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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날자 배 떨어졌다"는 쿠팡의 항변

  • 2021.06.26(토) 11:00

[주간유통]김범석 의장 사퇴 발표 논란
'책임'없는 쿠팡에 등 돌리는 소비자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주간유통]은 비즈니스워치 생활경제팀이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들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주간유통]을 보시면 한주간 국내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벌어진 핵심 내용들을 한눈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시작합니다. [편집자]

참 희한한 우연

이번 주는 쿠팡 이야기를 한 번 해볼까 합니다. 신세계의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이미 결론이 난 데다, 이미 분석에 예상까지 다 나온 터라 굳이 다시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그래서 이번 주는 무슨 이야기를 해볼까 고민하다가 쿠팡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요즘 쿠팡 때문에 많이 시끄럽죠. 아니 정확히는 김범석 '전'쿠팡 의장 때문일 겁니다.

쿠팡은 유통업계에서 늘 주목받는 곳입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파이를 키운 것은 물론 판도까지 바꿨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성장이 빠른 만큼 잡음도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각종 안전 문제와 근로자들의 처우, 복지 문제 등은 항상 쿠팡의 발목을 잡는 악재였습니다. 그때마다 쿠팡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큰 변화는 없었습니다. 이상하리만큼 같은 일이 계속 반복됐습니다.

최근 쿠팡은 지금껏과는 다른 큰 고비를 맞았습니다. 내용은 그동안 쿠팡에서 일어났던 사고와 비슷합니다. 지난 17일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이 화재 탓에 김동식 구조대장이 화재 진압 도중 순직하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화재사고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 화재 사건에 또다시 불을 댕긴 것은 바로 김범석 쿠팡 의장이었습니다.

김범석 전 쿠팡 이사회 의장 / 사진제공=쿠팡

쿠팡은 지난 17일 덕평물류센터 화재 사고 5시간 후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국내 쿠팡 이사회 의장과 등기이사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했습니다. 시기가 묘했습니다. 그러자 소비자들의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쿠팡의 창업주이자 실질적인 소유주인 김범석 의장이 이번 화재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사실 그동안 쿠팡에서 일어난 여러 사고에도 김범석 의장은 단 한 번도 직접 나서지 않았습니다. 그때마다 비난은 일었지만 이내 잠잠해지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양상이 좀 달랐습니다. 그간 쌓였던 것들이 한 번에 터진 것이었을까요? 소비자들의 쿠팡에 대한 비난은 시간이 갈수록 거세졌습니다. 쿠팡도 당황한 듯 보였습니다. 잇따라 해명을 내놓기 시작합니다.

쿠팡은 "김범석 전 의장의 국내 등기이사 및 이사회 의장 사임 일자는 지난달 31일로 이번 화재가 발생하기 17일 이전”이라며 “사임등기 완료 후 공개 시점이 공교롭게도 화재 당일과 겹쳤을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임은 이미 이전에 했지만 발표만 늦었을 뿐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런데 그 발표일이 공교롭게도 화재가 발생한 당일이었던 겁니다. 참 희한한 우연입니다.

하지만 쿠팡도 할 말은 있습니다. 당시 보도자료를 낼 수밖에 없었던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김 전 의장의 사임과 관련된 등기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날이 바로 '그날'부터였습니다. 이것을 체크한 일부 언론에서 기사를 게재했고 쿠팡에 사실 여부 확인 요청이 밀려들었습니다. 일일이 대응하기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쿠팡은 결국 보도자료를 통해 알리기로 했던 겁니다. 그런데 하필 '그날'이 '그날'이었던 겁니다. 다시 생각해도 참 희한한 우연입니다.

노림수는 '중대재해법 '회피?

업계에서는 김범석 의장, 아니 이젠 '전'의장이군요. 김범석 전 의장이 의장직과 등기이사직을 내려놓은 것은 중대재해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보고 있습니다. 중대재해법은 노동자가 다치거나 사망하는 산재가 발생하면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형 처벌을 내리도록 한 법안입니다. 이 법을 적용하면 김범석 전 의장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김범석 전 의장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총수 지정을 피했습니다. 총수 지정에서 제외됐다는 것은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방지 제재의 최종 책임자로 공정위 제출 지정 자료 등에 대한 책임을 면하게 됐다는 의미입니다. 김 전 의장에게 남은 숙제는 아마 중대재해법이었을 겁니다. 가뜩이나 사건 사고가 많은 마당에 중대재해법을 적용받게 되면 여러모로 골치가 아플 겁니다.

실제로 쿠팡은 미국 증시 상장 시 제출한 증권 신고서에 예상되는 리스크로 중대재해법을 콕 집어 기재했습니다. 이는 한국 정부가 중대재해법을 적용하게 되면 김 전 의장이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사업을 영위하는 데에 장애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투자자들에게 미리 알려준 겁니다. 결국 쿠팡도 김 전 의장이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이고 이를 피해야 한다는 사실을 사전에 계산해두고 있었음을 의미합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물론 쿠팡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습니다. 화재 발생 전 이미 사임을 했던 사안인데 공교롭게 시기적으로 애매한 때에 발표가 되는 바람에 먹지 않아도 될 욕을 과하게 먹고 있다고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쿠팡이 간과한 것이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쿠팡을 보는 시선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을 쿠팡은 몰랐습니다. 아니 애써 외면한 것일 수도 있겠군요.

