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소 규모의 A 제약사는 제네릭(복제의약품) 가운데 일부 품목의 개발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8월 약가제도 개편에 따라 제네릭 약가가 전반적으로 낮아진 데다, 약가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혁신형·준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요건도 강화돼 우대 약가 적용을 기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A 제약사는 예상 약가와 매출, 개발·생산 비용을 따져보니 상용화 이후 투자금 회수가 어려운 제네릭 품목을 개발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A 제약사의 주력이 제네릭이고, 제네릭 판매로 사업 기반을 마련해 개량 신약과 신약 개발에 투자해온 것을 감안할 때 이번 결정은 회사 운영에 심각한 타격을 끼칠 전망이다.
1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약가인하가 본격화하면서 중소 제약사를 중심으로 제네릭 개발 전략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시장 규모와 처방 가능성뿐 아니라 예상 약가와 원가를 함께 따져 개발 품목을 선별하는 분위기다. 이로 인해 중소 제약사의 사업 근간이라 할 제네릭 개발을 포기하는 곳이 나타나고 있다.
약가인하에 제네릭 개발·상업화 포기
제네릭은 오리지널 신약의 특허가 만료된 이후 동일한 주성분과 약효를 갖도록 개발한 의약품으로, 신약에 비해 개발 기간과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 다만 생물학적동등성시험(생동성시험)을 비롯해 허가, 생산·품질관리 등에 비용이 들어간다.
생동성시험은 제네릭 의약품이 오리지널 의약품과 체내에서 동일한 효과와 안전성을 나타내는지 확인·입증하는 임상시험으로, 제네릭 의약품의 품목허가를 받기 위해 거쳐야 하는 필수 절차다.
제네릭의 개발·생산 원가는 원료의약품 조달 방식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국산 원료를 사용하면 약가 산정에서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수입산보다 가격이 높은 경우가 많다. 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 원료를 사용하면 환율과 국제 원료 가격 변동에 따라 원가 부담이 커질 수 있다.
A제약사는 이 같은 개발·생산 비용을 감안해 상용화 이후 3~5년 안에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지를 주요 판단 기준으로 삼고 파이프라인 재정비에 들어갔다.
A제약사 관계자는 "지난해와 올해 생동성시험에 돌입한 품목부터 앞으로 개발할 계획이었던 제네릭까지 지난달 약가 인하 이후 사업성을 재검토한 결과, 일부 품목의 개발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면서 "현재 판매 중인 제네릭 가운데서도 마진이 낮은 품목은 생산을 중단하기로 한 만큼, 앞으로 매출과 수익성 증대에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제네릭 약가 인하에 따른 타격은 이미 시장에서 판매 중인 품목에 집중됐다. 하지만 약가 인하가 본격 시행되면서 그 영향이 아직 시장에 출시되지 않은 개발 단계의 제네릭으로까지 확대되는 모습이다.
제네릭 수익 감소에 개량신약·신약 개발 부담
업계에서는 이번 약가 인하가 단순한 제네릭 품목 정리를 넘어 중소 제약사의 연구개발 전략과 성장 기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내 대형 제약사들도 제네릭 판매를 통해 사업 기반을 마련하고, 여기서 확보한 수익을 개량신약과 신약 개발 등에 재투자하며 사업 규모와 연구개발 역량을 키워왔기 때문이다.
중소 제약사 역시 제네릭 사업에서 확보한 수익을 개량신약 개발에 투자하고, 이후 신약 개발로 연구개발 영역을 넓혀가며 사업을 키워가는 단계에 있다.
개량신약은 이미 허가된 오리지널 의약품과 성분·약효는 유사하지만 화학구조나 제형, 투여경로 등을 개선해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 의약품인 반면, 신약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유효성분이나 새로운 조합 등을 바탕으로 개발하는 의약품이다. 상대적으로 개발 부담이 낮은 제네릭 사업에서 수익을 확보하고 이를 개량신약 개발에 재투자한 뒤 신약 개발로 확대하는 방식이다.
A제약사도 제네릭 판매로 확보한 재원을 개량신약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제제·제형 기술을 국내 중대형 제약사에 기술이전하거나 자체 제품으로 개발하며 사업 규모를 키워왔다. 하지만 제네릭 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지면 개량신약을 비롯한 후속 연구개발에 투입할 재원도 줄어들 수 있어 사업 확대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제네릭 위축에 중소 제약사 성장·의약품 공급 우려
정부는 올해 초 제네릭 중심의 산업 구조를 개선하고 신약 개발 투자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약가제도 개편을 발표했으며, 지난 8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제네릭 약가를 낮추는 대신 혁신형 제약기업 등 신약 개발 역량을 갖춘 기업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는 게 핵심이다.
문제는 연구개발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 제약사가 대형 제약사처럼 신약 개발 중심으로 사업을 전환하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신약은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시험과 허가까지 장기간의 연구와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제네릭 사업에서 수익을 확보하지 못하면 신약 개발로 나아가기 위한 연구개발에 투자할 여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제네릭 품목이 줄어들면 중소 제약사의 사업 기반이 약화되는 것은 물론 제네릭 시장 위축과 의약품 공급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혁신형, 준혁신형 기업이 아니더라도 퇴장방지의약품 확대 등 수익성이 낮은 품목에 대해서는 약가를 보전할 수 있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