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워치 창간2주년특별기획 좋은기업

③뉴노멀 시대..신성장 해법은

  • 2015.05.13(수) 10:06

비즈니스워치 창간 2주년 특별기획 <좋은기업> [다시 뛰자!]
'스마트 산업혁명'으로 도약기반 마련해야
타산업과 융복합·동반성장 모델 키워야

한국 제조업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전자와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대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제조업 전반에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선진국과 신흥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지금까지와는 다른 반전카드가 요구된다. 한국 제조업이 처한 현실을 짚어보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개혁 방향, 새로운 성장모델 등을 제시해본다. [편집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에 닥친 저성장과 저소비, 높은 실업률과 고위험은 '뉴노멀(New Normal)'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했다. 성장과 이윤 창출을 본질로 삼는 기업 역시 종전 시스템으로는 생산성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우리 기업들의 골든 타임은 흘러가고 있다. 캐시카우였던 주력 산업분야는 고비용 생산구조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똑같은 상품 1개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노동비용을 말하는 단위노동비용은 0.813으로 일본(0.565), 독일(0.709), 미국(0.727) 등에 뒤처지고 있다. 엔지니어링이나 디자인, 소재 등 고부가가치를 기대할 수 있는 부분에서는 경쟁 열위 상태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 독일과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은 금융위기 이후 제조업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각각 '제조업 르네상스'를 추진하고 있다.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 살아남으려면 제조업 혁신해야

 

"향후 3년이 한국 제조업의 재도약을 결정하는 '골든타임'이다." 새로운 제조업 모델과 기업환경이 절실한 것은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기 때문이다.

 

앞서가는 독일과 일본은 각각 '인더스트리 4.0'(2012년), '산업재흥플랜'(2013년)을 내놓고 경쟁우위를 다지고 있다. 중국은 2010년 7대 전략산업 육성안을 내놓은 뒤 올 3월에도 '제조강국 2025' 전략을 발표하며 세계 제조업의 주도권 흡수를 채찍질 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제조업의 혁신도는 2013년도 기준 38.3%로 독일의 83%, 일본의 50.4%에 크게 못 미친다. 제조업 비중이 큰 우리 경제에서는 기술개발(R&D) 투자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한편 개방과 규제 철폐를 통한 경쟁력 강화, 시장수요에 부응하는 전문 인력의 양성이 절실하다.

  

작년 6월, 정부는 성장동력이 떨어지고 있는 국내 제조업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며 '제조업 혁신 3.0' 전략을 발표했다. ▲융합형 신제조업 창출 ▲주력산업의 핵심 역량 강화 ▲제조혁신 기반 고도화가 골자인 이 전략은 우리 경제가 반드시 수행해야할 숙제다. 이른바 '스마트 산업혁명'이다.

 

핵심 내용은 2017년까지 24조원의 혁신 투자를 통해 전국적으로 1만개의 '스마트 공장'를 만들고,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는 한편 융·복합산업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규제를 풀고 투자를 독려하는 한편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후속 지원책도 속속 마련되고 있다.

 

 

스마트 공장이란 정보기술(IT)이나 소프트웨어, 사물인터넷 등을 활용해 생산 과정을 지능화·최적화한 공장을 말한다. 산업자동화 설비 핵심부품인 PLC를 생산하는 독일 지멘스의 암베르크(Amberg)공장이 대표적 예다. 이 공장은 세계 최고인 99.9988%의 수율로 1000여종의 제품을 연간 1200만개 생산한다.

 

주력 산업의 핵심역량을 키우는 과제로는 소재·부품산업의 주도권 확보가 시급하다. 2019년까지 세계 일류 수준의 10대 핵심소재를 조기 개발하고 2025년까지 100대 미래 선도형 부품을 개발하는 게 목표다. 필요하다면 정부가 싱가포르의 '테마섹' 같은 투자공사를 만들어 해외의 우량기업을 사들이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또 제조혁신 기반을 더욱 고도화하기 위해 산업융합 및 업종별 특성화 대학 등을 통해 분야별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노후 산업단지를 재편해 신산업 기지로 삼는다는 안이 과제로 설정됐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월 재계와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외환위기 이후 제대로 된 구조개혁을 한 적이 없다. 이번 기회를 놓칠 경우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제조업의 리모델링이 그만큼 긴박하다는 말이다.

