대신한 것이다.
실제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 전세를 우리나라에 특이하게 남아 있는 일종의 사금융으로 칭하며 "(전세는) 이제 사라져가는 추세, 결국은 조금씩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사라져야 할"이라고 말한 적은 없다. 다만 최근 임대차 시장을 보면 질문을 바로잡는 것만으로 답변을 마무리하기에는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장의 안정을 위한 정부의 고민과 해법 등을 설명해야 했다는 지적이다. 정부 주도의 장기 임대사업자 육성에 대한 생각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월세안심신탁 등에 대한 예상도 효과적으로 전달할 필요가 있었다.
수급불균형, 전셋값 들어올린다
한국부동산원의 '2026년 8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를 보면 지난달 서울 전체 주택의 전월 대비 전셋값 상승률은 0.83%다. 상승폭은 직전 조사와 비교해 0.2%포인트 낮아졌으나 전년 동월 상승률과 비교하면 0.69%포인트 높은 것이다.
올해 서울의 전셋값이 가파르게 오르는 건 수급불균형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이 정보업체 부동산114와 공동으로 조사해 지난달 31일 공개한 올해 하반기부터 2년간 서울 공동주택 입주예정 물량은 총 4만9668가구다. 분양임대와 임대를 모두 포함한 수치다. 앞서 2024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의 2년간 입주 전망치였던 8만9188가구의 44.3% 수준이다.
백새롬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서울의 경우에는 2028년까지는 과거에 비해 입주 물량의 감소 추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입주 물량이 전체적으로 적어 앞으로 서울 전역의 전·월세 가격 변동성과 수급 불안감을 해소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롭게 짓는 물량 외에 기존 임대주택도 줄고 있다. 이날 기준 서울의 전세 물건은 1만9569개다. 1년 전에는 2만4017건이었으나 18.5%가 준 숫자다. 지난해 9월1~28일까지의 평균 전세 물건 수와 올해 같은 기간을 비교해도 각각 2만3484개와 2만349개로 13.4% 더 적다.
공급은 줄지만 서울에서 살겠다는 수요는 전국구다. 부동산원의 서울 주택종합 전세수급동향을 보면 올해 8월은 121.6을 기록했다. 1년 전과 비교해 20.4포인트 올랐다. 올해 4월(108.6)까지는 110미만이었으나 5월 115.9를 기록한 뒤 6월부터는 3개월 연속 12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 지수는 0에서부터 200까지이며 100을 기준으로 200에 가까울수록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걸 의미하다.
4월에서 5월로 넘어가는 시기에 이재명 대통령은 본인의 엑스(옛 트위터)에 "거주하지도 않았는데 오래 소유했다는 이유로 왜 대폭 깎아줘야 하냐"며 현행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비판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실거주 중심의 세제 개편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세를 놓던 집에 집주인이 들어오거나 매매 매물로 내놓으면 임대 매물은 줄게 된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수도권에서도 특히 서울 임대 수요의 총량이 워낙 크다. 1개의 전월세 매물이 사라지는 건 임대 기간에 맞춰 연쇄적으로 이동하는 고리가 끊어지는 것"이라고 짚었다.
'진짜' 임대사업자 키운다?
정부는 임대차 시장에서 개인 간 신용거래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기업과 공공의 역할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공공임대를 늘리고 공공지원 민간임대사업자의 의무 임대 기간도 20년으로 하는 모델 도입에 나섰다.
홍지선 신임 국토부장관도 지난 23일 취임식에서 "임대차 시장의 불안에 더 근본적으로 대응하겠다"면서 "민간 장기 임대를 확대해 주택경기 변동과 전세시장 불안에 대응할 수 있는 안정적인 시장의 안전판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HUG가 전세 보증금을 맡아 임대인에게 월 4.35%(예정)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전월세 안심신탁'도 선보였다. 각종 부가 혜택을 더한다면 수익을 5%까지도 늘릴 수 있을 것이라는 게 HUG의 기대다.
일단 HUG는 법인 사업자 중심으로 전월세안신심탁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HUG 관계자는 "전월세안심신탁은 새롭게 만든 제도여서 개인 다주택자가 당장은 접근을 조심스러워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반면 법인사업자는 다양한 사업을 함께 한 경험이 있어 그런 게 덜하다. 일단은 법인사업자 중심으로 유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월세안심신탁 가입 대상을 수도권으로 한정하고 있지 않으나 전월세전환율을 고려하면 지방에서의 수요는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게 HUG의 예상이다. 아울러 HUG가 보장하는 수익률인 월 4.35%도 지난 7월 기준 서울 아파트 전월세 전환율인 4.7%, 연립·다세대 4.6%에 미치지는 못한다. 수익률과 비교되는 금융권 금리도 상승세다.
일각에서는 이 제도가 다주택자의 전세보증금을 활용한 '갭투자(전세 낀 주택 매수)'를 막을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다만 정부가 지난해 10·15대책으로 서울 전역과 수도권 일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어 실거주를 강제하고 있어 갭투자 방지 효과가 당장은 두드러지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로 국토연구원이 지난 23일 발표한 '금리 상승기 주택시장 변동성 분석과 시사점'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2년까지 2년간 서울 주택 매입자금 조달 방법 중 임대보증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27.1%였으나 올해 1월부터 4월까지는 6.6%로 크게 줄었다.
공공지원 민간임대, 투자회수는 20년 뒤?
정부의 전월세 시장 안정 방안 중 하나인 20년 초장기 공공지원 민간임대 사업도 현행 제도 내에서는 기업 유인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공공지원 민간임대사업은 주택도시기금과 민간이 함께 출자한 리츠(REITs, 부동산투자회사)가 임대주택을 공급·운영하는 방식이다. HUG에 따르면 민간임대리츠는 올해 2분기 기준 전국에 12만4414가구를 운영하며 기금의 출자액과 융자액은 각각 7조1984억원, 10조9395억원이다. 의무임대기간에는 임대료 수입을 거두고 만료 시 분양 수익을 나눠 가진다.
정부는 20년 공공임대 사업에 민간 참여 유인 방안으로 최초 임대료는 시세 95% 수준으로 설정하고 임차인이 바뀌면 임대료를 최근 시세의 95%로 재조정하는 걸 허용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HUG의 보증부 장기모기지 상품 출시도 예고했으나 민간에서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 임차인의 계약 갱신 시점에서 결국 임대료를 올릴 수 있는 상한률이 5%기 때문이다.
현 상태에선 민간임대사업자로 등록한 다주택자도 임대사업을 통한 수익률을 기대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임대 의무 기간 만료와 함께 주택을 매각하고 세제 혜택으로 시세 차익 극대화를 노리는 경우가 다수다. 임대사업자가 시장에 머무르게 하기 위해서는 임대료 상한률 제한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안정적 임대수익을 사업성있게 확보할 수 있도록 세제 혜택을 추가하는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관련기사: [기자수첩]투기 아닌 '진짜 임대사업' 가려내 키운다면(2026년 8월17일)
특히 공공지원 민간임대사업을 운영 중인 기업에서는 임대 운영 기간에 시세대로 임대료를 전부 받더라도 당기순이익이 거의 남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임대 수익률보다는 미래 시세 차익을 기대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령 잠실리센츠의 월세 수입을 자본환원율(Cap rate) 2.5%로 환산했을 때 해당 건물의 가치는 25억원이지만 실제 매매가는 35억원에 달한다"며 "공공지원 민간임대사업도 마찬가지로 임대료를 5% 이내로만 올려야하는 등 임대 수익성이 부족하다. 기회비용과 자금회수 기간까지 고려하면 이걸 20년이나 끌고 갈 기업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