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산 신약은 1호 신약에서 출발해 43호 신약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도전과 시행착오를 거치며 영역을 넓혀왔다. 최근 상업화와 글로벌 시장 진출로 성과를 내고 있지만, 모든 신약이 시장에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국산 신약의 성장 과정과 주요 성공·실패 사례를 통해 향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과제와 방향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주]
과거 국내 제약산업의 글로벌 제약사의 오리지널 의약품을 복제하면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원료 합성부터 제제화, 생산·품질관리 등에 대한 경험을 쌓은 제약사들은 자체 신약 개발로 영역을 넓혀갔다.
1999년 SK케미칼의 선플라주가 국내 개발 신약 1호로 허가된 이후 초기 국산 신약은 복제약에서 한단계 나간 합성 의약품이 주를 이뤘다. 이후 연구개발 역량이 축적되면서 바이오의약품과 항체치료제, 표적항암제 등으로 기술 영역이 확대됐다. 최근에는 방사성 의약품과 세포치료제까지 등장하면서 기술적 스펙트럼도 한층 다양해졌다.
CAR-T·방사성의약품, 기술 스펙트럼 확장
올해 허가받은 42호와 43호 신약은 글로벌 신약 개발 시장에서 주목받는 첨단 모달리티를 국산 신약의 기술 영역으로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큐로셀의 림카토주는 국내 개발 신약 최초의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다. CAR-T는 환자의 면역세포인 T세포를 채취해 암세포를 인식하고 공격하도록 유전적으로 변형한 뒤 다시 환자에게 주입하는 개인맞춤형 세포치료제다. 림카토주는 치료 후 암이 재발했거나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환자에게 사용된다.
CAR-T는 적응증(사용 범위) 확대 가능성과 더불어 높은 시장성을 갖춘 분야로 평가된다. 현재는 혈액암을 중심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최근에는 고형암과 자가면역질환 등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또 글로벌 CAR-T 시장은 2024년 약 45억달러에서 2030년 160억달러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CAR-T는 개발 잠재력과 시장성이 함께 열려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차세대 신약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43호 신약인 퓨쳐켐의 프로스타뷰는 국산 신약의 영역이 방사성의약품 분야로도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방사성의약품은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해 특정 조직이나 질환을 영상으로 확인하거나 치료하는 의약품이다. 프로스타뷰는 전립선암 병변을 영상으로 확인하는 진단용 방사성의약품이다.
방사성의약품이 국산 신약에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2001년 동화약품의 밀리칸주가 방사성 동위원소인 질산홀뮴-166을 이용한 간암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하지만 개발 과정에서 시장성이 낮다고 판단해 임상을 중단했고, 이후 품목허가를 취하했다.
이후 2018년에는 퓨쳐켐의 알자뷰주사액이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용 방사성의약품으로 허가받았다. 밀리칸주 이후 알자뷰주사액과 프로스타뷰가 잇따라 허가되면서 방사성의약품도 국내 신약 개발의 한 분야로 자리 잡아가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특정 암세포나 조직을 선택적으로 찾아가는 표적 기술과 방사성 동위원소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방사성의약품을 둘러싼 글로벌 개발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글로벌 신약 트렌드 겨냥한 차기 신약 후보
차기 국산 신약 후보 품목들도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주목받는 기술과 치료 영역을 겨냥하고 있다.
현재 차기 국산 신약 후보로는 한미약품의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 셀비온의 전립선암 방사성의약품 치료제 포큐보타이드, 아주약품·지엘팜텍의 안구건조증 치료제 레코플라본 등이 거론되고 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글로벌 신약 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른 GLP-1 계열 비만치료제 가운데 국내 기술로 개발된 사례로, 한미약품의 독자 플랫폼인 '랩스커버리'를 적용해 약효 지속과 위장관계 부작용 개선을 차별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또 비만뿐 아니라 당뇨병으로 적응증을 넓히는 임상도 진행하며 활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포큐보타이드는 전립선암 세포에 많이 발현되는 전립선특이막항원(PSMA)을 표적하는 방사성의약품으로, 표적 물질에 방사성 동위원소를 결합해 암세포에 방사선을 선택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방사성의약품을 이용해 암 병변을 진단하고, 같은 표적을 활용해 치료까지 이어가는 '테라노스틱(theranostics)' 기술이 방사성의약품 분야의 새로운 개발 방향으로 부상하면서 포큐보타이드와 같은 표적 방사성의약품의 활용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레코플라본은 안구건조증의 다양한 원인에 대응하는 4중 작용 기전과 안구 내 약물 흡수를 높이는 제제 기술을 차별점으로 내세운다. 임상 3상에서 위약 대비 유효성을 확인하면서 기존 치료제와 다른 작용기전의 국산 신약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치료 분야와 기술적 특징은 서로 다르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성이 높은 분야를 겨냥하는 동시에 기존 치료제와 차별화된 기전과 기술을 적용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는 국내 신약 개발이 기존 치료제의 단순 개선을 넘어 새로운 모달리티와 치료 전략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차세대 기술 확보 넘어 신약 시장 진입 '과제'
선플라에서 출발한 국산 신약은 케이캡과 렉라자 등 상업적 성과를 거둔 품목을 거쳐 CAR-T와 방사성의약품에 이르기까지 기술 영역을 넓혀왔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연구개발 역량이 축적되면서 합성의약품 중심이었던 신약 개발 영역이 바이오의약품과 표적치료제, 세포치료제 등으로 확대된 결과다.
이처럼 신약 개발 기술이 다양해지면서 경쟁의 초점도 개별 신약의 개발을 넘어, 새로운 기술을 실제 치료제로 구현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역량으로 옮겨가고 있다. 항체약물접합체(ADC)와 이중항체, 세포·유전자치료제 등 새로운 모달리티가 차세대 신약 개발 분야로 주목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신약 개발 비용과 시장 진입의 부담도 커지는 만큼, 연구개발 성과가 실제 환자의 치료 기회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첨단 바이오 신약의 높은 연구개발·제조 비용을 감안해 혁신 신약의 시장 진입을 지원하면서도 환자의 접근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약가와 보험급여 체계를 함께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CAR-T를 비롯한 혁신 기술이 실제 신약으로 허가되면서 국내에서 축적된 연구개발 성과가 산업과 환자에게 돌아가는 단계에 진입했다"면서 "앞으로도 첨단 바이오 신약 개발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들 신약이 원활하게 시장에 진입하고 환자에게 공급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산업 성장과 치료 기회 확대가 함께 이뤄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