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음료의 음료 부문과 주류 부문이 엇갈린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다. 주류 부문이 '새로'와 '크러쉬'의 선전에 힘입어 실적을 개선하고 있는 반면 음료 부문은 제로 탄산 시장의 성장이 더뎌지면서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2022년 새로 출시 전까지 주류 부문의 부진을 음료가 메웠던 것과는 반대 양상이다.
잘 풀리나 했는데
지난해 롯데칠성은 오랜만에 '손발이 잘 맞는' 한 해를 보냈다. 음료 부문은 전년부터 이어진 제로 탄산 시장의 확대에 힘입어 매출이 2022년 1조8678억원에서 1조9534억원으로 4.6% 늘었다. 이미 2022년에 10% 넘게 성장하며 기저를 높였음에도 성장세를 유지했다. 커피와 생수, 주스 매출이 소폭 하락했지만 '제로슈거' 트렌드를 탄 탄산(6.2%)과 에너지음료(31.9%), 스포츠음료(11.8%)가 고성장을 유지했다.
끝모를 부진을 이어가던 주류 부문도 모처럼 웃었다. 매출이 2022년 7745억원에서 2023년 8039억원으로 3.8% 늘었다. 이 역시 전년 15.2%의 고성장 베이스 아래 이뤄낸 성과다. 주 요인은 2022년 말 출시한 신제품 소주 '새로'다. 지난해에도 20%대 성장률로 '반짝 효과'가 아니라는 걸 증명했다.
탄산과 소주가 고성장을 이어가는 가운데 롯데칠성의 다음 카드는 '맥주'였다. 지난해 롯데칠성의 맥주 부문은 매출이 18% 감소한 807억원을 기록하며 968억원의 청주에 밀렸다. '클라우드'와 '클라우드 생'으로 연명하던 맥주 라인업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낀 이유다.
이에 지난해 말 신제품 맥주 크러쉬를 출시했다. 론칭 모델로 4세대 아이돌 중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에스파의 카리나를 선정했고 병도 기존의 맥주병이 아닌, 빙산을 연상케 하는 독자적인 디자인을 도입했다. 여러모로 공을 들인 게 드러나는 제품이었다.
탄산, 너마저
신제품 크러쉬는 나쁘지 않았다. 새로처럼 소주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키지는 못했지만 그럭저럭 시장에 안착할 정도는 됐다. 올해 상반기 롯데칠성의 맥주 매출은 전년 대비 11.3% 늘어난 442억원을 기록했다. 성수기인 3분기와 연말 송년회 효과를 감안하면 올해 900억원대 복귀가 유력하다.
출시 3년차를 맞은 새로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올 상반기 소주 매출은 전년 대비 7.5% 늘어난 1834억원이었다. 소주가 점유율을 회복하면서 그간 마케팅 강화 영향으로 부진했던 수익성도 하반기부터는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다.
문제는 그간 롯데칠성을 떠받쳐 온 음료 부문, 그 중에서도 '탄산음료'다. 올 상반기 롯데칠성 음료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0.9% 늘어나는 데 그쳤다. 탄산음료 매출이 2분기에만 2% 넘게 빠지며 역신장한 게 큰 영향을 줬다. 롯데칠성의 탄산음료 매출이 역신장한 건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이후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3분기에도 음료 부문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탄산음료의 최대 성수기인 여름 시즌인 데다, 지난 6월 펩시·칠성사이다·게토레이·핫식스·델몬트주스 등 핵심 브랜드 제품 가격을 7% 가까이 올렸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정한솔 대신증권 연구원은 "계절적 성수기와 가격 인상 효과로 음료 매출 증가를 기대했으나 비우호적인 날씨와 경기 위축으로 수요 둔화가 지속됐다"며 "제로탄산과 스포츠음료를 제외한 전 카테고리에서 역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4년 후 달라진 나
롯데칠성은 지난 16일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네놨다. 롯데칠성이 한국거래소의 '코리아 밸류업' 종목에 포함되면서 주주친화 정책을 선제적으로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칠성은 오는 2028년까지 매출 5조5000억원, 영업이익 500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6%까지 떨어진 영업이익률을 9%대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음료 부문에서는 이제 틈새시장이 아닌 메인스트림으로 자리잡은 '노 슈거' 비즈니스를 확대하고 식물성 우유, 프로틴 강화, 프로바이오틱스 등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주류 부문에서는 새로와 크러쉬를 앞세워 소주·맥주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증류주·RTD·논알콜 시장 등 신규 트렌드에 발빠르게 대응할 예정이다.
해외 시장 공략도 강화한다. 현재 협업을 진행 중인 펩시 등과의 협력을 강화해 해외사업 기반을 키우고 처음처럼·밀키스 등 해외 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은 브랜드를 글로벌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를 통해 지난해 20%였던 해외 매출 비중을 2028년까지 45%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매출 성장세를 감안하면 해외 매출을 4배 가까이 키우겠다는 목표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통해 부채비율 축소 및 해외 사업 비중 확대 등의 핵심지표를 공개했다"며 "긍정적인 변화의 방향성이 제시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