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편집자]
날씨만큼 뜨거운 실적
이번 주는 정말 기억에 오래 남을 한 주가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올해 5월에 태국 방콕을, 6월에는 푸켓을 방문했었는데 정말 동남아시아의 더위는 더위도 아닙니다. 한국을 방문한 동남아, 아프리카, 중동 관광객들도 서울의 더위에 혀를 내두른다고 합니다. 이렇게 더운 나라는 처음이라고요.
가을로 접어들었다는 '입추'가 지난 7일이었는데요. 절기가 무색하게 이날 서울 지역의 최고 온도는 39℃에 달했습니다. 일부 지역은 40도를 넘었다고도 합니다. 밤 사이 최저기온 25도가 넘는 열대야가 3주 가까이 이어지고 있고요. 다음 주에는 조금 나아진다고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최고 온도가 33~34도를 웃돌 예정입니다.
끝을 모르고 치솟는 기온만큼이나 뜨거운 '빨간 맛'이 유통업계에도 하나 있습니다. 바로 쿠팡의 실적입니다. 2분기에만 무려 8350억원의 적자를 내며 "우와" 소리가 나오게 하는 성적표를 가지고 왔습니다. 쿠팡은 1분기에도 3500억원대 적자를 낸 바 있습니다. 상반기 누적 적자만 1조1850억원입니다.
2023년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계획된 적자' 시대를 마무리한 쿠팡입니다. 비록 과징금 영향이 있다곤 하지만 다시 적자 경영 체제로 돌아선 게 달가울 리 없습니다. 또 하나, 이번 적자는 '계획되지 않은' 적자였습니다. 연말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따른 과징금, 이를 만회하기 위한 1조원대 쿠폰 마케팅까지 모두 계획표에 없던 일이었죠.
3분기에도 쿠팡의 '계획되지 않은' 적자는 계속될 전망입니다. 지난 7월 터진 물류센터 화재에 따른 손실이 또 3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입니다. 사고 전 쿠팡의 분기 흑자 규모는 2000억~3000억원 안팎이었습니다. 물류센터 화재 손실이 반영되면 또 한 번의 분기 적자와 함께 올해 연간 적자도 사실상 확정됩니다.
그래도 온다
하지만 정작 쿠팡의 표정은 그리 어둡지 않습니다. 상황을 상당히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 '뇌피셜'이 아닙니다. 지난 5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김범석 쿠팡 Inc 의장은 "개인 정보 사고 이후 떠났던 고객들이 돌아오고 있으며 지출 수준도 회복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고객 지출의 대부분은 변동이 없고 이들의 지출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며 "다른 곳을 주된 이용처로 삼을 만큼 시간이 지났음에도 결국 돌아와 이전 지출 수준을 완전히 회복"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허세는 아닙니다. 쿠팡의 2분기 매출은 13조3007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8400억원 이상 늘었습니다. 직전 2개 분기 연속으로 매출이 줄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 성장폭은 단순히 8400억원으로 계산할 게 아닙니다. 반 년 동안 이어져 왔던 '탈팡' 이슈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김 의장이 "다른 곳을 주된 이용처로 삼을 만큼 시간이 지났음에도 결국 돌아와"라는 표현을 쓴 것 역시 이 탈팡 고객이 돌아오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겁니다. 몇 달 간 다른 서비스를 이용해 봤지만 만족하지 못하고 다시 쿠팡으로 돌아왔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유료 멤버십 회원 수 역시 사고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습니다.
내년 이후
하지만 이 세상에 노력 없는 이득은 없죠. 고객들이 돌아온 건 쿠팡이 그간 무지막지한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었다는 점도 큰 이유입니다. 쿠팡의 2분기 적자 8350억원 중 과징금 영향은 6247억원 정도입니다. 과징금을 제외하더라도 2000억원 이상 적자를 냈다는 겁니다.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집을 떠난 고객들을 붙잡기 위한 '쿠폰 살포'의 영향입니다.
실제로 앞선 1분기에도 쿠팡은 3545억원의 적자를 냈고 지난해 4분기에는 흑자 규모가 3분기 2245억원에서 2000억원 이상 감소한 115억원에 머물렀는데요. 이 역시 개인정보 침해 사태에 따른 보상 차원의 현금성 쿠폰 살포가 주된 요인이었습니다. 쿠팡은 앞서 개인정보 침해 관련 쿠폰 등의 비용으로 1조원 이상을 쓰겠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마음이 떠나간 고객을 잡아오는 데 쿠폰만한 게 없죠. 그리고 이는 이번 분기의 매출과 유료 멤버십 회원 수 등으로 입증이 됐습니다. 하지만 이걸 '쿠팡의 근원적인 경쟁력' 때문이라고 생각해도 될까요. 적어도 아직까지는 정답이 아닙니다. 지금 쿠팡으로 돌아온 고객들이 쿠폰 때문에 돌아온 '체리피커'인지, 쿠폰으로 표현된 '성의' 때문에 마음이 누그러진 충성 고객인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쿠팡은 그래서 '내년 이후'를 이야기합니다. 김 의장은 "고객 재유치를 위해 전략적으로 늘린 마케팅 비용도 영향이 있던 기간을 지나면 내년부터 줄일 계획"이라며 "영향받은 기간이 내년에 완전 지나가면 이전에 달성한 성장률과 마진구조로 복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마케팅 비용을 줄여도 돌아온 고객은 떠나지 않을 거란 자신감입니다.
'탈팡족'은 반 년의 떠돌이 생활을 끝내고 '도로 쿠팡'으로 정착한 걸까요. 아니면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선택하는 여러 정류장 중 하나가 된 걸까요. 그 결과를 확인하려면 적어도 '내년 이후'가 돼야 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