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관련 세제 개편은 다주택자도, 1주택자도 선택의 기로에 서게 했다. 거주하지 않는 집이라면 1주택자라도 다주택자에 준하는 세 부담을 지도록 했다. 오직 실거주 1채만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였지만 실거주 초고가 주택에 대해서도 나이와 거주 기간에 따른 보유세 세액공제에 한도를 둬 부담을 키웠다.
정부는 '세제의 정상화' 차원이라고 설명한다. 이른바 '똘똘한 한 채'를 비롯해 비거주 1주택자, 다주택자 등이 부동산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정부의 인식이 세제 개편에 반영됐다.
전월세 시장 주택 공급의 한 축이었던 민간 임대사업자도 이번 세제 개편으로 임대사업을 계속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 상생임대 특례와 조정지역 매입임대 아파트 임대사업자의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및 장기보유특별공제 우대 특례가 단계적으로 없어지기 때문이다.
다주택자인 임대사업자가 계속 세를 내놓기보다는 보유한 임대 주택을 시장에 팔아 치우도록 한 것이 경제적으로 나은 선택이 되도록 하는 게 세제 개편의 방향이다. '임대사업자=다주택자'라는 인식이 근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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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를 하나의 덩어리로 볼 수밖에 없을까? 보유하다 집값이 오르면 되팔아 매도차익을 보려는 이들과 장기간 임대주택을 운영하며 전월세 거주 수요를 충족시키는 임대사업자를 분리할 수 있다면 또 다른 해법이 가능하다.
참고할 만한 모델은 자본시장에 있다. 바로 배당주에 대한 우대다. 배당주 투자자는 주식을 보유하며 정기적인 배당소득을 얻고, 이 소득에는 비교적 우호적인 세율이 적용된다. 정부는 올해 고배당기업 투자에 대한 과세 특례를 도입해 세금 감면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뒀다.
▷관련기사: 그래서 내가 받는 배당금도 분리과세 되나요?(2025년 12월4일)
반면 주식을 매도해 얻는 자본이득에는 별도의 기준이 적용된다. 소득의 '성격'에 따라 과세 방식을 분리하는 것이다. 현재 소액주주의 국내 주식에 대한 양도차익은 비과세지만 민간 임대주택도 같은 논리로 재설계할 수 있다.
우선 보유 중에 발생하는 임대소득을 더 우대하는 것이다. 임대사업자의 임대소득에 대해 필요경비 인정 범위를 넓히고, 분리과세 확대 등으로 세율을 낮춰줄 수 있다. 일반사업자보다 좁게 적용되는 사업 비용을 폭넓게 경비로 인정하는 방식 등이 가능하다. 가
가령 현재 민간임대 연 수익률이 연 5%라면 이를 7~8%로 높여주는 것이다. 임대사업을 고령 은퇴자를 비롯한 가계에 건강한 현금흐름을 내는 창구가 되도록 유인하는 것이다.
다만 임대사업자라도 처분 시 발생하는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다주택자 수준으로 다룬다. 임대 보유 기간에는 세제 혜택을 주되, 결국 집을 팔아 차익을 실현하는 순간에는 일반 다주택자와 동일하거나 그에 준하는 중과세율을 적용한다. 그러면 '주택 임대사업'이 매도 차익을 노린 절세 수단으로 악용될 유인이 크게 줄어든다.
지금까지 임대사업자 제도가 여러 차례 축소·개편된 배경에는, 등록임대가 실질적으로는 '다주택 갭투자'와 다르지 않게 쓰였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임대사업 과정에서의 부담은 덜어주되 처분 시 양도세는 조이는 비대칭 설계로 이 문제를 풀 수 있다. 포장만 임대사업이지 결국은 시세 차익을 겨냥한 '집 투자'가 되지 않도록 선을 그어두는 것이다.
최소한의 의무임대기간을 지키는 사업자에게만 이를 적용하면 투기적 보유자와 자연스럽게 가를 수 있다. 임대료 상승률 상한, 임차인 계약갱신 보장 같은 우대의 전제조건으로 명확히 하고, 조건을 어기면 그동안 받은 혜택은 소급 추징해도 좋다.
현재 정책은 이 둘을 구분하지 못한다. 그러니 겨냥해야 할 투기 수요는 우회로를 찾고, 정작 필요한 임대 공급자는 시장에서 이탈하는 부작용이 생긴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월세라는 '수익' 자체의 매력이 커지는 만큼 매도 기회를 노리기보다 장기보유·장기임대를 선택할 유인이 생긴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임대료 상한과 의무임대기간이 결합되면서 지금처럼 전세 매물이 급격히 줄고 월세로 내몰리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당국 입장에서는 '임대사업자'를 통해 선별적으로 시장 공급을 유도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 등록민간임대주택 데이터를 보면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서울에 단기민간임대주택과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 아파트 가구 수는 2만7268가구다. 이중 305가구를 제외하고는 임대의무기한이 8년인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이다. 2020년 이전에 의무임대를 개시한 아파트는 2만166가구다. 해당 주택을 보유한 이들은 세 부담을 세입자에 전가하거나 매매시장에 물건을 내놓을 것이다.
공공주택이 전월세 수요를 감당하기도 만만치 않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서울 공공임대주택 재고는 2024년 기준 39만3056가구다. 2020년 33만4036가구에서 약 6만가구가 늘었으나 대부분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공사)가 기존 주택을 매입해 임대하거나 전세임대로 내놓은 물량이 더해진 것이다.
민간임대사업자를 전월세 시장에서 공급자의 역할을 수행하게 한다면 시장 안정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보유 중 소득'과 '처분 시 차익'을 분리해 다루면 투기적 다주택 수요를 걸러내면서도 진짜 임대 공급자에게는 숨 쉴 공간을 주는 현실적인 절충안이 될 수 있다.
이재명 정부가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실거주 1주택자를 우대하는 이유는 '투기가 아닌 실수요'를 가려내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렇다면 같은 잣대로 '투기가 아닌 실질적 임대 공급'도 가려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