쿠팡은 어느새 대기업이 됐습니다. 쿠팡의 정책, 투자 등 각종 움직임에 소비자들의 시선이 쏠립니다. 관심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감시의 눈초리도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쿠팡은 그동안 동일한 형태의 사건 사고로 홍역을 치러왔습니다. 문제는 그럼에도 크게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겁니다. 쿠팡의 '공언(公言)'이 '공언(空言)'이 된지는 오래입니다.

쿠팡을 쓰면 편리합니다. 일단 속도에 놀랍니다. 그게 쿠팡의 매력입니다. 하지만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쿠팡의 모습에 소비자들은 실망합니다. 이젠 실망을 넘어 분노하고 있습니다. 쿠팡이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소비자들이 있었습니다. 쿠팡이 미국 증시에 상장할 수 있었던 것도,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소비자들 덕분입니다. 그럼에도 쿠팡은 '책임'에는 인색했습니다.

만연한 '비밀주의'와 '안일함'

이번 쿠팡 사태를 보면서 한 가지 의아한 것이 있었습니다. 쿠팡은 왜 하필 화재가 발생한 그날 김 전 의장의 소식을 전한 것일까요? 일각에서는 우스갯소리로 "쿠팡 내부에 X맨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그만큼 이해할 수 없는 행보였습니다. 문득 쿠팡이 그만큼 소비자들에 대해 안일한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성공에 취해 소비자들을 얕본 것이 아닐까 하고 말이죠.

기자들에게 쿠팡은 참 취재하기 어려운 곳입니다. 왜냐하면 쿠팡 특유의 '비밀주의'가 자리 잡고 있어서입니다. 기자들은 자신이 출입하는 기업의 정보에 대해 1차 확인을 홍보실을 통해 진행합니다. 홍보실은 그 기업의 입이자 대변인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홍보실의 답변은 곧 그 기업의 공식 답변입니다. 하지만 쿠팡의 답변은 그 어떤 질문을 하더라도 늘 똑같습니다. "그 사안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입니다.

각종 사건사고에 대한 쿠팡의 대응은 늘 아쉽습니다. 해당 사건에 대한 배경 설명과 이해시키기보다는 방어에 방점이 찍혀있습니다. 정말로 알고 싶은 것에 대해서는 늘 함구합니다. 몇 달 전 사석에서 쿠팡의 임원분께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자 "우리도 알고 있다. 그래서 개선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일말의 기대를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변한 것은 없네요.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비밀주의는 어느덧 쿠팡의 기업 문화로 고착화된 듯합니다. 이번 건만 봐도 그렇습니다. 김 전 의장의 의장직 사임 소식을 보도자료로 릴리스하기 전에 화재는 이미 일어났습니다. 쿠팡의 해명에 따르면 대표이사가 직접 화재 현장에서 수습을 진두지휘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런 큰 사건이 있었는데도 아무렇지도 않게 김 전 의장의 사임 소식을 릴리스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입니다.

보도자료는 회사의 공식 입장입니다. 보도자료가 릴리스되기 위해서는 실무진에서부터 최고 경영진까지 '오케이 사인'이 나야 합니다. 최고 경영진이 아니라도 책임자가 오케이를 해야 합니다. 물류센터가 화재로 아수라장이 된 마당에 김 전 의장의 의장직 사임 소식을 공식적으로 릴리스하면서 공교롭게도 시기적으로 겹쳐 오해가 있었다고 해명하는 것은 지극히 편의주의적 발상입니다.

화재 사건 이후 여론은 극도로 악화됐습니다. 쿠팡을 사랑했던 소비자들은 속속 쿠팡 탈퇴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관련된 데이터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수치를 봐도 생각보다 쿠팡을 이탈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쿠팡이 불편해서가 아닌, 쿠팡의 무책임에 분노해서 소비자들은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이런 기업의 서비스는 이용하지 않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겁니다.

소비자, 등을 돌리기 시작하다

쿠팡도 잘 알고 있습니다. 최근 쿠팡이 잇따라 여론 무마를 위해 각종 대책을 내놓는 것도 이런 작업의 일환입니다. 하지만 소비자들도 이제 쿠팡의 이런 작업에 내성이 생겼습니다. 쿠팡이 방어에 안간힘을 쓰고 있음에도 쿠팡 탈퇴의 불길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합니다. 소비자들이 그만큼 쿠팡에 실망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어찌 됐건 또 최후의 승자는 김 전 의장이 됐습니다. 이번 화재건에 대해 김 전 의장은 법적으로도, 공식적으로도 책임을 지거나 사과를 할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쿠팡의 발표처럼 김 전 의장은 쿠팡의 글로벌 사업에만 매진하면 됩니다. 대신 그가 받아야 할 비난은 남아있는 여타 쿠팡 임직원들이 대신 받게 됐습니다. 총수 지정에서도, 중대재해법에서도 그는 늘 그렇듯 논란만 남겨둔채 홀로 유유히 빠져나갔습니다.

어쩌면 이번 사건은 시작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쿠팡에 등을 돌리는 소비자들이 많아질수록 쿠팡의 위치는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최근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서 이커머스 시장에 또 한 번의 격변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자칫하다가는 쿠팡이 지금껏 쌓아온 것들을 한순간에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쿠팡에게 지금이 가장 큰 위기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아무 관계없이 한 일이 공교롭게도 때가 같아 어떤 관계가 있는 것처럼 의심을 받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딱 지금의 쿠팡이 주장하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쿠팡은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까마귀가 왜 날았는지, 배는 왜 떨어졌는지 명확히 밝혀 알려야 합니다. 더 이상의 비밀주의는 쿠팡을 벼랑 끝으로 몰아갈 겁니다. 소비자들의 힘은 쿠팡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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