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0주년기획[DX인사이트]
미래 디지털 전략자산 '하나금융융합기술원'
금융분야 AI 시장 규모 3년 뒤면 3.2조
"AI는 인력 대체 아닌 협력대상…신뢰 확보 과제"
생성형 인공지능(AI) 챗봇 챗GPT-4의 등장으로 AI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금융권에도 AI 열풍이 불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도 AI를 국정과제로 선정해 총력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아직 갈 길은 멀다. 금융권에서 AI 활용은 아직 초기 단계다. 기술의 투명성, 공정성 등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 쌓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금융사들이 차세대 디지털 전환의 핵심인 AI의 사업적 가능성을 포기할 수는 없다. 하나금융그룹이 'AI 기술 내재화'를 올해 디지털 전략의 맨 앞에 놓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디지털 싱크탱크 '하나금융융합기술원'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지난해 취임사에서 △강점 극대화와 비은행 사업 재편 △글로벌 리딩금융그룹 위상 강화 △디지털 금융 혁신이라는 3대 전략을 내세웠다. 올해 취임한 이승열 하나은행장도 "영업현장, 고객 지원을 위한 디지털 하나은행을 완성하겠다"고 했다. 금융시장 안팎의 여러 불확실성 속에서도 디지털을 경영의 핵심 키워드로 두고 있는 것이다.
그룹 주축인 하나은행이 앞장서고 있다. 가속화되는 금융 환경의 디지털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은행 전산시스템 구축 사업을 벌이고 있다. 올해 들어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부서를 총괄하는 ICT본부를 신설했고, 대표 플랫폼인 '하나원큐'의 고도화도 목표로 두고 있다.
하나금융의 디지털 전략 중 가장 주목할 만한 분야는 AI다. AI와 금융의 만남은 수년 전부터 거론된 화두다. 하나금융그룹은 AI 기술 내재화를 통해 손님에게는 초개인화 서비스를 확대하는 한편, 직원에게는 업무 상담 자동화 영역 확장을 제공하는 등 것을 첫 목표로 잡고 있다.
특히 다양한 AI 관련 기술 중에서 금융 영역에 필요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연구·개발해 각종 서비스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을 선택했다.
하나금융그룹은 디지털 혁신을 위해 하나금융융합기술원을 따로 두고 있기도 하다. 계열사 하나금융티아이의 사내 독립기업(CIC) 형태다. 2018년 출범한 융합기술원은 △자연어처리(NLP) △컴퓨터비전 △데이터사이언스 △계량 분석(퀀트) △사용자경험(UX) 등 5개 분야로 나눠 AI 기술을 연구 중이다. 금융권에서 별도 싱크탱크를 세워 디지털에 집중하는 곳은 하나금융이 유일하다.
융합기술원을 이끄는 사람은 이해 원장이다. 이 원장은 2009년 하나금융티아이로 합류해 IT 및 경영 관리 업무 전반을 수행했다. 이후 2021년 하나금융융합기술원의 DT 랩(Lab), 융합기술연구본부 본부장을 거쳤다.
이 원장은 하나금융융합기술원을 "그룹의 미래 디지털 전략 자산"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기술력 획득은 자체 개발 또는 외부 도입으로 할 수 있지만 외부에서 들여오더라도 금융 상품과 해당 기술 역량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다만 외부 기술에 계속 의존하게 되면 신기술을 축적하는 경험을 쌓지 못하게 돼 외부 변화에 기민한 대응이 어려워진다"며 "기술 내재화를 통한 자체 역량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쉽지 않은 AI…하나금융의 접근법은?
한국신용정보원의 '금융 AI 시장 전망과 활용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금융 분야 AI 시장 규모는 2019년 2900억원 규모에서 2021년 6300억원으로 2년간 배 넘게 성장했다. 3년 뒤인 2026년에는 2019년 대비 10배가 넘는 3조1600억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그만큼 금융시장에서 AI의 역할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나금융융합기술원은 지난해 하나은행과 함께 AI 음성 기반으로 금융 상담을 할 수 있는 AI콜봇 서비스를 개발했다. 금융소비자의 전화 문의 요청사항을 신속하게 판단해 직접 응대하거나 셀프 처리 방법을 제시하고 원스톱으로 업무처리를 지원하는 음성봇 서비스다. 금융소비자의 대기 시간을 현저히 줄이고 야간·휴일에도 응대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또 AI 알고리즘을 적용해 금융소비자별 투자 성향과 목적에 맞는 금융상품 포트폴리오를 추천해 주는 서비스 '하이로보'를 내놓는가 하면, 지난 4월 말에는 퇴직연금에 AI를 적용한 'AI 연금투자 솔루션' 서비스도 열었다.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가입자들에게 연금 자산 목표에 맞춰 은퇴 시점까지 개인의 투자계획을 설계해 주는 '초개인화'인데, 이 역시 AI 덕분에 가능했다.
