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오젠이 기술이전 성과를 매출과 이익으로 연결하며 '돈 버는 바이오'로 자리를 잡고 있는 가운데 뒤를 이을 플랫폼 기술 기업들에 관심이 쏠린다.
플랫폼 기술은 하나의 기술을 여러 의약품과 제약사에 적용할 수 있어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아 왔다. 하지만 누적 계약금액이 조 단위에 이르더라도 이를 실제 현금화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대부분이 적자인 바이오 기업들은 재무 성과만으로 성과를 비교하기 어려운 만큼 자산의 잠재가치를 가늠할 수 있는 '누적 최대 계약금액'과 사업의 진척도를 판단할 수 있는 '실제 받은 금액'을 통해 플랫폼 바이오 기업들의 상황을 점검해봤다.
21일 다국적 제약사에 플랫폼 기술 또는 이를 적용한 파이프라인을 이전한 국내 기업 8개사를 비교해 보니, 알테오젠이 누적 계약금액 기준 1위 자리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는 올해 반기보고서를 토대로 설립 이후 체결한 계약 중 지난 6월 말 현재 유효한 기술이전 계약의 누적 최대 금액과 공시로 확인되는 누적 수령액을 집계했다.
누적 계약액 10조 안팎 3개사, 현금창출은 알테오젠이 유일
누적 계약액을 기준으로 상위 3개사에는 알테오젠·에이비엘바이오·리가켐바이오가 이름을 올렸다. 알테오젠의 공개된 누적 기술이전 계약액은 약 11조7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에이비엘바이오는 10조6000억원, 리가켐바이오는 9조600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알테오젠은 올해 1분기부터 제형변경 플랫폼이 적용된 제품의 판매 로열티를 실적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기술이전 수익이 선급금이나 마일스톤 같은 일회성 수익을 넘어 반복적인 현금흐름으로 이어지는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누적 매출은 1405억원, 영업이익은 735억원이다.
에이비엘바이오와 리가켐바이오가 알테오젠을 바짝 추격하는 양상이다. 두 회사 모두 누적 최대 계약금액을 10조원 안팎까지 늘렸다. 다만 아직은 기술료 유입 시점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크다. 신규 기술이전이나 마일스톤 수령이 없는 기간에는 연구개발비 부담으로 영업손실을 내고, 매출 이벤트에 따라 반짝 흑자를 기록하는 구조다.
에이비엘바이오는 뇌혈관장벽(BBB) 셔틀과 이중항체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GSK와 일라이릴리 등에 플랫폼 기술을 이전하며 공개된 누적 최대 계약금액 약 10조5900억원 이상을 확보했다. 이 가운데 플랫폼 자체를 이전한 계약은 약 7조7100억원으로 70%가량을 차지한다. 현재까지 공개된 누적 수령액은 최소 3214억원이다.
에이비엘바이오의 올해 상반기 누적 매출은 32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7.8% 감소했다. 영업손익도 지난해 같은 기간 117억원 흑자에서 340억원 손실로 돌아섰다. 상반기동안 연구개발비에는 488억원을 투입했다.
리가켐바이오는 항체약물접합체(ADC) 플랫폼 '컨쥬올'을 보유하고 있다. 공개된 누적 최대 계약금액 약 9조6570억원으로 이 가운데 플랫폼 자체를 이전한 계약은 약 4조2300억원으로 44%를 차지한다. 개별 ADC 후보물질 역시 컨쥬올을 기반으로 하고, 금액이 공개되지 않은 플랫폼 계약도 있어 플랫폼 기술의 실질적인 기여도는 이보다 크다.
리가켐바이오의 상반기는 공격적인 연구개발 투자로 요약된다. 누적 매출은 41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0.8%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102억원에서 1094억원으로 확대됐다. 연구개발비는 1371억원으로 비교 대상 8개사 중 가장 많았다. 알테오젠과 에이비엘바이오가 각각 489억원, 488억원을 투입한 것과 비교하면 약 2.8배 규모다.후발 주자 1조원대 각축…현금화 속도 차이
누적 최대 계약금액이 1조원대인 후발 바이오 기업은 알지노믹스·오름테라퓨틱·디앤디파마텍·에임드바이오·올릭스 등 5곳이다. 각사가 보유한 플랫폼으로 기술이전 계약은 맺은 상태이지만, 계약 이후 후보물질의 개발 진척과 플랫폼 검증 성과는 엇갈리고 있다.
상반기 재무실적에서는 에임드바이오만 흑자를 냈다. 베링거인겔하임에 이전한 ADC 후보물질 ODS025의 임상 진입 마일스톤과 SK플라즈마와의 공동개발비가 매출에 반영되면서 매출 287억원, 영업이익 46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나머지 4개사는 연구개발비 부담으로 영업손실을 이어갔다.
오름테라퓨틱·에임드바이오·올릭스는 기술이전한 후보물질이 임상에 진입해 플랫폼의 임상 검증이 진행되고 있다.
오름테라퓨틱은 항체를 이용해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을 제거하는 신약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BMS에 이전한 후보물질은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며, 버텍스와도 여러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공개된 누적 최대 계약금액은 약 1조5750억원이며 선급금으로 약 1610억원을 확보했다.
에임드바이오는 환자 유래 모델을 활용해 ADC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바이오헤이븐에 이전한 후보물질은 임상 1상에서 초기 항암 효과가 확인됐고, 베링거인겔하임에 이전한 후보물질도 임상 1상 승인에 따라 마일스톤이 발생했다. 공개된 누적 최대 계약금액은 약 1조3870억원 이상이지만 일부 계약금액과 누적 수령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올릭스는 간세포에 치료물질을 전달하는 RNA 치료제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일라이릴리에 이전한 후보물질은 임상 1상 활동을 마치고 결과보고서를 기다리고 있으며, 이후 개발과 상업화는 일라이릴리가 맡는다. 공개된 누적 최대 계약금액은 약 1조3560억원, 누적 수령액은 약 150억원 이상이다.
플랫폼의 추가 검증이 필요한 기업으로는 알지노믹스와 디앤디파마텍이 꼽힌다.
디앤디파마텍은 펩타이드 의약품을 먹는 약으로 만드는 오랄링크 플랫폼을 비만치료제 후보물질에 적용해 멧세라에 이전했다. 누적 최대 계약금액은 약 1조4780억원 이상이며 최소 224억원을 수령했다. 그러나 멧세라를 인수한 화이자가 선도 후보물질의 개발을 중단하면서, 남은 후보물질의 성과가 플랫폼 가치의 관건이 됐다.
알지노믹스는 질병 유발 RNA를 정상 RNA로 바꾸는 플랫폼을 활용해 일라이릴리와 약 1조8680억원 이상의 유전성 난청 치료제 계약을 체결했다. 선급금과 누적 수령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현재 공동연구 단계로, 후보물질 선정과 옵션 행사가 후속 마일스톤의 관건이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 18일 발간한 바이오 산업 분석 리포트에서 "향후 1년은 단순히 키트루다 큐렉스와 렉라자의 판매 성과를 확인하는 시기를 넘어, K-바이오가 기술이전 중심 산업에서 반복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산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