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광고]는 우리나라 식품유통업계의 광고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광고들을 소개하고 그 뒷 이야기들을 펼쳐보는 콘텐츠입니다. 꼴찌 브랜드를 단숨에 1위로 만든 '최고의 광고'부터 잘 나가던 브랜드의 몰락을 불러온 '최악의 광고'까지, '광고의 정석'부터 '광고계의 이단아'까지. 우리의 인상에 남았던 여러 광고 이야기를 나눠 볼 예정입니다. 여러분의 추억의 광고는 뭔가요? 혹시 이 광고 아닌가요.[편집자]
"우~이번 주 목요일(목요일에 이슬 어때요? 콜~), 스펙 알바 학점 바쁘다 하지만, 막상 불러주면 땡큐하고 가죠~몇잔째도 마시기 좋아요. 이슬같이 깨끗해서 술이 술술술술술~이슬~(참이슬 콜~)"
장수 모델
여러분은 장수 모델이라고 하면 어떤 브랜드의 누가 가장 먼저 생각나시나요. 1980년대생인 저는 동서식품 맥심의 안성기 님이 장수 모델의 대명사 같은 배우였습니다. 제가 아주 어릴 때부터 맥심 모델로 활동했는데 성인이 된 후에도 여전히 맥심=안성기였죠. 실제로 안성기 배우는 1984년부터 맥심 모델을 시작해 2021년까지 자리를 지켰습니다. 거의 40년 동안 한 브랜드를 맡은 셈입니다.
젊은 층에게 오랫동안 한 브랜드를 맡아 온 '장수 모델'을 물으면 또 다른 대답이 나옵니다. 그 중에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모델을 10년 넘게 책임진 가수이자 배우 아이유를 빼놓을 수 없죠. 지난 2014년 말 처음으로 참이슬 모델에 선정된 뒤 2019년 한 해를 제외하고 올해까지 참이슬의 얼굴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아이유가 대단한 또 하나의 이유는 그가 모델로 활동하는 주류업계가 광고 모델을 빠르게 교체하기로 유명한 업계이기 때문입니다. 경쟁 브랜드를 끌어 올 것도 없이, 참이슬만 해도 아이유가 자리를 지키기 전까지는 거의 매년 모델을 바꿨습니다. 1999년 이영애를 시작으로 김태희, 김정은, 성유리, 김아중, 하지원 등 당대 최고의 스타들이 '참이슬 모델'이 됐지만 모두 단년 계약에 그쳤죠. 아이유 이전까지 2년을 버틴 것도 문채원이 유일했습니다.
이런 자리를 당시 22세의 떠오르는 가수였던 아이유가 차지한 겁니다. 아쉽게도 2019년 하이트진로가 모델을 걸그룹 레드벨벳의 아이린으로 교체하며 인연이 끊기는가 싶었지만, 이듬해 다시 아이유에게 돌아오며 기록을 다시 쓰게 됐습니다. 당연하게도 참이슬과 아이유는 주류업계 단일 브랜드 최장 기간 모델 기록이기도 합니다.
하이트진로가 그간 여배우들이 도맡아 왔던 참이슬의 새 모델로 아이유를 낙점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아이유는 참이슬 모델 선정 이전부터 여러 차례 SNS와 방송 등에서 소주를 즐겨 마신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마침 하이트진로는 참이슬 후레쉬의 도수를 18.5도에서 17.8도로 낮추는 리뉴얼을 단행하기로 한 참이었죠. 전국구 소주가 17도대 라인업을 내놓는 건 참이슬 후레쉬가 처음이었습니다. 17도대의 맑고 순한 소주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당시 먼 21세였던 아이유를 캐스팅한 겁니다.
소주가 중장년의 술이 아닌, 젊은 청춘들의 술이라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였죠. 1020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아이유였던 만큼 이 이미지 개선책은 대성공을 거둡니다. 아이유가 모델이 되기 전인 2013년 하이트진로의 소주 매출은 9186억원이었는데요. 4년 만인 2017년엔 소주업계 첫 연매출 1조원 돌파에 성공합니다.
20대의 술
아이유의 첫 자작 타이틀곡이자 그 해 최고의 히트곡이었던 '금요일에 만나요'를 개사한 광고도 대 화제였습니다. 아이유는 당시 '금요일에 만나요'를 과제에 치인 대학생들이 소주 한 잔을 기울이는 '목요일에 만나요' 버전과 젊은 직장인들이 퇴근 후 모여 소주를 마시는 '금요일에 만나요' 버전 등으로 재미있게 개사해 직접 불렀습니다. 당시 대히트한 노래를 아이유가 직접 손봐 '소주 버전'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큰 화제가 됐죠.
그간 소주는 힘든 하루를 보낸 중년 남성의 술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하이트진로는 이를 '청춘의 술'로 이미지화하며 젊은 소주로의 전환을 꾀했습니다. 이후 출시한 '이슬톡톡' 역시 타깃을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20대로 잡았는데요. 이슬톡톡의 모델 역시 '아이유'라는 건 우연이 아닐 겁니다.
아이유의 참이슬 모델 기용은 업계 안팎에서 큰 화제가 됐습니다. 참이슬 모델로 발탁된 2013년 11월 당시 아이유는 만 21세였는데요. 너무 어린 유명인이 주류 모델을 맡음으로써 청소년들에게 음주를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고, 이른바 '아이유법'으로 불리는 24세 이하 주류광고 금지법이 발의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아이유가 참이슬 광고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 해당 법안은 법제사위원회에서 부결되며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졌습니다. 만 19세 이상이면 술을 마실 수 있는 나이인데, 만 22세의 아이유가 소주 광고를 하면 안 된다는 건 누가 봐도 이상했기 때문일 겁니다.
첫 광고를 찍을 때 스물 한 살이었던 아이유는 이제 소주에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서른 네 살의 어른이 됐고 참이슬은 한국인의 술을 넘어 전세계인이 찾는 'K알코올'의 대명사가 됐습니다. 맥심은 안성기와 함께 '국민 커피'가 됐습니다. 아이유와 참이슬은 제 2의 '맥심-안성기'가 될 수 있을까요. 아직 참이슬과 아이유의 동반 행보는 현재진행형입니다.












