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과 일자리>③ 로봇과 더불어살기
김진오 광운대 로봇학부 교수 인터뷰
"로봇이 일자리 뺏는게 아니라 바꾸는 것"
"공장 조립 라인에서 하루 종일 일해본 사람이라면 그 일이 얼마나 고된지 안다. 냉장고 조립만 해도 생산 라인이 멈추지 않고 돌려면 노동자가 짧은 시간 동안 자신의 일을 끝내야 한다. 종일 하다보면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다. 산업용 로봇은 공장에서 사람이 하기 힘든 일을 대체하는 것인데, 이를 두고 일자리를 뺏는다고 말하는 것은 비(非)인간적인 태도다"
▲ 김진오 광운대 로봇학부 교수. |
로봇이 고용을 죽이는 '킬러'가 될 것이냐고 질문하자 그러한 발상 자체가 비인간적이라는 지적이 대뜸 나온다. 지난 25일 서울시 서초구 자택 근처에서 만난 김진오 광운대 로봇학부 교수는 로봇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도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국내 로봇산업의 대표적인 석학이다. 그는 로봇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죠셉 엥겔버그상을 지난 2008년에 수상했다. 역대 수상자 가운데 한국인으로는 김성권 제어로봇시스템학회 회장과 변증남 KAIST 석좌교수에 이어 세 번째다. 김 교수는 삼성전자에서 산업용 로봇 국산화를 담당했고 정부의 지능형 로봇산업정책 추진에 도움을 주고 있다. 정부 정책에 대한 쓴소리도 많이 하고 있다.
김 교수가 이끄는 광운대학교의 로봇게임단 로빛(RO:BIT)은 국내외 각종 대회 상을 휩쓸면서 최강의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2017 국제 로보컵 대회' 등에서 상위권에 오르며 이름을 알리고 있다. 국내 대기업에선 광운대 출신을 우대할 정도로 실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김 교수는 내달 28일 비즈니스워치 주최로 열리는 '로봇시대, 우리의 일자리는' 포럼에서 '로봇과 더불어살기'란 주제로 발표한다. <☞ '2018 비즈워치 포럼' 바로가기>
로봇의 발달과 함께 인간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질까. 김 교수는 너무 앞서 나간, 쓸데 없는 걱정이라고 지적한다. 우선 "일자리를 뺏는 게 아니라 바꾸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공장이 로봇으로 자동화되면 인건비를 아낄 수 있어 그만큼 가격 경쟁력이 생기고 또 다른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라며 "로봇은 특정 영역에서 단순 반복 업무를 하는데 그치며 나머지를 사람이 채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자리를 위협하는 것은 오히려 다른 곳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임금을 인상하면 사람 대신 로봇을 사용할 수 밖에 없다"라며 "맥도날드가 매장에 터치 스크린 기반 셀프 주문 서비스를 도입한 것은 미국의 인건비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김진오 교수와 광운대 로봇게임단 로빗 학생들. |
인간을 완전히 대체할 정도의 자율 로봇의 등장을 말하는 것도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사람과 같은 수준의 자율로봇이 나오려면 앞으로 50년, 혹은 100년이 걸릴 것"이라며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겼다고 사람을 능가하는 로봇이 금방 나타날 것이란 우려가 있는데 아직 먼 얘기"라고 일축했다.
아울러 로봇 기술의 발달은 일자리를 늘리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교수는 "자동차가 등장하면서 마차보다 생산성이 높아졌고 더 많은 운전자들이 생긴 것을 감안하면 자율주행차는 기존 자동차보다 효율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로봇 산업의 발전을 가속화하기 위해선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쟁을 유발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지난 10년 동안 로봇 산업에 과분할 정도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나 기술 발전을 위해선 차별적인 지원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정부가 로봇 분야에서 월등한 실력을 내고 있는 상위 연구 기관에 차등적으로 지원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지금은 복지 차원에서 '골고루' 지원을 하다보니 연구비를 타려는 곳들이 너무 많고 경쟁은 없어졌다는 쓴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