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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워치포럼]로봇이 세금을 낸다고?

  • 2018.07.30(월) 09:16

<로봇과 일자리>④-1 로봇세가 답일까
세수부족 충당하면서 일자리 문제도 해결
로봇산업 발전 막을 수도…'아직 시기상조'

# 2028년 8월, 서울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로봇 2대와 함께 일하고 있다. 
 
상품 입출고와 청소를 도맡아 주는 '만능R'과 고객을 상대로 결제와 안내를 담당하는 '친절E'가 김씨의 로봇 직원이다. 덕분에 김씨는 무인 편의점을 운영하면서 인건비 부담을 대폭 줄였고, 남부럽지 않은 수익을 내고 있다.

 

김 씨는 다른 사업자보다 세금은 더 내고 있다. 이른바 '로봇세'라고 하는데 로봇 2대가 벌어들이는 소득에 대해 김씨(법인)가 대신 세금을 내는 것이다.

 

김씨는 1년에 한 번씩 로봇분 재산세도 내고 있다. 매년 6월1일을 기준으로 로봇을 소유한 사람에게 부과하는 세금이다. 1대당 20만원씩 재산세를 내는데 김씨가 따로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재무담당 로봇인 친절E가 구청에 자동으로 이체하고 납세확인증까지 챙겨주기 때문이다. 

 

세금 부담 측면에서는 알바생을 쓸 때보다 조금 더 들지만 김씨는 만족스럽다는 반응이다. 로봇들은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24시간 동안 묵묵히 일하기 때문이다. 일부러 무인 편의점을 찾아오는 단골까지 생기면서 매출과 수익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로봇에 세금을 물리고, 로봇이 세금을 내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기 때문에 세금을 매겨 실업으로 인한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게 로봇세의 과세 목적이다. 지난해 초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브누아 아몽 사회당 후보가 로봇세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워 화제가 되기도 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도 "사람이 일을 하면 그 수입에 세금을 부과해 정부의 세수를 늘릴 수 있지만 로봇은 일을 해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며 "로봇에 세금을 부과해 세수 부족을 충당해야 한다"고 밝혔다. 로봇세를 도입해 공정 자동화의 확산을 늦추면서 로봇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 '2018 비즈워치 포럼' 바로가기>

 

◇ 로봇세를 과세한다면

 

로봇세 과세 방식으로 다양한 세목이 거론된다. 인간이 아닌 로봇 자체에는 소득세를 물릴 수 없는 만큼 로봇을 소유한 법인이나 개인에 납세 의무를 부여하는 방안이 우선 꼽힌다. 인간의 일자리를 로봇이 대체할 경우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 법인이나 개인 사업자가 세금을 내는 것이다. 

 

로봇이 창출하는 상품(재화)이나 서비스(용역)의 부가가치에 대해서도 10%의 부가가치세를 과세할 수 있다. 로봇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지불하는 가격에 세금이 포함되지만 과세 주체는 법인이나 개인 사업자가 된다. 특정한 물품에 매기는 개별소비세는 로봇을 과세 대상에 추가하기만 하면 된다. 

 

소득세나 법인세,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등 기존 과세 틀에서도 얼마든지 과세가 가능한 셈이다. 국세청이 걷는 로봇 관련 세수입은 목적세 형태로 도입해 일자리 관련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 휘발유나 경유에 부과해 도로와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 확충에 활용하는 교통에너지환경세가 대표적이다. 

 
주택이나 토지에 부과하는 재산세나 자동차세 등 보유세 개념도 로봇세에 접목할 수 있다. 이들 세목은 지방세여서 중앙정부를 거치지 않고 지방자치단체가 과세 재원으로 활용하기가 수월하다. 지역에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을 지원하거나 사업자의 실질적인 고용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 로봇세가 기술 발전 막는다
 
로봇세를 도입하면 로봇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는 만큼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유럽(EU) 의회는 지난해 초 로봇세 도입 방안을 검토했지만 의원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당시 유럽 의회 의원들은 "로봇과 관련한 기준을 수립할 필요가 있지만 제3국들에 강제할 수는 없다"며 로봇세 부과 방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내놨다. 
 
로봇이 오히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제로봇연맹(IFR)은 "로봇세를 도입한다면 향후 로봇 산업의 경쟁력과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자동화와 로봇 사용으로 생산성이 올라가면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장재형 법무법인 율촌 세제팀장은 "로봇을 만들었다고 해서 무턱대고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은 신중해야 한다"며 "국내 로봇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로봇세를 선제적으로 도입하기보단 외국의 도입 분위기를 보면서 천천히 검토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