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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IT·증권·바이오 넘나들며 창업…이번엔 동물약

  • 2026.08.18(화) 10:00

묵현상 전 국가신약개발사업단장 인터뷰
바이오벤처 뉴패스바이오, 반려견 치료제 도전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만난 묵현상 뉴패스바이오 신임 대표(신약개발단 前 단장)/사진=이선우

지난 11일 만난 바이오 업계 '원로' 묵현상 전(前) 국가신약개발사업단장은 새로운 시장이 열릴 때마다 과감하게 뛰어든 창업가다.

그는 닷컴·IT 붐이 일던 1996년에 미국에서 휴대용 워크스테이션 업체 RDI를 창업했다가 2년 만인 1998년 영국 태드폴테크놀로지에 600만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89억원)에 회사를 매각했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온라인 주식거래 시장에서 가능성을 발견하고 1999년 인터넷 전문 증권사 겟모어증권중개를 설립했다. 이 회사도 5년 후인 2004년에 동부증권(현 DB증권)에 84억원에 매각했다. 

그의 다음 관심은 바이오 산업이었다. 겟모어증권을 창립한 그는 신약 개발 벤처 메디프론디비티의 설립에도 참여했다. 겟모어증권 매각 이후인 2004년에는 메디프론디비티 대표로 취임해 비마약성 진통제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을 이끌었다. 2016년부터는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과 국가신약개발사업단 단장을 맡았다.

IT와 온라인 증권, 바이오 산업의 변곡점을 차례로 통과한 1959년생 경영자가 올해 다시 기업 현장에 뛰어들었다. 지난 6월 뉴패스바이오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을 맡은 그가 이번에 가능성을 본 분야는 반려동물용 의약품이다.

동물 신약에 도전…'판을 바꾸는 일'

뉴패스바이오는 골관절염과 자가면역질환, 면역항암제 후보물질을 인체용 신약으로 개발해온 바이오벤처다. 묵 대표는 회사 합류 직후 골관절염 후보물질 NPB-001을 인체용에서 반려견용 치료제로 전환하는 전략을 주도하고 있다.

그가 인체약 대신 동물약을 택한 것은 국내 바이오텍의 인체용 신약개발 사업이 이른바 '스테일메이트(stalemate)'에 빠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스테일메이트는 체스에서 킹이 공격 받지 않았지만 움직일 수 있는 수가 없어 무승부로 끝나는 교착상태를 뜻한다.

묵 대표는 "우리 신약개발 사업은 스테일메이트 상태인데 미국처럼 오랜 기간 과학과 신약개발 경험을 축적하지 못했고, 중국처럼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투입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려면 아예 판을 바꿔야 한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묵 대표는 "체스판에서 스테일메이트에 걸렸다면 장기판으로 게임을 바꿔버려야 한다"며 "체스에서 돈을 벌든 장기에서 돈을 벌든 사업의 관점에서는 돈을 벌어 다음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상 비용 마련하려 집도 팔아

묵 대표가 인체용 신약에서 동물약으로 판을 바꾸면서까지 매출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하는 이유는 직접 임상을 추진하며 값비싼 수업료를 치러봤기 때문이다.

그는 메디프론 대표 시절 비마약성 통증 치료제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을 이끌었다. 기술이전 성과도 냈지만 직접 임상을 추진하는 데는 막대한 비용이 들었다. 결국 회사를 매각해 번 돈으로 마련한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아파트까지 팔아 임상 비용에 투입했다. 메디프론에 넣은 개인 자금만 수십억원에 달했다.

묵 대표는 "메디프론에서 임상자금이 부족해 타워팰리스를 팔았다"며 "막대한 자금과 시간을 투입하고도 쉽지 않은 길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신약개발 기업은 떨어지는 돌 덩이를 끊임없이 밀어내는 시지프스와 같다"면서 "돌을 언제까지 또 어디까지 밀어올릴지를 결단하는 것도 중요하다는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결국 아무리 좋은 기술을 보유해도 제품과 매출로 이어지는 사업모델이 없다면 외부 투자에 계속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게 그가 내린 결론이다.

그는 "남의 돈으로 고스톱 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라며 "자본시장에서 계속 돈을 끌어와 임상을 이어가는 방식으로는 지속가능한 회사를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2년내 품목허가 받아 매출 확보 목표

묵 대표는 연구개발 성과로 매출을 내고, 그 수익으로 다음 연구개발을 이어가는 지속가능한 바이오텍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를 위해 회사의 역량을 신약 개발에 집중키로 했다. 그는 "바이오벤처가 뚜렷한 사업 목표와 실행계획 없이 '과학 동아리'처럼 운영될 때가 많다"며 "과학 동아리가 아니라 실제로 돈을 버는 회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개발 전략은 매각 가능성에서 역산했다. 반려견 골관절염 치료제를 인수할 만한 글로벌 동물용 의약품 기업을 먼저 추린 뒤, 이들이 원하는 데이터와 허가 요건에 맞춰 임상을 설계한다. 후보물질을 개발한 뒤 인수자를 찾는 것이 아니라 잠재적 인수자의 수요를 먼저 파악해 개발 방향을 맞추는 방식이다.

단기 목표는 2년 안에 국내 품목허가를 받아 제품과 매출을 확보하는 것이다. 제품 판매로 얻은 수익은 미국 진출과 후속 파이프라인 개발에 투입한다. 이를 통해 후보물질의 사업성을 입증하고, 최종적으로 회사를 글로벌 동물용 의약품 기업에 매각한다는 구상이다.

IT와 온라인증권, 인체용 신약을 거쳐 이번에는 동물약으로 판을 옮긴 그의 도전은 또 하나의 바이오벤처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외부 자금에 의존해 임상을 이어가는 대신, 제품으로 매출을 내며 연구개발을 지속하는 사업모델을 직접 증명하려는 시도다.

묵 대표는 "국가신약개발사업단장을 7년간 맡았던 사람이 다시 일을 시작한다면 모델이 될 만한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며 "남의 돈을 받아 임상에 쓰다 쓰러지는 회사를 하나 더 만드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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