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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원에 아이패드 뿌린 그 건설사…"AI로 현장 바꾼다"

  • 2025.05.02(금) 07:07

[AX 인사이트 2.0]GS건설 DX팀 인터뷰
공사장에서 사무실까지 'AI 내재화' 속도 
업무효율↑비용↓…'디지털 건설사' 진화 목표 

인공지능(AI)은 더이상 건설업계의 '미래'가 아니다. 자동화, 비용 절감, 외국인 노동자와의 소통 등 다양한 영역에서 AI가 이미 건설 현장을 바꾸고 있다.

원자잿값과 인건비 상승, 주택경기 둔화, 미분양 지속 등으로 수익성 압박이 커지며 건설사들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디지털 기술' 도입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숙련 노동자 감소에 따른 자동화 기술 대체 필요성이 커지고, 공공사업 입찰시 정부가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요구하는 것도 디지털 전환을 앞당기는 데 한몫하고 있다.

GS건설 최고경영자(CEO) 허윤홍 대표는 최근 임원 워크숍에서 "AI는 생존 문제와 직결된다"며 디지털 내재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작년 전 직원에게 아이패드를 지급해 업계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변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자이북', '자이보이스' 등 GS건설의 현장 중심 AI 기술이 그 실체다. GS건설 DX팀과 Data Platform&Architecture팀을 만나 '디지털 건설사'로의 진화 과정을 들어봤다.

GS건설 Data Pl.&Arch.팀 강혜란 책임(사진 왼쪽부터), 디지털혁신(DX)팀 박진홍 전임, DX STUDIO팀 정대현 책임/사진=GS건설 제공

"답은 현장에 있다"

GS건설이 바라보는 DX 전략 중심에는 '현장'이 있다. '현장에서의 적용 가능성'에 방점을 뒀다는 얘기다. 정대현 디지털혁신(DX) 스튜디오팀 책임은 "현장의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디지털전환 전략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GS건설은 현장의 문제와 고충(Pain Point)에서 출발해 기술을 입히는 방식으로 DX를 추진 중이다. 단순 기술 도입을 넘어 경영적으로 임팩트가 큰 과제에 집중하면서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목표다.

정 책임은 "과거엔 인건비가 저렴해 디지털 기술 도입의 필요성이 낮았지만, 지금은 외국인 노동자 인건비도 높아져 불확실했던 ROI(투자 대비 수익)가 뚜렷해졌다"면서 "이제 AI는 비용이 아니라 생산성을 높이는 '투자'가 됐다"고 강조했다.

GS건설에서 개발한 AI 기반 공사 매뉴얼 '자이북'을 현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모습./사진=GS건설 제공

현장을 바꾸는 AI…자이북·자이보이스

GS건설은 현재 두 가지 AI 기술을 현장에 적용 중이다. '자이북'은 시공 핸드북을 디지털화한 AI 기반 시스템으로, 공정별 기준과 시공 노하우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기존에는 현장에서 일일이 5000쪽이 넘는 종이 시방서를 찾아봐야 했다. 검색 내용 관련 유튜브 영상을 제공해 시공 기준에 익숙하지 않은 저연차 엔지니어들의 이해도를 높이고 공정 전체 정보를 통합 제공해 시공 품질 개선에도 기여하고 있다.

정 책임은 "무선 인터넷이 불안정한 현장 환경을 고려해 자이북은 오프라인 기능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이보이스'는 외국인 근로자와의 소통을 돕는 다국어 번역 시스템이다. 다양한 언어로 동시 번역돼 작업 지시를 효율적으로 전달한다. 최근에는 현장에서 '1대 1' 쌍방향 대화가 가능하도록 기능을 확장 중이다.사무실도 바꾼다…내재화 통한 조직 문화 변화

AI는 본부에도 확산 중이다. 강혜란 Data Pl.&Arch.팀 책임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다양한 조직의 고충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GS건설은 '애자일 방식'으로 빠르게 선정 과제들에 대한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현업 피드백을 반영해 반복 개선하는 구조를 정착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 기반 기술을 활용해 현장과 사무를 아우르는 소프트웨어 솔루션 개발도 진행 중이다.