융합기술원 개발 성과로는 신용평가모형(ExACT)과 초개인화 AI 자산관리 플랫폼 '아이웰스(AI Wealth)' 등도 있다. 이 원장은 "신용평가모형은 기존의 CB사(전문개인신용평가사)의 ML(Machine Learning, 머신러닝) 모형보다 변별력이 우수하다"며 "종전에 3개월씩 소요되던 데이터 업데이트 주기도 5일 수준으로 단축했다"고 자랑했다.
그는 이어 "딥 러닝 분야에서 연구되고 있는 AI-OCR(AI기반 광학문자판독)으로 종전에 수작업으로만 했던 자동차 주행거리 계기판 인식, 하나은행의 외환 문서 인식 등 다양한 이미지와 문서 인식을 자동화했다"며 "앞으로도 가상 인간이나 챗봇이 결합한 AI 은행원 등 기술의 융합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분야와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관건은 '얼마나 믿을 수 있나?'
금융권 AI 도입의 가장 큰 두 가지 과제는 '정확성'과 '신뢰성'이다. 챗GPT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금융권 관계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는 지점이다.
금융소비자들에게 가장 익숙한 AI 서비스인 챗봇만 하더라도 단순 질문을 해결하는 데는 일부 유용하게 활용돼 왔지만, 사람을 대체할 정도로 고도화된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평가하긴 어렵다. 기술이 충분히 성숙하지 않으면 오히려 금융소비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거나, 결국은 상담원을 찾게 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 역시 아직은 금융 AI의 신뢰성에 여러 우려 섞인 시선들을 보내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GPT와 같은 생성형 AI 활용에 있어서 신뢰성 이슈가 지속될 수 있다"며 "훈련된 정보나 지식이 부족하거나 부정확할 경우 그럴듯하지만, 오류가 많거나 무의미한 답변을 하는 '환각(hallucination)' 현상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또한 '금융권 인공지능(AI) 활용 활성화 및 신뢰 확보 방안' 보고서에서 "금융 분야 AI 활용은 아직 초기 단계로 기술의 투명성, 공정성 등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금융 분야 AI 활용이 지속 확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도 마찬가지다. 그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도 금융권 AI 기술 도입과 관련해 'AI 시스템이 만든 의사결정 및 행동의 법적 책임'과 'AI의 잘못된 의사결정'을 우려함을 밝혔다"며 "금융권도 AI 서비스가 야기할 부차적인 영향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철저히 검증해 우려를 경감시키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해 하나금융융합기술원장 "디지털 전환, 옵션 아닌 필수"
-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이 우리 경제·사회에 가지고 효과는
▲ 우선 회사 내부 관점으로 본다면 구성원의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AI 경우 예를 들자면 상담원이 일일이 손님을 상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챗봇이 많은 부분을 대신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금융소비자 관점에서는 자산관리 부분에서 AI가 더욱 쉽고 간편하면서도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금융소비자의 성향에 맞게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줄 수 있다. 더 많은 금융소비자에게 품질 높은 서비스를 보편적으로 누릴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또한 기존에 금융 정보가 부족해 여신 등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 받지 못했던 개인/소호 금융소비자들도 여러 대안 정보를 활용한 신용평가 모형을 통해 동일한 수준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다. 이미 많은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 향후 AI가 금융 분야에서 어디까지 대체할 수 있는 것인가
▲ 융합기술원에서는 기술이 무언가를 대체한다는 관점보다는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집중하고 있다. AI 은행원이 실제 은행원을 '대체'한다기보다는 AI 은행원과 실제 은행원이 '협력'한다는 것이 더 맞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금융소비자가 실제 상담사를 거치지 않고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의 정보를 챗봇/콜봇을 통해 확인한다면, 상담사들은 챗봇/콜봇이 제공하기 어려운 수준의 금융 정보를 금융소비자에게 더욱 집중해 제공하는 형태다.
- 해외와 비교해 우리나라의 AI 금융은 어느 정도 왔나
▲ 우리나라가 뒤처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특히 AI와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한 핀테크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융합기술원도 신용평가, 개개인의 니즈를 반영한 초개인화된 자산관리 포트폴리오 제공, 업무 효율화, 의심 거래 탐지 등과 같은 금융의 사회적 책임에 이르기까지 AI 활용 분야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 AI 외에도 금융이 집중해야 할 미래 디지털 전략은 어떤 것들이 있나
▲ 새로 주목하고 있는 기술 분야는 '웹(Web) 3.0'이다. 향후 기술 인프라와 생태계가 발전한다면 관련 기술이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활용될 것이라 생각한다. 융합기술원에서는 Web 3.0 관련 기술을 확보, 개발하기 위해 블록체인 코어 기술과 서비스 기술을 내재화하고 장기적으로는 블록체인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를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