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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한미약품, 한두번 아닌 '리포지셔닝' 살펴보니

  • 2026.10.01(목) 08:00

제넨텍, 표적항암제 '벨바라페닙' 권리 반환
한미약품, 국내서 흑색종 치료제 임상2상 진행
돌려받은 신약 다시 키우는 '리포지셔닝' 전략

한미약품이 과거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수출했던 신약 후보물질의 권리를 10년 만에 돌려받았습니다. 로슈의 자회사 제넨텍이 표적항암제 후보물질(벨바라페닙)의 글로벌 개발을 중단한 데 따른 후속 절차로 기술이전 계약을 해지하면서입니다.

제넨텍의 글로벌 개발은 중단됐지만, 개발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닙니다. 한미약품이 개발 '바통'을 이어받았기 때문인데요. 글로벌 제약사가 손을 뗀 후보물질을 한미약품이 다시 개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제넨텍, 2024년 글로벌 개발 중단

벨바라페닙은 암세포가 계속 자라고 증식하도록 만드는 신호를 차단하는 경구용 표적항암제입니다. 암세포 내부에는 성장과 증식에 관여하는 여러 신호 전달 단백질이 있는데, 벨바라페닙은 이 가운데 RAF 단백질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용합니다.

한미약품은 2016년 9월 제넨텍에 한국을 제외한 세계 개발·상업화 권리를 넘겼습니다. 계약 규모는 계약금 8000만달러에 개발·허가·상업화 단계별 마일스톤을 포함해 최대 9억1000만달러였습니다. 제넨텍은 벨바라페닙에 'RG6185'라는 개발코드를 붙이고 글로벌 개발을 진행했습니다.

제넨텍의 개발 방향은 여러 고형암으로 벨바라페닙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데 맞춰졌습니다. 임상 1상 단계에서는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단독요법과 다른 항암제와의 병용요법 등을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제넨텍은 2024년 벨바라페닙의 추가 환자 모집을 중단하고 모회사 로슈의 개발 파이프라인에서도 해당 후보물질을 제외했습니다. 이번 계약 해지는 그로부터 약 2년 뒤 이뤄진 후속 절차입니다.

국내서 자체 흑색종 치료제 개발 집중

한미약품은 제넨텍의 글로벌 개발 중단과 별개로 국내 개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임상 2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았고, 현재 흑색종 환자를 대상으로 벨바라페닙과 코비메티닙(제품명 코텔릭)을 병용하는 임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코비메티닙은 미국의 바이오기업 엑셀릭시스가 발굴한 물질로, 이후 로슈(Roche) 그룹의 자회사인 제넨텍과 공동으로 개발 및 상용화한 약물입니다.

제넨텍이 글로벌 개발 과정에서 여러 고형암을 대상으로 벨바라페닙의 가능성을 폭넓게 확인했다면, 한미약품은 현재 국내에서 NRAS(세포의 성장과 분열을 조절하는 유전자) 변이 흑색종이라는 보다 구체적인 환자군에 개발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기존 글로벌 임상에서 축적된 자료를 활용하면서도 국내에서는 치료 선택지가 제한적인 NRAS 변이 흑색종을 새로운 개발 목표로 삼은 겁니다.

글로벌 개발이 중단된 이후에도 한미약품이 별도의 개발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향후 국내 임상에서 벨바라페닙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개발 전략 변경, 기술수출 성공 경험

한미약품은 과거에도 글로벌 제약사에서 권리를 돌려받은 후보물질의 적응증이나 개발 전략을 변경하며 후속 개발을 이어 성과를 냈던 사례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에피노페그듀타이드(HM12525A)와 포셀티닙(HM71224)입니다. 에피노페그듀타이드는 2015년 얀센에 비만·당뇨병 치료제로 기술수출됐지만 2019년 권리가 반환됐습니다. 한미약품은 이후 개발 방향을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질환으로 전환했고, 2020년 미국 MSD에 한국을 제외한 세계 개발·상업화 권리를 다시 기술수출했습니다. 계약 규모는 계약금 1000만달러와 마일스톤 최대 8억6000만달러입니다.

포셀티닙 역시 2015년 일라이 릴리에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 기술수출됐다가 2019년 권리가 반환된 후보물질입니다. 류머티즘 관절염 임상 2상에서 개발이 중단되자 한미약품은 혈액암 치료제로 개발 방향을 바꿨고,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한 뒤 2024년 국내 바이오기업 노보메디슨에 개발·상업화 권리를 다시 이전했습니다. 권리 반환 이후 적응증을 바꿔 5년 만에 두 번째 기술이전으로 이어진 겁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반환 이후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을 이어가 상용화까지 추진하고 있는 사례입니다. 2015년 사노피에 당뇨병 치료제로 기술수출됐지만 2020년 권리가 반환되자 한미약품이 국내 개발을 이어갔습니다. 이후 비만 치료제로 개발 영역을 넓혀 지난해 임상 3상을 마쳤으며, 현재 국내 허가 및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리포지셔닝' 전략 통해 새로운 가능성 모색

이들 사례는 기술반환이 후보물질의 개발 종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기존 적응증에서 개발이 어려워지더라도 다른 질환으로 적응증을 변경하거나, 병용요법을 적용하거나, 특정 환자군에 개발 역량을 집중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벨바라페닙 역시 한미약품이 후보물질의 개발 가치를 다시 검토하고 새로운 적응증이나 개발 전략을 모색하는 '리포지셔닝' R&D 전략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지난 수십 년간 다수의 글로벌 제약사와 다양한 파트너십을 이어오며, 신약 가치가 당시 개발 환경과 전략 등에 따라 새롭게 평가될 수 있다는 점을 경험해 왔다"면서 "이에 권리 반환을 개발의 종착점으로 보지 않고, 각 자산의 잠재력을 다시 면밀히 검토해 새로운 개발 전략과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행보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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