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가 지난 3월 출시한 무알코올 맥주 '테라 제로'의 병 제품을 출시한다. 병 제품이 주로 유통되는 유흥 시장 공략을 위한 포석이다. 주류 소비량이 줄어드는 추세에 맞춰 유흥 시장에서도 '무알코올 맥주'를 주력 제품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병맥도 '제로'
업계 등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이달 말 '테라 제로'의 500㎖, 330㎖ 병 제품을 각각 출시할 예정이다. 지난 3월 테라 제로 캔 제품을 출시한 지 약 3개월 만이다. 하이트진로가 무알코올 맥주 병 타입 제품을 출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오비맥주의 경우 지난 2024년 '카스 제로'의 병 제품을 내놓은 바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테라 제로의 병 타입 제품 출시를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하이트진로가 무알코올 맥주를 병 타입으로 출시하는 건 유흥 시장 공략을 위해서다. 병으로 만들어야 기존 병맥주와 함께 맥주 선반에 진열되기 때문이다. 캔 타입의 무알코올 맥주는 대부분 콜라, 사이다 등 음료와 함께 진열된다. 소비자들이 맥주와 함께 무알코올 맥주를 주문하길 바라는 의도다.
맥주와 동일한 병 타입일 경우 다같이 술을 마시는 상황에서 혼자 음료를 마신다는 인식도 줄어든다. 자연스럽게 무알코올 맥주를 주문하기 쉬워진다는 의미다. 비음주자가 아닌 경우에도 맥주를 마시다가 음주량을 조절하기 위해 무알코올 제품을 주문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무알코올 맥주가 꼭 술을 마시지 않는 소비자만을 위한 제품은 아니다"라며 "술을 마시는 사람이라도 잠시 조절하고 싶을 때 맥주를 마시는 감각 그대로 무알코올 맥주를 소비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가 '하이트 제로'가 아닌 '테라 제로'를 병 타입으로 만든 것 역시 이런 고민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테라 제로는 형제 제품인 하이트 제로보다 '맥주 맛'을 강조했다. 하이트진로 역시 출시와 함께 "하이트 제로가 무알코올 맥주맛 음료의 기준을 제시해 온 제품이라면 테라 제로는 대체 음료를 넘어 맥주맛 특유의 풍미를 그대로 즐기려는 소비자 취향을 겨냥했다"고 밝혔다.
하이트 제로가 아예 술을 마시지 않는 소비자들을 겨냥한 '맥주맛 음료'라면 테라 제로는 맥주를 마시다가 바꿔서 마셔도 티가 나지 않는, '취하지 않는 맥주'라는 이야기다.
카스냐 테라냐
업계에서는 하이트진로가 테라 제로의 병 제품을 출시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라고 보고 있다. 국내 주류 소비량이 눈에 띄게 줄고 있는 반면 무알코올 제품 소비는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이트진로의 지난해 별도 기준 맥주 부문 매출은 6615억원으로 전년보다 8.8% 줄었다.
반면 무알코올 시장은 성장세가 가파르다. 2019년 150억원 수준이던 국내 무알코올 맥주 시장 규모는 코로나19가 확산된 2021년 400억원대로 늘었고 2024년엔 700억원을 돌파했다. 내년엔 1000억원대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맥주에 비하면 작은 시장이지만 이 시장의 성장을 미래 성장 동력인 20대가 이끌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무알코올 맥주는 가정 시장에서는 어느 정도 소비층이 형성돼 있다. 이마트에서는 지난해 무알코올 맥주 판매량이 전년 대비 20% 넘게 늘었다. 편의점에서도 무알코올 맥주를 찾아보기 어렵지 않다. 2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술을 마시지 않거나 음주량을 줄이는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 트렌드가 확산하면서다.
이에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 등 주요 맥주 제조사들의 다툼도 치열하다. 현재까지 이 시장의 1위 브랜드는 하이트진로의 '하이트 제로'다. 그 뒤를 오비맥주의 카스 제로가 뒤따르고 있다. 두 브랜드의 점유율 차이는 1% 미만으로 크지 않다. 다만 유흥시장용 무알코올 병맥주는 카스가 먼저 내놨다.
하지만 아직까지 유흥 시장에서는 무알코올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 곳이 많다. 이 때문에 술을 마시지 않는 2030들이 편의점에서 무알코올 맥주 캔을 직접 구매해 주점을 방문하는 일도 적지 않았다. 하이트진로의 테라 제로가 합류하면 무알코올 시장에서도 본격적으로 카스와 테라의 라이벌 관계가 형성될 전망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무알코올 병맥주가 늘어나면 어쩔 수 없이 제로 콜라나 사이다를 마셨던 '소버 큐리어스'한 소비자들이 '제로 맥주'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라며 "2030 사이에서 '하이트'보다 '테라'의 인지도가 더 높은 만큼 테라 제로 병맥주가 선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