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편집자]
참이슬 너마저
새학기가 시작된 지 어느덧 한 달이 넘었습니다. 제가 대학교에 다닐 땐 3월과 4월은 그야말로 '술 마시는 달'이었습니다. 모든 술집에 학생들이 꽉꽉 들어찼죠. 수업이 끝나고 친구들이 보이지 않으면 자주 가던 술집 몇 군데를 찾았습니다. 반드시 누군가가 있었죠.
지금은 다 옛날 일입니다. 새학기가 되고 신입생이 들어와도 밥집만 붐빌 뿐 술집은 썰렁합니다. 학생 단체 손님이 오면 술값을 50% 할인해 준다는 파격적인 문구를 붙인 곳도 있지만, 별다른 효과는 없습니다.
설령 학생들이 들어찬다 해도 큰 차이는 없습니다. 술을 마시지 않기 때문입니다. 서너 명이 소주 한 병을 두고 두어 시간을 마시기도 합니다. 술집은 보통 안주보다 술을 팔아야 수익이 남는데, 술이 팔리지 않으니 고민입니다.
술집뿐만이 아닙니다. 지난해 하이트진로는 매출 2조4986억원, 영업이익 1723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매출은 전년 대비 3.9%, 영업이익은 17.2%나 감소했죠. 특히 뼈아픈 건 매출입니다. 4년 만에 매출이 감소세로 전환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소주와 맥주가 동반 하락했다는 점이 의미심장합니다.
롯데칠성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맥주와 소주 모두 매출이 줄었습니다. 맥주 1위 오비맥주도 매출이 전년 대비 2%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앞서 코로나19와 경쟁 브랜드의 성장 등 나름의 이슈가 있었던 해들과 달리, 지난해엔 시장에 별다른 이슈가 없었다는 게 문제입니다. 사람들이 술을 '그냥' 덜 먹기 시작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죠.
가성비 말고
소주 부문을 먼저 보면, 업계에선 그간의 저도수 트렌드도 소위 '약발'이 다 됐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16도짜리 소주가 이제 더이상 '저도수'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에 따라 올 초 롯데칠성과 하이트진로가 나란히 새로와 진로의 도수를 15.7도로 낮추기도 했죠. 16도짜리 소주가 일상화되자 더 낮은 도수를 내놔야 '저도수'라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저도수 경쟁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15.7도로 낮춰도 소비자들은 금세 적응하고, 그럼 도수를 또 내려야 하는 상황이 반복됩니다. 여기서 소주의 도수가 더 낮아지면 청주나 와인 등 10도 초반의 주류와 경쟁해야 합니다. 이 시장에서 소주의 장점은 '가격'밖에 남지 않습니다.
맥주 역시 비슷한 상황입니다. 칼로리를 낮춘 라이트 맥주가 시장의 대세라지만 라이트 맥주의 성장세가 폭발적인 것도 아닙니다. 애초에 술을 마시지 않는 요즘의 트렌드는 '살이 찔까봐'가 가장 큰 이유가 아닙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는 마음으로 라이트 맥주를 마실 수는 있지만, 그게 술 수요를 더 늘려주진 않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술이 다 팔리지 않는 건 아닙니다. '프리미엄' 수요는 언제나 존재합니다. 실제로 국산 맥주가 부진한 와중에도 가격이 더 비싼 일본 맥주는 승승장구했습니다. 지난해 일본 맥주 수입액은 전년 대비 17.3% 늘어난 7915만달러(약 1175억원)에 달했습니다. 과장해서 표현하면 소비자들은 '맥주'를 마시지 않은 게 아니라 '국산 맥주'를 마시지 않은 셈입니다.
지겹지만, 또다시 프리미엄
일각에서는 가격만으로 경쟁하는 국산 주류의 약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분석을 내놓습니다. 음주 문화가 축소되면서 소비자들도 '양'보다 '질'을 찾게 되고, 가격 외 부분에서 장점이 없는 맥주와 소주가 밀려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이에 업계에선 국내 주류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프리미엄 주류를 발굴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고급 주류 접근성이 높아지는 장점이 있고 기업 입장에서도 고부가가치 상품을 통해 수익성 개선을 이룰 수 있습니다. 더 많이 파는 게 아닌, 더 비싼 술을 팔아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프리미엄화는 필연적으로 차별화를 불러옵니다. 전 국민이 한 가지 맛과 브랜드를 소비하는 시대가 끝난 만큼 다양한 취향을 맞출 수 있는 프리미엄 소주·맥주를 개발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조언입니다.
실제로 소주 카테고리에서 하이트진로의 '일품진로'는 2024년 125%, 2025년 117%의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2년 만에 매출이 4배 이상 뛴 셈입니다. 증류식 소주인 일품진로는 도수에 따라 가격이 1만~2만원 이상입니다. 1000원대인 참이슬의 열 배 이상입니다.
정반대 예시가 맥주입니다. 그동안 국내 맥주 제조사들의 방향성은 '소맥용 맥주' 개발에 집중돼 있었습니다. 실제로 롯데칠성의 신제품 맥주인 크러시와 하이트진로의 신제품 맥주인 켈리 모두 업계에서는 '소맥용 맥주'라는 평가가 나왔었습니다. 켈리 출시 당시에도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기존 올몰트 맥주와 달리 소주에 타 먹어도 청량감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죠. 시장의 니즈와 반대로 간 셈입니다.
술을 덜 마시는 문화가 정착하면 다시 반대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즐기는 술 문화'는 필연입니다. 전세계의 프리미엄 주류를 쉽게 만날 수 있는 세상입니다. 주류업계 역시 80~90년대에 통하던 '소맥' 마케팅으로는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주류 기업들을 만나면 늘 듣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더 맛있는 술을 만들 수는 있지만, 팔리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제 보여줘야 할 시기가 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