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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의 'K트레이더조' 계획…성공 가능성은 '글쎄'

  • 2026.08.03(월) 16:04

홈플러스. 이번 주말 영업 재개 전망
PB 중심 미국 트레이더조 모델 도입
대부분 가성비 제품…경쟁력 갖추기 어려워

그래픽=비즈워치

홈플러스가 영업을 재개한다. 3일 긴급운영자금(DIP) 2000억원이 입금되면서 숨통이 트였다. 업계에선 홈플러스가 오는 7일부터 영업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기존과 같은 방식은 아니다. PB 비중을 크게 늘린 '트레이더조' 모델로 전환한다. 업계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면서도 성공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업 재개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3일 메리츠금융으로부터 2000억원의 DIP 대출금을 입금받게 된다. 앞서 메리츠금융은 MBK파트너스의 전액 보증을 조건으로 2000억원 대출을 승인한 바 있다. 홈플러스는 자금이 들어오면 우선 미지급 협력사 대금을 지급하고 상품을 발주할 계획이다. 가장 급한 게 '영업 재개'이기 때문이다.

메리츠금융과 MBK파트너스는 DIP 지원을 두고 오래 갈등해 왔다./그래픽=비즈워치

이를 위해 직원들도 희생을 감수했다. 지난달 말 마트노조홈플러스지부와 민주노총홈플러스일반노조, 직원대의기구인 한마음협의회는 임직원 처우 조정을 협의했다. 이에 따르면 오는 9월 지급 예정인 정기 상여와 자산유동화 점포 위로금은 6개월간 균등 분할 지급하고 퇴사 직원에게 지급하는 고용안정지원금은 지급하지 않는다. 밀려 있던 급여는 두 달씩 순연 지급한다. 지난달 급여를 9월 말에 지급하는 식이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13일부터 2주 넘게 휴업 중인 핵심 점포 67개의 영업을 이번 주 중 재개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금요일인 오는 7일부터 영업을 재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요일 저녁부터 주말로 이어지는 핵심 시간대에 영업을 재개해 빠르게 정상화를 이룬다는 계획이다.

트레이더조

홈플러스는 영업 재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기존의 대형마트 영업방식을 조정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복층 매장을 1000평 정도로 단층화해 영업면적을 최적화하고 식품과 PB, 고회전 생필품 위주로 판매할 예정이다. 홈플러스는 이 방식을 "미국의 대표적인 유통기업 트레이더조와 유사한 방식"이라며 "이커머스 업체들과의 경쟁환경 하에서 홈플러스의 회생 및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전략적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홈플러스가 '트레이더조' 방식을 내세운 건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이었다. 지금까지 확보한 2000억원은 정상적인 대형마트 운영이 가능한 금액이 아니다. 1년이 넘는 파행 운영 기간 동안 잃어버린 신뢰도 문제다. 납품 대금을 받지 못해 고생했던 제조사들이 홈플러스에 상품을 공급하는 걸 꺼리고 있다. 

회생절차가 폐지된 홈플러스가 결국 운영자금 고갈로 전국 대형마트의 문을 닫으며 파산을 향한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14일 임시 휴업에 돌입한 경기도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의정부점 모습./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매장 규모를 줄이고 공급이 가능한 PB와 식품 중심 운영을 선택했다. 식품류의 경우 매입 단가가 낮고 회전율이 높다. 자금을 빨리 회전시켜야 하는 홈플러스의 니즈에 부합한다. 공급 부담이 없는 PB 중심 운영 역시 마찬가지 이유다. 홈플러스가 예시로 든 트레이더조의 경우 전체 상품의 80%가 자체 개발 상품이다. 

홈플러스의 전략이 잘 먹혀든다면 이마트, 롯데마트와는 다른 제 3의 길을 걸을 수 있다. 이커머스의 대두 이후 대형마트의 경쟁력이 약화된 시점에서 신선식품과 PB 중심의 '트레이더조' 전략은 대형마트식 '다다익선' 경쟁을 펼칠 수 없는 홈플러스에게 최선의 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어디서 봤는데

문제는 'NEW' 홈플러스가 핵심 역량으로 강조해야 할 PB가 그럴 만한 경쟁력을 갖췄느냐다. 그간 홈플러스는 '심플러스'와 '홈밀'을 중심으로 PB 사업을 영위해 왔다. 2019년 900여 종이었던 홈플러스의 PB 제품 수는 2023년엔 3000종으로 크게 늘었다. 특히 봉지당 5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을 내세웠던 '이춘삼 짜장라면'과 '이해봉 짬뽕라면'은 출시 2년 만에 1000만개 이상 팔리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이 때 '심플러스'의 인기 요인은 대부분 '저렴한 가격'이었다. 주요 제품 대부분이 가성비 콘셉트를 내세웠다. '남는 게 없는' 가격으로 고객몰이를 한 뒤 다른 상품을 추가로 판매해 이윤을 남기는 역할이다. 정상적인 대형마트식 영업이 가능할 때는 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지만 운영의 중심축이 되긴 어렵다. 실제로 홈플러스가 롤모델로 삼은 트레이더조 역시 일반적인 대형마트의 저가 PB 콘셉트가 아닌 높은 품질의 PB를 내세워 자리잡았다. 

PB로 매대를 가득 채운 홈플러스 강서점./사진=정혜인 기자 hij@

홈플러스의 PB가 오랜 파행 영업 기간 동안 브랜드 이미지를 크게 훼손했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텅 빈 매대를 감추기 위해 똑같은 PB 제품을 채워넣은 모습은 홈플러스의 위기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 됐다. 홈플러스로서야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이미지 훼손은 피할 수 없다. 

PB와 핵심 생필품, 신선식품 위주의 소형 점포 콘셉트 자체가 매력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트레이더조를 언급하며 새로운 유통 채널을 시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대형 편의점 혹은 작은 SSM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PB를 중심으로 한다는 점에서 이마트의 노브랜드와도 겹친다. 

홈플러스의 새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은 오는 9월 4일이다. 한 달 안에 홈플러스를 인수할 후보가 나타나야 한다. 홈플러스의 이번 '트레이더조 DNA 이식' 시도는 인수 희망자를 찾기 위한 쇼케이스다. 아직 나타나지 않은 인수 희망자는 변화하는 홈플러스에서 희망을 보고 있을까. 홈플러스의 재개장에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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