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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폭우도 뚫었다" 이마트 '두마리 영계' 뭐길래

  • 2023.07.12(수) 07:50

외식물가 고공행진…삼계탕집 울상
이마트, '두마리 영계' 오전에 동 나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밖에서 사 먹으면 비싸서..."

복날이 밝은 지난 11일 오전 이마트 용산역점. 이곳 정육 코너에서 만난 50대 주부 A씨는 백숙용 토종닭 두 개를 카트에 담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직접 사서 해 먹는 게 싸기도 하고 위생적이기도 해서 마트에 들렀다"며 "요즘 가공식품부터 채소가격까지 다 올랐는데, 남편 월급 빼고 다 오른 것 같다"고 토로했다. 

복날도 고물가의 여파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유통 채널의 보양식 할인은 성황이지만 삼계탕집 등 식당들은 손님이 줄어 울상이다. 소비자들은 모처럼의 할인에 마트 등에서 토종닭, 영계를 불티나게 구입했다. 반면 식당들은 예년 복날만 못한 분위기다. 삼계탕 한 그릇이 2만원에 육박하는 등 소비자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다. 

영계 두 마리 '6948원'

이날 오전 10시 용산점 개점과 동시에 주부들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계육 매대였다. 이마트는 현재 초복 행사로 계육 등을 40% 할인하고 있다. 영계 500g 2마리를 행사카드 결제 시 6948원, 백숙용 토종닭 1050g을 자사 포인트 적립 시 1만980원에 내놨다. 장맛비로 폭우가 쏟아지는 날씨에도 매대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스무개 남짓이던 백숙용 토종닭은 오전 시간 모두 동이 났다. 영계도 사람들의 손이 잦아들자 1인 2봉으로 한정 판매했다. 고물가의 위세가 피부로 느껴졌다. 대추 등이 담긴 부재료도 적잖게 팔렸다. 이마트는 이번 행사를 위해 계육 300톤을 준비했다. 일주일 판매 기준 역대 최대 물량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보통 일주일 판매 물량이 60톤가량인 것을 고려하면, 평소 대비 약 5배 물량을 준비한 셈"이라고 밝혔다.  

한 개 7984원인 간편식 삼계탕을 찾는 이들도 많다. 실제로 이마트에 따르면 피코크 삼계탕의 매출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했다. 관악구에서 왔다는 주부 B씨는 "가격이 복날 행사가라 평소보다 싼 것 같다"며 "오늘이 아니더라도 바쁜날 데워먹을 용도로 구입했다"며 장바구니를 내보였다.

고물가에 장맛비까지

반면 삼계탕집에선 복날의 활기를 느끼기 어려웠다. 삼계탕 가격이 훌쩍 올라 선뜻 먹기가 어려워진 데다 장맛비까지 거세게 내리면서다. 이마트 용산점 인근의 유명 닭요리 전문점은 곧 점심을 앞둔 시간이었음에도 매장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과거 복날에는 점심 전부터 가게 앞까지 대기 줄이 이어졌던 것과 대비된다.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이후 방문한 여의도의 한 삼계탕집은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오피스 상권에 위치해 직장인 손님들이 많았다. 이곳의 삼계탕 가격은 1만6000원. 최근 냉면만큼이나 가격 부담이 높아졌다는 게 소비자들의 이야기다. 30대 직장인 C씨는 "모처럼 복날이라 구내식당 대신 삼계탕을 먹으러 나왔는데 가격이 생각보다 높아서 놀랐다"며 "요즘 김밥도 3천~4천 원 수준인데 삼계탕은 그럴 만도 하지 싶다"고 했다.

물론 식당들도 할 말은 있다. 원재료인 계육의 가격이 크게 올라서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1㎏당 닭고기 소매가격은 6422원으로 전년 동기(5635원) 대비 14% 올랐다. 평년(5213원) 가격 대비로는 23% 높은 수준이다. 이외에도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등이 30% 가까이 오르면서 식당의 가격 인상 부담이 높아졌다.

유통가의 노림수는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이 운영하는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지역 삼계탕 평균 가격은 1만6423원으로 전년 동기(1만4577원)보다 12.7% 올랐다.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8개 외식 품목 중 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자장면과 김밥은 각각 11.1%, 10%씩 상승했고 냉면, 비빔밥, 칼국수가 6%대 상승률을 보였다.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현재 외식 물가는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통계청의 '소비자 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7% 오른 111.12(2020년=100)다. 특히 전국 외식 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6.3% 상승해 전체 물가상승률의 2배 이상을 기록했다. 이처럼 외식 물가가 전체 물가를 웃도는 추세는 2021년 6월부터 25개월째다. 소비자가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먹거리 체감 물가가 여전히 높다는 얘기다.

유통업계는 이 빈틈을 파고들고 있는 셈이다. 앞선 이마트의 초복 할인 행사가 대표적이다. 매장 집객력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여기에 할인 조건을 달아 자사 멤버십 가입을 유도할 수도 있다. 이커머스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쿠팡 역시 삼계탕 등 여름 보양식을 한정 수량으로 300원에 판매하는 타임 세일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기, 가스 요금이 오르면서 외식 물가가 쉽게 안정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외식 물가 상승으로 삼계탕 등 보양식 수요가 가정 간편식이나 원재료 구입으로 몰리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대량 매입으로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유통 채널 입장에선 존재감을 높일 수 있는 좋은 상황일 것"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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