조직 문화도 바뀌고 있다. 예전엔 디지털 기술 활용은 젊은 직원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현장 경험이 많은 고참일수록 AI의 실질적 효과를 체감하며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AI 기술을 활용할 경우 더 큰 시너지가 난다는 인식이 조직 내에서 확산하고 있다는 게 정 책임의 설명이다. 

GS건설은 현재 전국 100여개 현장에서 '찾아가는 교육'을 진행 중이다. 박진홍 DX팀 전임은 "서비스 개발부터 시연까지 전 과정에 저연차부터 고연차 직원들과 인터뷰를 진행해 피드백을 받고 있다"면서 "기술을 내재화하는데 온라인 가이드 배포만으로는 학습 격차를 줄이기 어려워 소그룹 실습 교육과 현장 피드백을 통해 디지털 접근도와 활용도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GS건설 디지털혁신(DX)팀 박진홍 전임(사진 왼쪽)과 DX STUDIO팀 정대현 책임/사진=GS건설 제공

자발적 아이디어가 성과로…'자이마켓' 등장

디지털 내재화와 조직 문화 변화는 현장의 자발적인 아이디어로도 이어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사내 중고거래 플랫폼인 '자이마켓'이다.

박 전임은 "현장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자이마켓을 통해 그동안 비공식적으로 교환하거나 거래해 통합관리가 되지 않던 안전용품이나 미사용 자재를 플랫폼으로 옮겨 거래하게 됐다"며 "모르고 방치하거나 버려졌던 자재들을 손쉽게 거래할 수 있게 되면서 자원 낭비를 줄여 비용저감 효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올해 1분기 자이마켓 거래 건수는 500건 이상, 약 2억2000만원 상당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뒀다.

숙련인력 부족 문제도 AI를 통해 점진적으로 보완할 계획이다. 박진홍 전임은 "AI 혼자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지만, 건식공법(모듈화,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외국인 인력 활용, 숙련 기술의 디지털화와 결합하면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 책임은 "설계 최적화, 생산공정 관리, 조립품질 진단 등 AI를 통해 공법을 지원하고, 자이보이스를 활용해 외국인 인력의 초기 숙련도를 높이며, 고령 숙련자의 노하우를 디지털화 해 향후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으로 문제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술 가장 잘 활용하는 건설사"

GS건설은 자이북을 시방서뿐 아니라 안전지침, 법규까지 통합한 플랫폼으로 확장할 예정이다. AI 기반 스마트 근로자관리 서비스 'I care U'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AI가 실시간으로 근로자 동작을 감지해 근로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서비스로 현장의 안전관리 수준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같은 시도와 진척들은 GS건설이 지향하는 '디지털 건설사'의 청사진 위에 그려지고 있다. GS건설은 AI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가 아니라 '가장 잘 활용하는 회사'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술발전 속도가 빠른 만큼 모든 기술을 직접 개발하고 유지하는 방식에 한계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스타트업 투자, 테크기업 협업을 비롯해 내부 부서와의 협력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정대현 책임은 "사내 벤처캐피탈인 엑스플로인베스트 등과 함께 콘테크(건설+기술), 스마트시티 관련 테크기업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며 "AI 활용 대규모 시설 운영관리 자동화 기술 스타트업 투자와 함께 내부 데이터센터사업팀과 연계한 시설운영 효율화 및 자동화 분야 협력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책임은 "GS건설의 디지털 전략은 기술 활용 주체를 IT조직에 한정하지 않고, 현업 직원이 직접 서비스 개발에 참여하는 '시티즌 디벨로퍼' 문화로 확장 중"이라며 "기술을 빠르게 내재화해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갖춘 민첩하고 유연한 조직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