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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올드보이들의 '알잘딱깔센' 릴레이 리뉴얼

  • 2023.10.12(목) 06:50

새우깡, 신라면 이어 안성탕면도 '새롭게'
'장수식품' 익숙하면서도 신제품 효과 '톡톡'

농심이 신라면과 새우깡 등 잇따른 장수 브랜드 리뉴얼에 나서고 있다. 기존 메가 히트 상품을 변형해 소비자에게 익숙함과 새로움을 동시에 전하겠다는 전략이다. 고령화 등 신제품 흥행이 힘들어진 내수 상황에서 리스크가 작은 방향을 택한 셈이다. 이를 통해 원부자재 인상 등 어려운 경영환경을 헤쳐 나가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안성탕면부터 신라면까지

12일 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오는 23일 기존 안성탕면 제품을 리뉴얼한 '순하군 안성탕면'을 출시한다. 고춧가루를 사용하지 않아 스코빌지수(매운맛 측정 수치)가 0인 제품이다. 중량 가격 모두 기존 안성탕면과 같다. 안성탕면은 올해 상반기 누적 기준 160억 개 판매를 돌파한 메가 히트 상품이다. 농심 관계자는 "라면에 대한 수요가 세분화되면서 순한맛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을 겨냥해 출시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매대에 진열 중인 먹태깡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간판 라면 제품인 '신라면'도 리뉴얼해 라인업을 넓혔다. 기존 신라면의 매운맛을 강화한 '신라면 더 레드(The Red)'다. 스코빌지수가 7500으로 기존 신라면(3400)의 2배가 넘는다. 표고버섯과 청경채 등 건더기의 양도 늘렸다. 지난 6월에는 새우깡을 리뉴얼한 먹태깡을 출시했다. 먹태깡은 먹태의 맛을 스낵에 접목한 제품이다. 소비자가 안주로 새우깡을 많이 찾는 것에 착안해 '어른 과자' 콘셉트로 제작된 것이 특징이다. 

리뉴얼 신제품들의 반응도 좋다. 현재 먹태깡은 진열하는 족족 팔려 편의점과 대형마트에서는 구매조차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출시 3개월 만에 600만 봉이 팔렸다. 한정판으로 내놨던 신라면 더 레드 역시 매운 라면 열풍을 일으키며 초도 물량 500만 봉이 모두 팔렸다. 현재 추가 생산에 들어가며 정식 제품 출시 전환을 검토 중이다. 

익숙하면서도 '새롭게'

최근 연이은 히트작과 대조적으로 농심은 여러 부침을 겪어왔다. 지난해 파스타 제품 파스타랑, 비빔면 배홍동 등 신제품을 내놨지만 괄목할만한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특히 정부 압박으로 신라면 등 간판 제품의 가격을 내리는 악재도 있었다. 이 때문에 실적이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이에 맞서 농심은 장수 식품 리뉴얼 카드를 꺼내들었다. 

농심 3분기 실적 예상 / 그래픽=비즈워치

실제로 리뉴얼 신제품의 성공에 3분기 실적도 긍정적이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농심은 오는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8876억원, 영업이익 50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9.2%, 86.6% 증가한 수치다. 한화투자증권은 가격 인하 여파가 있지만 먹태깡과 신라면 더 레드의 판매 호조로 내수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수출 매출액은 20.8%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무엇보다 농심의 과거 제품이 신제품처럼 소비자에게 다가가고 있다는 데 의미가 크다.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느낌을 주고 있다. 현재 먹태깡, 신라면 더레드의 인기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MZ세대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SNS상에서는 먹태깡 구매기, 매운 라면 챌린지 등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뉴트로 열풍과도 맞아 떨어졌다. 

장수제품 리뉴얼 배경은 

특히 최근 불황기에서 농심의 장수 브랜드 리뉴얼 전략은 영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보통 신제품 출시는 마케팅과 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비 등 많은 시간과 돈이 든다. 흥행 실패에 따르는 리스크도 크다. 반면 리뉴얼은 다르다. 기존 제품이 쌓아 올린 인지도를 활용할 수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 잘 팔리는 것에 집중해 '효율'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다. 

국제 밀 가격 변화 / 그래픽=비즈워치

특히 한국 내수시장에서 신제품의 발굴·육성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인구 감소, 고령화 추세가 심해지며 시장 트렌드가 보수적으로 바뀌고 있어서다. 실제로 2000년대 이후 식품업계에서 나온 메가 히트 상품은 손에 꼽을 정도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경기 침체도 한 요인이다. 소비자들은 불황에 신제품보다는 기존에 먹고 사용하던 익숙하고 저렴한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쉽게 '모험'을 하지 않는 탓이다.

특히 농심은 어느 브랜드보다 장수 브랜드가 많다. 이런 강점을 십분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리뉴얼 전략은 업계 전반으로 확산 중이다. 실제로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의 여러 '베리에이션(variation)을 내놓고 있다. 종류만 20가지가 넘는다. 해태제과도 최근 메가 히트 상품인 홈런볼의 신제품 '바나나스플릿'과 'KBO 스페셜' 등을 선보였다. 롯데웰푸드 역시 해물 스낵 제품인 오잉을 리뉴얼한 노가리칩을 내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기침체와 원부자재 인상으로 경영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예 새로운 신제품을 출시하기보다 기존 소비자에 친숙한 제품을 변주시켜 내놓는 게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농심 역시 장수 브랜드 리뉴얼 등으로 가격 인하 여파에 따른 대책을 강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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