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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다 죽어가는데…'강약약강' 유통 규제

  • 2025.11.29(토) 13:00

[주간유통]홈플러스 공개매각 실패
일각선 청산 가능성까지 나와
이마트·롯데마트도 위기…규제 완화 필요성

그래픽=비즈워치

[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편집자]

한밤중의 쇼핑

제가 대학생이던 시절, 2010년 즈음입니다. 당시 저는 서울 모 대학교 인근에서 자취를 하고 있었습니다. 성실한 대학생들이 으레 그렇듯이 낮보단 밤에 더 왕성한 활동을 하곤 했죠. PC방에서 격전을 치른 후 맥도날드에서 출출한 배를 달래고 나면 산책이라도 하듯이 한 공간을 찾았습니다. 

밤에도 대낮같이 불이 켜져 있고 넓고 넓어 배가 꺼질 때까지 돌아다닐 수 있는,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한 그 곳은 바로 대형마트였습니다. 한밤중에 자전거를 타고 대형마트를 찾아가 썰렁한 공간에서 나홀로 쇼핑을 하다 보면 제가 마트를 대관한 것 같기도 하고 부딪힐 걱정 없이 카트를 끌고 다닐 수 있어 기분이 좋았죠.

그래픽=비즈워치

저의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한밤중 대형마트의 매력을 깨달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대형마트의 심야 영업이 금지됐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1년 말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되면서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대형마트의 영업을 제한하는 내용이 추가됐습니다. 대형마트 인근의 전통시장을 보호하고 골목상권과의 상생을 도모한다는 이유에서였죠. 격주 일요일에 문을 열지 못하게 된 것도 이때부터입니다.

당시 저는 그저 좋은 산책 코스를 하나 잃었다는 정도의 생각이었습니다. 일개 대학생이었던 저는 이 법안이 대형마트에 큰 타격이 될 거라고까지는 상상하지 못했죠. 새벽의 마트는 언제나 썰렁했고, 한 달에 일요일 두 번 정도 마트에 가지 못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었기 때문일 겁니다. 토요일에 가면 되잖아요?

그런데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습니다. 잘 달리는 사람의 발 한 쪽을 묶어 놓으면 다른 사람들과 비슷하게 달리는 게 아니라 형편없이 뒤처질 수밖에 없습니다. '유통법' 개정 이후 13년. 업계 2위 홈플러스가 무너졌습니다. 사 갈 사람을 찾는데, 그 누구도 손을 들지 않습니다. 지금 당장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의 전망이 문제입니다.

홈플러스

지금 홈플러스가 처한 상황은 대형마트의 위기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모습입니다. 대형마트 업계 2위인 홈플러스를 매각한다는데, 그 누구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습니다. 대형마트의 전성기인 2010년에 이같은 이야기를 했다면 그 누구도 믿지 않았을 겁니다. MBK가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며 들인 금액은 60억달러(약 7조2000억원)였습니다. 삼일PwC에 따르면 현재 홈플러스의 계속기업가치는 2조5059억원에 불과합니다.

지난 6월 홈플러스는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 절차에 들어갔는데요. 기업이 원매자를 찾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뒤 공개 입찰을 병행하는 '스토킹 호스' 방식을 택했지만 인수 희망 기업이 나타나지 않아 무산됐습니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이후 하렉스인포텍과 스노마드가 인수 의사를 밝혔지만 결국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홈플러스를 사겠다는 기업의 수는 '0'이 됐습니다. 회생계획절차 발표일인 12월 29일 전까지 인수자를 찾으면 되지만, 반 년 가까이 나타나지 않은 인수 희망자가 한 달 안에 나타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오죽하면 정치권과 기업 사이에서 서로 "네가 사라" 논쟁까지 벌어질까요. 지난달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어기구 위원장은 "(농협이) 공익적 관점에서 홈플러스 인수를 검토하라"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답은 "적절치 않다"였습니다. 당장 농협유통과 하나로유통도 적자를 내고 있는데 적자 기업을 또 떠안을 수는 없다는 겁니다. 업계 2위 대형마트가 애물단지가 됐습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대형마트 규제가 시작된 2012년은 대형마트가 가장 빛나던 시절이었습니다. 당시엔 대형마트를 막을 만한 경쟁자가 전혀 보이지 않았죠. 대형마트 때문에 피해를 보는 소상공인들이 더 잘 보였습니다. 규제가 나온 게 아무 맥락 없는 산업 죽이기는 아니었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홈플러스는 말 그대로 죽어갑니다. 업계 3위 롯데마트는 2022년 이후 매출이 계속 줄고 있습니다. 올해도 3분기까지 매출이 전년보다 3% 줄며 3년 연속 하락이 유력합니다. 업계 1위 이마트 역시 별다르지 않습니다. 매출은 줄어만 가고, 영업이익도 바닥입니다. 미래를 향한 성장동력도 전무합니다. 사람으로 치면 호흡기만 달고 있는 셈입니다.

그래픽=비즈워치

그럼에도 대형마트에 달린 여러 족쇄는 풀릴 기미가 없습니다. 여전히 신규 점포 출점은 막혀 있고 한 달에 두 번, 가장 매출이 많이 나오는 일요일은 문을 닫습니다. 쿠팡과 컬리, 네이버까지 뛰어든 '새벽배송'도 여전히 금지입니다. 이를 풀어주면 골목상권이 초토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어불성설입니다. 이미 쿠팡은 매출 규모에서 이마트에 한참이나 앞서 있습니다. 아니, 사실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의 매출을 모두 합쳐도 쿠팡보다 적습니다.

이마트의 주말 영업, 새벽 영업이 인근 상권에 피해를 준다면, 로켓배송은 전국 소상공인들의 경쟁자입니다. 이대로면 롯데마트와 이마트 역시 홈플러스의 길을 걷게 될 수 있습니다. 대형마트만 잡으면 소상공인이 살아난다는 주장은, 13년 전에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린 주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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