 

▲ 주요 산업별 핵심역량 강화방안

 

◇ '제조업 혁신 3.0' 성공하려면

 

로드맵은 나왔지만 이런 정책 방향이 의도대로 실행되느냐는 다른 문제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시스템산업정책관은 "제조업 혁신의 성패는 무엇보다 민과 관의 공동 노력과 협력에 달려있다"며 "미래 성장동력을 만들어내는 것은 공공의 수요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기업 혁신의 주체인 민간의 수요와 과감한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스마트 공장과 관련해서 "대기업이나 1차 벤더인 중견부품업체는 상당한 수준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2차 벤더 이하로 내려가면 전반적으로 작업환경이 열악하다"며 "생산성 정체에 빠져 있는 뿌리기업의 실정을 개선하기 위해 공정에 따라 수준별 모델 공장을 구축하는 게 선결과제"라고 꼽았다.

 

학계에서는 이제 '낙수효과(落水, trickle-down effect)'에 대한 기대를 줄여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대기업의 성장 과실이 중소기업으로까지 확산되지 않고 있어서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최상위 4대 재벌 조차도 각각의 사업구조 위험과 지배구조 위험으로 미래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내외 경제질서의 불확실성이 심화되는 뉴노멀 시대에 맞는 동반성장 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기업에 대한 정책도 협력업체의 성장과 근로자의 근로조건 향상에 기여하는 지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이 2차 협력사까지 포함된 개방형 기술개발 협업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노력(삼성전기)이나, 기술과 부품의 국산화를 통해 경쟁력 있는 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대우조선해양)도 동반성장의 예로 들 수 있다.

 
▲ 지난 1월26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최경환 부총리 초청 전국상의 회장단과의 정책간담회'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최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우리는 외환위기 이후 제대로 된 구조개혁을 한 적이 없다"며 "이번 기회를 놓칠 경우 희망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택과 집중' 역시 뻔하지만 꼭 짚어볼 문제다. 미래 성장성이 있는 분야는 집중적으로 육성하되 경쟁력을 상실한 분야는 제도적 탈출구를 마련해 줘야 한다.

 

하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산업의 경쟁력을 회복하고 개인의 창의와 혁신을 독려하기 위해서는 구조조정 제도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며 "통합도산법과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을 개선해 부실 판단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정립하고 구조조정 진행과정을 투명하게 해 불필요한 피해의식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적 성과를 위해 관이 주도하는 시간표에 맞춰 기업의 투자나 실적을 재촉한다면 되레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큰 맥락에서 정부가 기업활동의 환경 조성자 역할을 해주는 것은 필요하지만 정치적 성과를 위해 기업을 재촉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급한 과제가 많지만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 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은 "우리나라는 제조업 강국이면서 ICT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는 만큼 제조업 혁신을 추진하기에 좋은 환경"이라며 "우리의 강점을 잘 활용하고, 산·학·연이 중지를 모아 열정을 재점화한다면 스마트 산업혁명의 선두 그룹에 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제조업에 필요한 '4T'
 
현대경제연구원은 작년 '제조업 혁신 정책의 현황 평가와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4T' 측면에서의 정책 실행전략을 제시했다. 4T란 2011년 미국 정보기술혁신재단 이사장 로버트 앳킨슨이 제시한 ▲세제(Tax) ▲교역(Trade) ▲기술(Technology) ▲인력(Talent) 등 제조업 정책 수립시 고려해야할 4가지 영역을 말한다.
 
- 세제 : 제조업 혁신 목적의 연구개발, 인력육성, 설비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을 확충해야 한다. 또 법인세수 비중과 주요국의 법인세율 인하 경향에 대응해, 법인세 실효세율이 올라가지 않도록 하는 정책 운영이 요구된다.

 

- 교역 : 시장 진입과 무역 투자에 대한 장벽을 낮추고, 사업 활동과 관련된 불필요한 규제를 최소화해야 한다. 규제 제거 및 규제 강도 약화와 같은 질적 수준 제고를 통해 시장 진입을 촉진하고, 혁신 투자를 유인해야 한다.
 
- 기술 : 차세대 '한국형 제조 비즈니스 모델'과 연계된 과제를 개발하고, 기술 수요 해소와 기술 이전 정도를 제고할 수 있는 산학연(産學硏) 공동협력 방안이 필요하다.
 
- 인력 : 차세대 제조업 모델에 필요한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기관을 지정하고, 융합형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다양한 교육 과정을 개발·실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